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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종인 Jan 28. 2016

아웃라이어 이론과 축구 수저론

이승우는 금수저 중의 금수저다?

베스트셀러 작가 말콤 글래드웰은 자신의 저서 '아웃라이어 : 성공한 기회를 발견한 사람들'에서 운동선수들의 빈익빈 부익부를 다음과 같이 설명했다.


"'캐나다의 아이스하키선수들 중에는 왜 1월생이 많은가?' 하는 질문은 과학적으로 설명이 가능하다. 캐나다의 학기는 1월부터 시작하기 때문에 한 학년을 구성하는 학생들은 해당 년도 1월부터 12월 사이에 태어난 아이들로 구성된다. 같은 해에 태어났어도 1월에 태어난 아이들과 12월에 태어난 아이들의 발육이나 성장은 그 정도가 달라지게 되고, 따라서 1월에 태어난 아이들이 정신적으로나 신체적으로 12월에 태어난 아이들보다 뛰어날 수 밖에 없는 것이다."


"이는 아이스하키에만 적용되는 것이 아니다. 8월부터 학기가 시작되는 미국의 미식축구선수 중에는 8월생이 현저히 많다. 이들은 단순히 일찍 태어났다는 이유만으로 A급 재능으로 분류되어 더 많은 관심과 더 나은 교육을 받게 된다. 말하자면 빈익빈 부익부라는 것이다."


필자는 이것이 축구에도 적용될 것이라 생각하고 사례가 될만한 선수들을 찾아 보았다.

결론부터 이야기하자면 작금 축구계에도 아웃라이어들은 존재하고 있었다.



1. 대한민국 축구 대표팀의 아웃라이어들


우리나라 축구계를 들었다 놨다 했던 선수들의 이름과, 앞으로 그럴 가능성이 있는 선수들의 태어난 달을 보자. 박지성은 1981년 2월 25일에 태어났고 기성용은 1989년 1월 24일, 코리안 메시로 불리는 이승우는 1998년 1월 6일에 태어났다. 또한 최근 인상적인 활약을 펼치고 있는 황희찬은 1996년 1월 26일에 태어났다. 스페인에서 활약하고 있는 이강인(2001년 2월 19일), 장결희(1998년 4월 4일), 백승호(1997년 3월 17일) 최고 수준의 유망주들 역시 1월~4월 사이에 태어난 아웃라이어 들이다.


이들은 유학을 떠나기 전에도 이점을 가질 수 있었다. 소위 말하는 빠른 생일을 이용하면, 신체적 정신적 발육상태에 따라 제 때에 학교를 들어갈 수도, 또 한 해 일찍 학교를 들어갈 수도 있었다. 더욱 유리한 것은 시스템이다. 국제 대회에서는 XX년 1월을 기준으로 대회 참가 자격을 제한한다. 이들이 11월이나 12월 생인 다른 친구들에 비해 신체적, 정신적으로 더 많은 이점을 가져갈 것이라는 사실은 꽤나 신빙성이 있는 이야기다.


읽는 것만으로 믿기 어렵다면 대한축구협회 홈페이지의 국가대표 선수 명단과 상세정보를 살펴보기 바란다.


* 대한민국 축구 국가대표팀 명단 : http://www.kfa.or.kr/national/teamlist.asp


성인 대표팀에서 저연령 대표팀으로 내려갈수록 1~4월 출생자들의 비율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난다.


* 2016년 1월 27일 기준 : A대표팀(5명) / U-23(4명) / U-20(14명) / U-17(13명) / U-14(14명)



2. 세계 축구계를 주무르는 아웃라이어 공식


재미 있는 것은 축구선수들의 성패를 가르는 것에 태어난 달보다 더 큰 영향을 미치는 것이 있다는 사실이다. 이 공식은 세계로 범주를 넓혀도 크게 달라지지 않는다는 점에서 설득력을 갖는다.


우리가 주목해야 할 것은 국제대회가 열리는 연도의 숫자다. 이해하기 쉽게 2012년부터 시작하자. 런던 올림픽이 열렸던 2012년에 올림픽에 참가할 수 있었던 이들은 (1989년 1월 이후 출생자 + 와일드 카드) 였다. 출생연도와 상관없는 와일드 카드를 배제하면 이들 대부분은 1989년생부터 1990+년생까지 다양하지만 한 가지 공통점을 갖는다. 대부분 홀수연도에 태어난 선수들이라는 것.


게다가 2년 주기로 올림픽과 월드컵이 번갈아 열린다는 사실은 짝수년도에 태어난 이들이 계속해서 올림픽과 월드컵 무대에서 형들과 경쟁해야 하는 핸디캡을 안아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올림픽은 성인 대표팀의 등용문이 아닌가!


통계적으로 살펴보자.


2012 런던 올림픽 축구 대표팀의 주축은 1989년생 선수들(기성용, 구자철, 김보경, 박종우) 이었고, 이들보다 한살이 어렸던 이른바 '1990년생 낀세대'는 수비 천재라는 별명이 있던 김영권과 오재석, 윤석영 정도 밖에는 없었다.(신기한 점은 이들 모두 생일이 1월 혹은 2월이라는 점이다.) 이는 91년생인 남태희, 백성동, 지동원과 같은 숫자다. 와일드 카드로 합류한 박주영과 정성룡, 김창수는 4년 전인 2008년에 베이징 올림픽에 참가하여 두각을 나타냈던 선수들이다. 2008년에도 최종엔트리 18명 중 13명이 홀수 해에 태어난 선수들이었다.


홀수해에 열리는 U-20 청소년 월드컵 역시 마찬가지. 2015 청소년 월드컵 참가 기준은 1995년 1월 이후 출생자였다. 역시 홀수해에 태어난 선수들에게 유리한 부분이다.


이런 기준에서 보면 1985년에 태어난 크리스티아누 호날두와 1987년생 리오넬 메시가 축구를 잘할 수 밖에 없는 이유가 설명이 된다. 하지만 현대축구는 점점 진화하고 있다. 이와 같은 이론과 공식으로는 엄청난 재능들을 배출한 1976년과 1992년을 설명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다시 대한민국으로 돌아와 보자. 박지성과 기성용은 각각 81년생과 89년생으로 홀수 해에 태어났고 생일도 빠르다. 하지만 짝수 해인 1998년에 태어난 이승우의 경우에는 어려서부터 세계 최고 수준의 재능들과 함께 같은 수준의 교육을 받으며 자라 이와 같은 차이를 좁힐 수 있었다. 하지만 이것은 정말 예외적인 케이스라는 점을 인식해야 한다. 바르셀로나였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


2017년 U-20월드컵 개최지는 대한민국이다. 이 이론이 얼마나 들어맞는지 살펴보려면 1997년 1월 이후 출생자가 대상이 될 대회 엔트리를 살펴보자. 1998년 1월생인 이승우가 그 때에도 비범한 활약을 보일지 지켜보는 것은 지금까지와는 다른 재미가 될 것이다.


이번 칼럼을 쓰기 위해 자료를 조사하면서 아쉬웠던 것은 의도했던 그렇지 않던간에 페어 플레이 정신을 기치로 내세우는 스포츠에도 보이지 않는 진입장벽이 존재한다는 것이었다. 요즘이 어떤 사회인가. 부모라는 이름을 수저라고 쓰는 사회가 아니던가. 짝수해에 태어난 선수들이, 11월에 태어난 나처럼 생일이 늦은 선수들이 눈부신 활약을 펼쳐 축구계에는 수저론이 등장하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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