윈스턴 스미드는 조지오웰(본명: 에릭 블레어)의 소설 『1984』의 주인공입니다. 그는 완전히 통제된 사회의 외부 당원으로 중산층 생활을 하고 있었지만, 개인의 모든 생활을 통제하는 ‘대형big brother’에 대해 불만을 느끼고 소소한 반항을 시작합니다. 윈스턴이 정부에 반항하는 방법은 일기를 쓰는 것이었습니다. 윈스턴의 일기에 그리 대단한 말이 들어있지 않았습니다. 일상에서 느끼는 것을 소소히 곱씹는 정도가 고작이었죠. 하지만 정부는 윈스턴의 그런 행동을 모두 ‘반항’으로 여겼습니다.
종이에 글을 쓴다는 건 중대 행위였다. 그는 작고 서투른 글씨로 썼다. (조지 오웰, 『1984』)
텔레비전에는 매일 많은 이야기들이 올라옵니다. 뉴스만 하더라도 30분 이상 이 나라에서 일어났던 사건들을 다룹니다. 뉴스 속 정치와 관련된 아이템은 온통 사람들을 분노하게 하는 것들 뿐입니다. 텔레비전을 보는 많은 사람들이 정치인의 비리에 치를 떨지만 그것으로 그만입니다. 다음 국회의원 선거에는 음주운전을 했던 사람도, 살인을 저질렀던 사람도, 교통사고를 내고 뺑소니를 쳤던 사람도, 뇌물을 받아먹었던 사람도, 뇌물을 전달하다가 받은 돈을 빼먹은 치사한 사람도 후보로 나섭니다. 그리고 그런 사람들이 다시 국회의원에 당선되고, 도지사가 되고, 시장이 됩니다. 그게 우리나라 정치의 현주소입니다.
사람들은 잠깐 기억하고 잊어버립니다. 잠깐 분노하는 사람은 많지만 그 분노를 냉정한 ‘비판’으로 바꾸는 사람은 거의 없습니다. 제대로 화를 내고 비판하려면 상황을 정확히 기억하고 제대로 분석해야 합니다. 기억하기 위해서는 써야 합니다. 분노할 때가 가장 좋을 때입니다. 그 분노의 느낌이 사라지기 전에 펜을 들고 노트에 그 감정을 냉정하게 옮겨 놓아야 합니다. 추악한 정치인들은 국민의 무지와 망각을 먹고 삽니다. 대부분의 국민은 잘 잊습니다. 글쓰기는 사람으로 하여금 ‘무지’와 ‘비판’, 그리고 '망각'에서 한꺼번에 벗어나게 해 주는 묘방妙方입니다. 화가 나면 그때가 바로 펜을 들 때 입니다. 마음을 가라앉힌 다음 순수한 분노와 마주하세요. 분노 하나가 글 한 편이 되면, 마치 마물魔物의 몸을 가르면 나타나는 순정한 내단內丹처럼 깔끔하게 정돈된 마음이 드러나게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