수술 전야

완도살롱 폐업기 - 8

by 이종인

내일 아침 수술대에 오릅니다. 축구하다가 넘어지면서 손가락을 다쳤는데 의사 선생님 말씀이 아무래도 수술하는 것이 좋겠다고 하네요. 어쩐지 그날 축구가 잘 되더라니... 스스로를 금강불괴 또는 뛰어난 자연치유능력을 갖춘 초록 피부 괴물쯤으로 생각했는데 아니었나 봅니다.


문제는 수술이 아니라 수술 이후입니다. 오른손 검지를 제대로 쓰지 못하니 글쓰기도, 완도살롱 일도 제대로 해내기가 힘들게 되었기 때문입니다. 급한 대로 완도살롱은 9월 휴업을 공지해두었고, 급한 마음이 들어 폐업기도 이렇게 연재하고 있습니다.


생각이 많아집니다. 난생처음 수술대에 오르는 거라 솔직히 조금 무섭기도 하고, 회복에만 6주가 걸린다고 하니 생활과 생업은 또 어떻게 할 것이며, 수술 이후 손가락이 얼마나 제 기능을 발휘하게 될지, 또 한 달 반이 지나면 완도살롱이 잊히는 것은 아닌지 걱정도 됩니다. 하지만 다른 무엇보다 스스로 간절히 휴식을 원해서 쉬는 것이 아니라, 원하지 않는데도 어쩔 수 없이 완도살롱을 휴업하게 되었다는 점이 가장 힘들고 아쉽습니다.


문득 완도살롱 폐업의 순간을 상상해봅니다. 성대한 파티? 자선 바자회? 마담의 콘서트와 팬미팅? 물론 이처럼 화려하고 신나는 마무리도 좋겠지만, 소박한 저의 바람은 이번 휴업처럼 어쩔 수 없이 문을 닫아야 하는 상황이 오지 않는 것입니다. '자유의지가 아닌 무언가에 등을 떠밀린다'거나, '손님이 더는 찾지 않는 공간이 되어 버려서', 또는 '사장님의 미모가 더는 어필할 수 없는 시대가 되어서' 같은 이유들로 말이죠. 원하는 순간에 충만한 마음으로 폐업을 실행할 수 있다면 그것으로 행복할 것 같습니다.


얼마 전 고흥에 놀러 갔다가 현지인들의 빈틈없는 사랑을 받았던 만두가게가 사장님 부부의 건강이 악화되어 문을 닫게 되었다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한 번도 가보지 못한 곳이었는데도 제 일처럼 마음이 아프고 시렸습니다. 시작이 있으면 끝도 있다지만, 이런 결말을 그리며 시작하지는 않으셨을 테니까요. 완도살롱의 엔딩이 제가 원하는 모습이려면 여러모로 준비를 철저히 해야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수술 부위 관리 및 재활도 열심히 하고요.


여러분의 바람처럼 저는 건강하게, 아니 강해져서 돌아오겠습니다. 다음 폐업기를 연재할 즈음에는 마음도 손가락도 더 단단해져 있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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