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는 영어보다 위대하다

2017 오슬로 홈리스 월드컵 리뷰

by 이종인

# 대한민국 대표팀의 2017 오슬로 홈리스 월드컵

지난 2017년 8월 29일부터 9월 5일까지 8일 동안 열린 2017 오슬로 홈리스 월드컵은 브라질(남성 및 혼성팀 부문)과 멕시코(여성팀 부문)의 우승으로 대단원의 막을 내렸습니다. 남성 및 혼합팀 부문에 참가한 대한민국 대표팀은 총 11번의 경기에서 1승 10패를 거두며 48개 팀 중 42위를 기록했습니다.


승부와 성적이 전혀 중요하지 않은 대회라고는 하나 돌이켜보면 아쉬움이 많이 남는 결과입니다. 긴장하거나 조급해하지 않았다면 우리가 준비해온 것을 피치 위에서 더 잘 보여줄 수 있었고, 상대팀들과의 실력차도 그리 크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지난 것에 연연하기보다 앞으로 다가올 내일을 준비하기 위해 더 열심히 오늘을 살아야 합니다. 대회 이후의 자활과 자립이라는 목표를 가지고 하나로 뭉친 홈리스 선수들에게는 더욱 그렇습니다.


아주 기쁘게도 우리 대표팀 선수들은 단 한 명의 부상자 없이 건강하게 대회를 마무리했습니다.

이것이면 충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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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축구는 영어보다 위대하다

홈리스 월드컵 조직위원회는 이번 대회에 약 50여 국가에서 온 500여 명의 선수들이 참가했다고 밝혔습니다. 이들이 사용하는 언어만도 수십여 가지가 될 것입니다. 인사과 감사 표현을 제외하면 간단한 의사소통조차 힘든 상황, 하지만 우리 대표팀 선수들을 포함한 모든 선수들은 대회 기간 내내 깊은 우정을 나눌 수 있었습니다. 축구가 곧 언어였기 때문입니다.


저는 평소 낯간지러운 말을 별로 좋아하지 않습니다. 하지만 홈리스 월드컵에서만큼은 '축구가 영어보다 위대하다'는 것에, '축구야말로 만국 공통어'라는 말에 동의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난생처음 본 선수들과 서로 공을 주고받으며 우정을 쌓고, 함께 공을 찼던 선수들의 경기를 보러 갔으며, 그들과 함께 사진을 찍으면서 친구가 될 수 있었습니다.


또 하나 모두의 마음을 움직인 것은 음악이었습니다. 개막식과 폐막식에서 대회 주제곡 'Friends forever'에 맞추어 몸을 흔들고, 남아프리카 공화국 대표팀 선수들이 부르는 응원가를 함께 따라 부르며 그들과 하나가 되는 과정을 통해 언어보다 위대한 것이 있다는 사실을 체감했습니다.


대한민국 대표팀의 김영도 선수는 2017 오슬로 홈리스 월드컵의 글로벌 스타가 되었습니다. 특유의 흥과 끼로 모든 선수들에게 스스럼없이 다가가 우정을 나눈 것이 대회 막바지에 김영도 선수와 사진을 찍기 위해 찾아오는 선수들과 유니폼을 교환하고 싶은 선수들이 넘쳐나는 상황으로 이어진 것입니다. 특히 더 친하게 지냈던 남아프리카 공화국과 짐바브웨 대표팀의 경우 우리 대표팀의 경기에 찾아와 열띤 응원을 보내주기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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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정은 영원히

선수로는 단 한 번 밖에 출전할 수 없다는 규정 때문에 이번 월드컵은 우리 대표팀 선수들의 처음이자 마지막 월드컵이 될 것입니다. 하지만 그라운드 바깥에서의 이야기는 계속되고 있습니다. SNS나 메신저를 통해 굳이 공을 주고 받지 않아도 서로의 안부를 묻고 일상을 확인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월드컵 일정을 마치고 한국에 돌아온지도 어느덧 4일, 하지만 지금 선수들의 SNS는 대회에서 만났던 선수들과 친구를 맺고 안부를 묻는 이야기들로 가득합니다. 코치로 대회에 참가했던 저 또한 마찬가지, 사진으로 만나는 그들의 얼굴이 너무나 반갑습니다. 언젠가 건강한 모습으로 다시 만날 수 있다면 아주 기쁠 것 같습니다.


벌써부터 오슬로가, 홈리스 월드컵이 그리워지는 월요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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