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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강영준 Nov 18. 2020

글쓰기법칙

13_작가의 루틴

훌륭한 피아니스트는 연습곡을 거르지 않습니다. 좋은 작가가 되고 싶은 사람에게도 거르지 않아야 할 연습이 있습니다. 순수문학을 쓰는 사람이든 실용문을 써야 하는 직장인이든 그 누가 어떤 글을 쓰든 ‘나는 매일 이런 연습을 하겠다.’라는 원칙을 세워 놓아야 합니다. 작가에게 글쓰기는 ‘일’이 아니라 생활이기 때문입니다. 소재가 떠오르지 않으면 글쓰기는 고통스럽지만, 일단 글의 방향이 잡히면 그때부터는 마라톤 선수가 러너스 하이 runner’s high를 느끼며 내달리는 것과 같은 희열이 생겨납니다. 글쟁이에게 글쓰기는 고통인 동시에 행복입니다.     


좋은 글은 한순간에 ‘뿅’하고 나타나는 게 아니죠. 좋은 글은 좋은 과정을 거쳐야 마주할 수 있습니다. 촘촘하게 만들어진 견실한 과정을 통과하면서 과제를 해결하는 지적知的스포츠가 바로 ‘작문’입니다. 아침마다 책상에서 글쓰기를 시작하는 것은 큰 대회를 앞두고 연습에 몰두하는 프로 운동선수의 진지한 마음가짐과 같습니다. 프로선수들의 평소 운동량은 일반인이 상상하기 어려울 정도입니다. 아무리 길거리에서 싸움을 잘하는 ‘타고 난’ 싸움꾼이라고 하더라도 수년 동안 줄넘기, 달리기, 스파링으로 단련한 권투선수의 상대가 되지 못합니다. 재능은 노력을 넘어서지 못합니다. 그래서 세상이 살아갈만한 곳입니다.

      

다시 말하자면, 태릉선수촌의 국가대표 운동선수들의 신체능력은 아마추어로서는 상상하기 어려운 경지인데 그것은 반복되는 훈련을 통해 만들어진 것입니다. 단지 재능이 조금 있다고 해도 오랜 시간 동안 수련한 프로선수의 신체능력을 따라가지는 못합니다. 글쓰기도 이와 그리 다르지 않습니다. 어떤 이들은 자신은 글재주가 없어서 잘 쓸 수 없다고 합니다. 글재주가 없는 게 아니라 써보지 않았기 때문에 못 쓰는 겁니다. 연습은 하지 않고 쉽게 글이 될 거라고 생각하는 것은 도둑놈 심보지요.     


부드러운 글은 그 안에 단단한 심을 박아야 하고, 딱딱한 글도 그 안에는 부드러운 심지를 가져야 합니다. 글 형식이 한 가지로 고정되면 모양만 다르고 맛은 똑같은 무성의한 싸구려 뷔페 음식처럼 탄력을 잃어버리는 것이나, 글은 문체를 바꾸었을 때 분위기가 바뀌고, 똑같은 글이라도 단어 하나만 바꾸면 글의 맛이 완전히 달라진다는 사실은 이론으로 배울 수 있는 게 아닙니다. 꾸준히 글을 쓰고 시행착오를 거치면서 스스로 터득해야 합니다.     

"소설을 쓰기 위한 세 가지 규칙이 있다. 그런데 불행하게도, 그 규칙들이 무엇인지 알고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서머싯 몸, 소설가)    


글쓰기 실력은 매일 글쓰기 연습을 통해서만 향상할 수 있습니다. 글 쓰는 요령에 대해서 말해달라고 하면 어느 작가도 한 마디로 설명하지 못합니다. 설명해주고 싶지 않아서가 아니라 오랜 시간의 습작과 연습을 통해 뼈와 영혼에 습관처럼 각인된 것들을 말로 설명하기 어렵기 때문입니다. 선배 작가가 후배 작가에게 말로 설명할 수 있는 ‘비법’은 거의 없습니다. 말로 할 수 있는 것은 기껏해야 맞춤법이나 어문법語文法에 대한 설명이 전부일 겁니다. 비법은 작가 스스로 하루도 거르지 않고 수행하는 연습 과정에서 알지 못하는 새에 떠오릅니다. 하루도 거르지 않고 수행하는 연습을 ‘루틴’이라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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