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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강영준 Nov 15. 2020

글쓰기법칙

3. 커뮤니케이션 글쓰기는 전략입니다.

언론사를 떠난 후, PR 커뮤니케이션 분야의 일을 하게 되면서 공기업의 미디어 콘텐츠 제작과 홍보업무를 담당한 적이 있습니다. 기업 홍보실에서는 보도자료報道資料를 써야 합니다. 보도자료를 쓰지 않는 기업 홍보실은 없습니다. 보도자료는 기업이 언론과 접촉하는 수단입니다. 기업은 이해당사자들에게 보낼 메시지를 보도자료에 담아 기자에게 보냅니다. 보도자료를 받은 기자는 그것을 그대로 기사에 반영하지 않습니다. 기자는 하루에 그런 보도자료를 여러 통 받습니다. 기자의 눈길을 사로잡지 못하는 매력 없는 보도자료는 곧장 쓰레기통으로 들어가지요. 기업 홍보담당자는 어떻게 해서라도 기자로 하여금 내가 쓴 보도자료를 읽어볼만한 것이라고 느끼게 해야 했습니다. 누군가의 관심을 끌 수 있는 글을 쓰는 것은 홍보담당자만의 일은 아닙니다.


영상제작을 위한 대본은 보도자료보다 더 자극적으로 독자의 관심을 끌어야 합니다. 사실상 모든 글이 독자의 관심을 기다립니다. 필자는 영상제작사 감독으로, 미디어 콘텐츠 기획사 대표로, 홍보대행사 대표감독으로 일하는 동안 기업체가 작성한 보도자료를 이전과는 다른 눈으로 볼 기회가 생겼습니다. 여느 글쓰기도 그렇겠지만 보도자료를 쓸 때 가장 중요한 것은 첫 문장입니다. 어떤 글이든 첫 문장에서 관심을 끌지 못하면 아무짝에도 소용없는 글이 되고 말겠지만 보도자료의 경우는 그 정도가 더욱 심합니다. 글쓰기를 잘 하는 묘방妙方이 있으면 좋겠지만 그런 건 존재하지 않습니다. 다만 멈추지 않고 쓰다보면 누군가의 관심을 끌 수 있는 글이 써지는 것이지요. 좋은 글을 쓰기 위해서는 계속 써야 합니다. 남들보다 쉽게 펜을 잡고, 독자에게 말을 걸 수 있는 작가는 언젠가 좋은 글을 쓸 수 있게 됩니다. 이 책을 읽는 독자들도 이 책을 통해 글쓰기에 대한 두려움을 던져 버리고 마음 편하게 펜을 잡을 수 있게 되면 좋겠습니다.


제 글 속에는 특이한 기교가 숨어 있지 않습니다. 누군가 이 글을 잘 보아 주기를 바라는 마음도 담지 않았습니다. 마음이 엄숙해지면 글도 무거워집니다. 가급적 가벼운 마음으로 펜을 잡기 위해 노력했습니다. 흥분이 지나쳐서 마음에 무거움이 들어오면 잠시 멈추고 다시 고쳐 썼습니다. 끝까지 가볍게 읽을 수 있는 책이 되기를 바랐기 때문입니다. 책의 두께도 100페이지 내외가 되도록 조절했습니다. 이 책은 말하자면 ‘글쓰기 가이드’입니다. 두꺼운 가이드북은 독자의 마음을 부담스럽게 할 뿐입니다. 필자는 글쓰기 강의를 할 때, 수강생들에게 늘 매뉴얼을 제공합니다. 매뉴얼은 A4용지 한두 장 분량입니다. 매뉴얼은 급할 때 볼 수 있어야 하는데, 복잡하고 길게 써 놓은 매뉴얼은 비상시에는 제 구실을 하지 못합니다. 이 책의 저자로서 나는 이 책이 글쓰기에 들어서는 독자들이 곁을 지키는 성실한 동반자로서 술술 끝까지 읽히는 책이 되었으면 하는 마음을 끝까지 유지했습니다. 그러니까, 이 책은 글쓰기 기술을 배우기 위한 것이 아닙니다.


글쓰기 기술이란 것이 책으로 배울 수 있는 것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제가 아는 한 글은 펜을 드는 순간 배우게 됩니다. 모두 배울 수는 없지만 천천히 배워나갈 수 있는 것입니다. 배웠다고 생각하지만 펜을 들 때마다, 이전에 익혔다고 생각하는 기술은 모두 쓸데 없는 것이 되어 버립니다. 새로 쓰는 글은 이전에 쓴 것과는 완전히 다른 것이 되어야 하니까요. 이 책은 어쩌면 시작한 글을 끝까지 쓸 수 있는 마음가짐을 알려드리는 것 뿐일지도 모릅니다. 저는 그게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마무리할 수 없다면 시작하지도 않은 것이나 다름 없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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