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 대한민국 홈리스 월드컵 대표팀 이야기
우리의 예상보다 홈리스(주거취약계층)들이 겪는 어려움은 더 크고 복잡하다. 집 없이 거리를 떠도는 삶에서 비롯되는 불안감에서부터 곱지 못한 타인의 시선, 건강 문제와 인간관계의 해체까지. 하지만 그 중에서도 가장 심각한 것은 그들이 느끼는 고립감이다. 세상으로부터 버려졌다는 느낌은 그들이 사는 세상과 미래에 희망이 없다고 여기게 만든다.
홈리스 월드컵 조직위원회는 팀 스포츠인 축구를 통해 홈리스들이 겪고 있는 다양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믿는다. 실제로 홈리스 월드컵에 참가한 선수들을 대상으로 벌인 설문조사에서 선수 94%가 ‘홈리스 월드컵이 삶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다.’고 대답했고, 83%의 선수들은 ‘대회 이후 외로움과 고립감에서 벗어나 사회적 관계 개선을 경험했다.’고 이야기했다.
하지만 선수들이 대회를 치르며 얻고 배우는 것은 빙산의 일각에 불과하다. 가장 중요한 것은 이들이 ‘대회를 마치고 돌아가서 어떤 태도로 어떤 삶을 살아갈 것인가?’이기 때문이다. 대한민국 대표로 홈리스 월드컵에 참가한 선수들에게 임대 주택 입주 기회와 자활/자립에 필요한 교육 이수 기회 등 다양한 혜택이 주어지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홈리스 월드컵에 참가하는 모든 선수들은 단 한 번의 출전 기회만을 갖는다. 조직위원회가 대회를 개최하는 목적이 선수들의 자활과 자립이기에 또 한 번의 출전 기회를 주지 않는 것이다. 대회를 마치고 돌아간 선수들은 각자의 자리에서 최선을 다해 스스로 일어서야 한다. 선수들 중 일부가 다음 대회에 스태프 등의 역할로 참여하는 경우를 제외하면 모든 선수들에게 홈리스 월드컵은 처음이자 마지막이다.
설레고 기다려지는 ‘처음’과 달리 ‘마지막’이라는 말은 언제나 사람을 간절하게 만든다. 전에 없던 집중력이 생겨나기도 하고, 아주 짧은 시간 동안 커다란 변화를 경험하고 있는 자신의 모습을 발견할 수도 있다. 대한민국 국가대표 선발전이 치러졌던 지난 6월부터 3개월 동안 우리 대표팀 선수들에게도 많은 변화가 있었다.
가장 뚜렷하게 달라진 것은 체력이다. 짧은 훈련도 제대로 소화하지 못하던 선수들은 어느새 구릿빛 피부에 배가 쏙 들어간, 제법 축구선수다운 모습으로 거듭났다. 전 후반 각 7분 동안 쉬지 않고 뛰어야하는 홈리스 월드컵 경기에서 체력은 가장 중요한 덕목 중 하나다. 체력이 떨어지면 자연스레 집중력이 저하되고, 그로 인해 실수가 발생할 가능성도 높아지기 때문이다.
하지만 우리 선수들은 건강한 모습으로 단 한 명의 부상자 없이 대회를 완주했다. 체력과 집중력이 모두 좋아졌기에 가능한 일이다. 이렇듯 단련된 체력과 정신력은 앞으로의 삶에서도 긍정적인 영향을 줄 것이다.
이뿐만이 아니다. 난생 처음 축구에 도전한 어느 선수가 본선 마지막 경기에서 골을 기록하는가 하면, 과거 불의의 사고로 10년 가까운 시간을 병상에서 보내야 했던 선수는 부상 트라우마와 극한의 스트레스를 이겨내고 대회를 마무리 했으며, 늘 소극적이고 자신의 의견을 피력하지 못했던 열여덟 살 막내는 주장을 맡아 팀을 성공적으로 이끌었다.
계속된 패배에 좌절하지 않고 서로를 독려하며 다시 그라운드 위에 섰고, 동료가 힘들어할 때에는 먼저 손을 내밀었으며, 공동의 목표와 규칙을 지키기 위해 최선을 다하는 등 개인이 아닌 하나의 팀이 되어 보여준 퍼포먼스도 감동적이었다.
하지만 가장 커다란 변화는 선수들 모두가 생에 대한 의지를 되살렸다는 것이다. 우리 선수들은 홈리스 월드컵 이후 빅이슈 코리아가 진행하는 자활/자립 프로그램에 참가해 앞으로 삶의 로드맵을 그리고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학습과 트레이닝을 계속해야 한다. 이번 대회를 통해 얻은 자신감과 의지는 선수들이 적극적으로 프로그램에 참여하고 성공적으로 목표를 달성하는데 필요한 양분이 될 것이다.
홈리스 월드컵 대표팀의 이야기를 들은 사람들 대부분은 이렇게 묻는다.
"홈리스 월드컵이 끝나면 선수들은 어떻게 되나요?"
그리고 이에 대한 대답은 아주 간단하고 명료하다.
"그들은 앞으로도 한 팀이며 계속해서 축구와 함께 살아갈 것입니다."
2017 오슬로 홈리스 월드컵에 출전한 선수들과 코칭스태프들은 대회 후에도 정기적으로 함께 모여 공을 차고 서로에게 든든한 친구이자 동료가 되어줄 예정이다. 또한 이 축구 모임은 대회 이후 찾아오기 쉬운 공허함이나 환멸감을 함께 극복하고, 서로의 자활/자립 목표를 함께 응원해주는 것에도 그 가치가 있다. 당연하게도 모임에는 벽이 없다. 그래서 이전 홈리스 월드컵에 출전했던 선수나, 앞으로 홈리스 월드컵에 출전할 선수도 함께 뛸 수 있다.
선수들은 또 한 번 힘을 모아야 하는데, 그것은 바로 이 기분 좋고 설레는 경험을 주변의 다른 사람들에게 널리 퍼뜨리는 일이다. 그들 스스로가 그랬던 것처럼 희망이 없다고 느끼는 사람들, 새로운 자극과 꿈이 필요한 사람들에게 홈리스 월드컵이 가슴 설레는 일이 될 수 있도록 소개하는 일은 대회에 다녀온 선수들의 유일한 의무이기도 하다.
홈리스 월드컵을 직접 참관하면서 작은 축구공 하나가 말이 통하지 않는 세계의 모든 이들을 하나로 묶을 수 있는 강력한 힘을 가졌다는 것을 느끼고 경험할 수 있었다. 홈리스 월드컵의 공식 슬로건인 A ball can change the world 처럼 축구는 세상을 바꿀 수 있다. 그리고 이제 그 출발선에 2017 홈리스 월드컵 대한민국 대표팀 선수들이 서 있다. 지금은 그 어느 때보다 더 커다란 격려와 응원이 필요한 순간, 자랑스러운 우리의 국가대표 선수들에게 뜨거운 박수를 보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