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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강영준 Nov 18. 2020

글쓰기법칙

12_운동선수의 지능

글감이 분노에서만 나온다면 화를 내지 않는 사람은 글을 쓰지 못할 테지만 사실 좋은 글은 분노하지 않을 때 나옵니다. 분노하지 않고 차분한 사람이 거의 대부분의 전쟁에서 승리하는 것과 같은 이치입니다. 분노할 때 글을 쓰는 것은 문제와 대면하기 위해서입니다. 그러나 분노의 본질을 제대로 마주하려면 그 마음은 분노에서 돌이켜야 합니다.     


링에 오른 노력한 파이터는 흥분하지 않습니다. 흥분하면 상대를 제대로 보지도 못하고 적절한 전략을 구사할 수도 없으니까요. 상대방을 냉정하게 바라보고 자신을 상대에 맞출 수 있어야 승리를 기대할 수 있습니다. 십 년쯤 전에 의미 있는 조사 결과가 나온 적이 있습니다. 운동선수는 머리가 좋지 않을 것이라는 세간의 편견을 깨는 연구결과였습니다.     


2009년 5월 29일 자 ‘뇌연구 회보 Brain Research Bulletin’에 따르면 실제 경기에서 기량이 뛰어난 운동선수일수록 뇌가 효율적으로 작동한다고 합니다. 유능한 운동선수는 근육이나 심폐기능만 훌륭한 것이 아니라 뇌도 우수하다는 것이 입증된 셈입니다. 운동선수는 경기를 하는 순간 가장 적절한 포지션을 찾아내기 위해 순간적인 판단을 반복해야 합니다. 야구에서 투수는 마운드에 선 타자가 어떤 공을 노리고 있을지 판단해야 하지요. 이전 회차에서는 포심 패스트볼을 노려서 2루타를 만들어 냈으니 어쩌면 이번에도 내심 강속구를 기다리고 있을지도 모릅니다. 그렇다면 이번에는 느린 체인지업이나 포크볼을 던지는 것이 좋을 것 같은데, 공의 회전은 어느 정도나 주어야 할지, 각도는 어느 정도라야 할지, 공을 던질 때 발은 어느 정도나 내디뎌야 타자에게 자신의 의도를 숨길 수 있을지 등등 순간적으로 판단해야 할 것이 한두 가지가 아닙니다. 투수는 이 모든 것을 빠르게 결정합니다. 이 가운데 대부분은 인식하지 못하는 사이에 두뇌가 판단하고 몸에 명령을 내리지요. 몸을 움직이는 것은 두뇌계발에 매우 효과적입니다.  

   

글을 쓰는 것도 마찬가지입니다. 단어를 선택하고, 그 단어가 독자의 마음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판단해야 합니다. 글을 쓰기 위해서는 스토리 배열에서부터 글의 형식에 이르기까지 생각해야 하는 것이 적지 않습니다. 그 모든 것이 작가의 머릿속에서 이루어집니다. 모든 경우의 수를 재빠르게 계산하는 것이지요. 그렇기 때문에 글을 잘 쓰는 사람은 눈치가 빠르고 상황판단이 정확합니다. 단지 머리가 좋아서가 아닙니다. 글을 쓰는 동안 내내 가능한 ‘경우의 수’를 계산하기 때문입니다. 텔레비전을 끄고, 스마트폰을 내려놓고 운동화를 찾아 신고 산책하러 나서세요. 가볍게 산책하고 돌아와서는 뜨거운 물로 샤워하고 편안한 옷으로 갈아입은 다음 책을 꺼내 읽으세요. 읽은 책을 간추리고 그 내용에 영감을 받아 글을 쓰기 시작하세요. 제 생각에는 생활 속에서 이보다 더 좋은 두뇌 운동은 또 없을 것 같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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