홈리스 월드컵 대표팀 조현성 감독 이야기
조현성 감독은 벌써 6년째 대한민국 홈리스 월드컵 대표팀을 이끌고 있다. 한국 대표팀이 참가한 첫 홈리스 월드컵이었던 2010 브라질 리우 대회부터 2014 칠레 산티아고 월드컵까지 5년. 그리고 2년의 공백 후 다시 돌아온 2017년 오슬로 대회까지.
그에게 홈리스 월드컵 대표팀에서의 매 순간은 도전의 연속이었다. 축구를 좋아하기 시작한 것도 스무 살이 넘어서였고, 대학에서는 스포츠와는 전혀 관련이 없는 철학을 전공했다. 코칭에 필요한 모든 것을 독학으로 익히며, 빅이슈코리아 판매국장이라는 생업도 병행해야 했다. 하지만 조현성 감독은 "사실 저는 그 누구보다 많은 것을 받은 사람입니다."라며 겸손하게 소회를 밝혔다.
조 감독이 처음 홈리스 월드컵 대표팀의 지휘봉을 잡은 것은 2010년 브라질 리우 대회 때였다. 2010년은 홈리스 월드컵 주관사인 빅이슈의 한국 지부인 빅이슈코리아가 창립되어 본격적으로 활동을 시작한 해이기도 했는데, 2010년 8월 1일에 홈리스 월드컵 한국 주관사로 선정되었고 9월 19일에 월드컵 출전을 위해 비행기를 탔으니 그 준비가 얼마나 빠듯했는지는 더 길게 설명하지 않아도 쉽게 상상할 수 있다.
시간이 부족한 탓에 대회에 참가할 선수는 모두 빅이슈 판매원 중에서 선발되었는데 그나마도 대회를 코앞에 둔 시점에서 부상과 갑작스런 잠적으로 두 명이 이탈해버렸다. 금전적인 문제도 뒤따랐다. 항공권 티켓을 마련할 비용이 없어 출국 전까지 전전긍긍해야했다. 익명의 독지가가 나타나 후원을 해주지 않았다면 첫 대회부터 출전이 무산될 뻔 했다.
이렇듯 우여곡절 끝에 도착한 브라질 현지에서도 계속해서 어려움과 맞서야 했다. 축구가 서툴거나 경기에 알맞게 몸이 준비되지 않았던 선수들이 상대와의 경합에서 부상을 입고 만 것이다. 골키퍼 두 명은 대회가 끝날 때까지 손에 부상을 안고 뛰었고, 부상으로 인해 필드 플레이어의 숫자가 모자라 *브라질 리저브 선수를 팀에 들이기도 했다.
* 홈리스 월드컵 조직위원회는 선수들의 부상 등 변수에 대비해 해당 년도 주최국이 10명 안팎의 리저브 선수를 준비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2010년 리우 대회에서는 브라질 국적 선수들이 예비 선수 신분으로 대한민국 대표팀에서 한 경기를 뛰었다.
"2010년 대회는 선수들의 몸 상태부터 현지 시설 및 상황까지 모든 것이 지금껏 가장 열악했습니다. 저를 비롯한 모두가 갑작스레 생긴 변수들에 대처할만한 경험도 부족했고요. 하지만 그런 어려움들이 오히려 선수단을 똘똘 뭉치게 만들었습니다. 이런 저희의 모습이 감동적이었는지 홈리스 월드컵 조직위원회에서는 한국 대표팀에게 ‘최우수 신인팀상’을 수여했습니다."
첫 월드컵을 마치고 돌아온 후 조 감독은 스스로에게도 많은 부족함을 느꼈다. 밤낮으로 책과 인터넷을 뒤지며 축구 코칭에 대한 정보를 습득했고, 매일 1~2시간 씩 강도 높은 개인 훈련을 반복했다. 선수들을 지도하는데 도움이 되는 것이라면 자비를 들여서라도 배웠다. 스스로 발전하기 위해 노력하지 않으면서 누군가의 변화를 바라는 것은 양심에 어긋나는 일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런 마음가짐과 몸가짐으로 4년의 시간을 보내면서 성공적으로 네 번의 홈리스 월드컵을 지도할 수 있었다.
칠레 산티아고에서 열린 2014 홈리스 월드컵을 마치고 돌아올 무렵 조 감독에게 선택의 순간이 찾아왔다. 여의치 않은 회사 사정 때문에 홈리스 월드컵 감독이 아닌 빅이슈코리아 판매국장 본연의 업무에 집중해줄 수 있겠냐는 요청이었다.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 빅이슈코리아가 건재하지 못하면 대한민국 홈리스 월드컵 대표팀도 없었기 때문이다. 조 감독의 빈자리는 이한별 감독(2015 네덜란드 암스테르담 홈리스 월드컵에서 대한민국 대표팀 지도)과 네덜란드 출신의 미힐 슬롯 감독(2016 스코틀랜드 글래스고 홈리스 월드컵에서 대한민국 대표팀 지도)이 훌륭하게 채워주었다.
"제가 자리를 비운 동안 두 분 감독님이 정말 커다란 도움을 주셨습니다. 덕분에 저도 회사 일에 집중할 수 있었고요. 그 기간 동안 틈틈이 공부하면서 축구 지도자 자격증을 취득하고 평생의 짝도 만났습니다. 지금 생각해보면 언젠가 다시 돌아올 준비를 하고 있었던 것 같네요. 이 자리를 빌려 두 분께 다시 한 번 감사의 말씀을 전합니다."
조현성 감독에게 ‘홈리스 월드컵을 한 단어로 표현하면 무엇일까요?’라 물으니 ‘변화’라는 대답을 들을 수 있었다. 월드컵에 참여하는 홈리스 선수들이 훈련과 본 대회를 통해 과거의 실수와 실패를 잊고, 현실의 어려움을 극복하며 새로운 꿈을 품는 과정, 감독인 본인 스스로 선수들과 교감하며 지도하기 위해 공부하고 연습하는 모두가 변화라는 것이다.
"오랜 홈리스 생활을 하면서 뚜렷한 목표나 계획이 없었던 분들이 홈리스 월드컵을 준비하고 훈련 프로그램을 성실하게 소화해내는 모습을 보면 뿌듯하고 기분이 좋습니다. 결과에 연연하지 않고 순간을 소중히 여기며 과정에 집중하는 것이 제가 생각하는 홈리스 월드컵 대표팀의 목적이자 취지이기도 하고요. 그런 부분에 있어 2017 오슬로 월드컵을 준비하는 우리 대표팀은 아주 훌륭한 팀이라고 생각합니다."
대회 개막을 한 달여 앞둔 지금 우리 대표팀 선수들은 월드컵 이후 어떤 목표를 가지고 삶을 살아갈 것인지에 대한 로드맵을 그리고 있다. 코칭스태프들 또한 마찬가지다. 조현성 감독은 신용상담사 자격증 취득을 목표로 삼았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알콜 중독 혹은 신용 불량을 이유로 홈리스가 된다고 한다. 개인의 의지가 중요한 알콜 중독 치료에 비해 신용 불량자들은 전문적인 컨설팅을 필요로 하는 경우가 많다. 조 감독은 이들의 회복과 자활에 도움이 되고 싶다고 말한다.
"홈리스 월드컵은 끝이 아닌 시작입니다. 타국에서의 잊지 못할 경험을 통해 선수들이 얻은 동기부여가 앞으로의 삶에 커다란 힘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많은 응원과 격려 부탁드리겠습니다. 저도 최선을 다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