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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강영준 Dec 03. 2020

글쓰기법칙

19_실용문의 리듬

보도자료는 한두 페이지 내외로 작성된 짧은 분량의 문건입니다. 글의 대부분은 데이터와 사실 설명이므로 다양한 리듬을 섞어서 쓸 필요는 없지만, 모든 글이 그렇듯 보도자료에도 자연스럽게 작성자의 리듬이 들어갑니다. 단어만 나열한다고 문장이 되는 것이 아니죠. 단어를 이루는 음소의 크기를 세고, 한 문장에서 몇 단어를 사용했는지도 신경 써 보면 글의 리듬이 보입니다. 보통 사람은 습관적으로 3.4조나 4.4조의 리듬을 씁니다.     

또 하나의 문장은 앞 문장, 그다음 문장과 필연적으로 연결됩니다. 작가는 늘 다른 문장과의 연결을 고려해야 합니다. 글이 연결되는 부분에서 리듬이 흐트러지면 읽을 때 부자연스럽습니다. 훈련이 잘 된 작가는 무의식적으로 자기만의 리듬을 찾아갑니다. 하지만 무의식에만 맡기고  글을 쓰면 전형성을 벗어나기 어려워집니다. 짧은 단어, 단어를 많이 사용하지 않은 단문 위주의 문장이 만들어 내는 가벼운 리듬이 읽는 사람에게 부담을 주지 않습니다. 보도자료처럼 읽는 사람을 극도로 배려하는 문장에서는 리듬이 더욱 중요하죠. 장황하게 이어 붙인 글은 좋지 않습니다.     


일반적으로 잘 쓴 글은 단문과 장문을 적절히 배합한 글입니다. 보통 단문 두 개에 중문이나 복문 한 개를 섞어 쓰는 것이 이상적理想的이라는 작가도 있지만 그런 지침에 지나치게 얽매일 필요는 없습니다. 자기만의 리듬을 찾는 것이 중요합니다. 자신의 글 호흡을 찾는 것은 대가의 작품을 모방하는 것보다 훨씬 요긴하죠. 일본 작가 무라카미 하루키는 자기만의 문체, 자기만의 리듬을 찾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였습니다. 하루키는 음식점을 운영하면서 소설을 썼는데 남는 시간에는 영어책을 일본어로 옮기는 일도 했습니다. 영어 번역을 하다 보니 영어문장에 익숙해져 있어서 첫 소설을 영어로 썼다가 그것을 일본어로 번역했다고 합니다. 무라카미 하루키의 책은 영어를 모국어로 하지 않는 사람의 정서와, 영어식 표현의 정서가 남아 있습니다. 번역문은 대개 장황하지 않습니다. 그래서인지 그의 글은 간결하고 명료합니다. 하루키는 특이한 방법으로 자신만의 문체와 리듬을 찾아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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