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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종인 Jun 21. 2017

국가대표 선수들과 함께 여는 아침

대한민국 홈리스 축구 대표팀 훈련일지

저는 요즘 아침 일찍 일어나는 일이 너무나 즐겁습니다. 국가대표 축구 선수들과 함께 하는 훈련 덕분입니다. 새벽같이 일어난 후에는 한 시간 넘게 대중교통을 타야 하고, 훈련장에 도착해서는 30도를 웃도는 땡볕 더위 속에 서너 시간을 뛰어야 하지만 좋아하는 일을, 그리고 축구를 하고 있다는 기쁨과 보람은 이 모든 어려움들을 잊게 만들 만큼 달콤합니다.


대한민국 홈리스 월드컵 대표팀 코칭스태프와 열네 명의 국가대표 축구 선수들은 오는 8월 말 노르웨이 오슬로에서 열리는 대회를 위해 일주일에 세 번 굵은 땀을 흘리고 있습니다. 일상에서 자활과 자립이라는 목표를 위해 열심히 달리는 선수들은 훈련이 있는 날에는 대한민국 국가대표라는 자부심과 책임감, 그리고 생에 단 한 번뿐인 홈리스 월드컵 참가를 위해 피치 위를 달립니다.


누가 시킨 것도 아닌데 선수들은 예정된 훈련 시작 시간보다 일찍 도착해서 각자 리프팅 연습을 하고 몸을 푸는 것으로 훈련을 시작합니다. 몇몇 선수들은 지난 세월 동안 친하게 지내지 못했던 축구공에 익숙해지기 위해 아침잠과 물 마시고 쉬는 시간도 아껴가며 공과 사투를 벌이기도 합니다. 국가대표라는 책임감과 사명감을 느낄 수 있는 장면입니다.


드리블 연습 중인 국가대표 선수들


6월 현재, 대한민국 대표팀은 2017 오슬로 홈리스 월드컵에 출전할 최종 엔트리를 결정하기 위한 선발 과정과 훈련을 병행 중입니다. 훈련에는 볼 컨트롤, 패스, 드리블 등 축구 기본기와 홈리스 월드컵 경기 종목인 스트릿 사커(Street Soccer)를 배우고 익히는 과정, 그리고 홈리스 월드컵이 추구하는 최상위 목표인 홈리스들의 자활과 자립을 위한 호핑(Hoping) 프로그램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다양한 훈련 프로그램만큼이나 많은 스태프들 또한 팀을 위해 땀을 흘리고 있습니다. 팀의 감독인 빅이슈 코리아 조현성 국장님을 비롯 잉글랜드 레스터 시티 출신으로 2016년 대회에 이어 대한민국 대표팀의 팀 닥터를 자처한 대니, 팀의 살림꾼 역할을 맡고 계시는 빅이슈 코리아 이화선 매니저님, 선수들의 건강한 몸을 위해 합류하신 이우연 피지컬 트레이너님 등이 대한민국 대표팀을 이끄는 어벤져스입니다.


이 외에도 대표팀 공식 후원사 현대자동차와 월드컵 주관사인 빅이슈 코리아 관계자 여러분들이 맡은 바 위치에서 최선을 다해주고 계신 덕분에 대한민국 홈리스 월드컵 대표팀은 겨우 이주 남짓 함께 호흡을 맞추었음에도 빠른 속도로 발전하고 있습니다.


잉글랜드 레스터 시티에서 날아온 팀 닥터 대니


하지만 안타깝게도 현재 훈련에 참가하고 있는 선수들 중 일부는 오슬로에 함께 갈 수 없습니다. 4:4 경기로 치러지는 스트릿 사커의 특성 때문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훈련장의 분위기는 무겁거나 경쟁적이지 않으며 오히려 서로를 북돋우고 파이팅을 외치는 소리로 가득합니다.


어떤 선수는 설령 본인이 나가지 않더라도 더 실력이 좋고 젊은(체력이 좋은) 선수가 나가서 국위를 선양하는 것이 더 옳은 일이라고 이야기합니다. 일생에 단 한 번뿐이며, 꿈같은 추억을 만들 수 있는 월드컵 출전 기회를 공유하고 있지만 팀을 위해 자신의 욕심을 내려놓을 줄 아는 선수들 덕분에 훈련장의 분위기도 덩달아 좋아지고 있습니다.


대한민국 대표팀 조현성 감독(가운데)과 선수들


부족한 경험이지만 코치로서 제가 팀에 기여하고 있는 부분도 있습니다. 학창 시절 오랜 기간 동안 축구부 골키퍼로 뛰면서 배우고 익힌 골키퍼 트레이닝에 대한 지식입니다. 하지만 스트릿 사커에 적절한 트레이닝과 4~50대 선수들의 나이에 맞는 강도의 트레이닝을 준비하기 위해서는 새삼 더 많은 공부가 필요함을 느낍니다. 이 글을 다 쓰고난 후에도 책과, 유튜브에서 훈련에 대한 정보를 찾아볼 생각입니다.


축구 감독 디에고 시메오네는 '축구의 기본은 수비를 하는 것도, 점유율을 높이는 것도 아닌 그저 축구를 즐기고 사랑하는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홈리스 월드컵 대표팀 선수들에게도 이 모든 훈련 과정이 단지 해외에서 열리는 월드컵에 참가하기 위한 수단이 아니라 '내가 좋아하는 축구를 하면서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는 연습'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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