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서른일기

맛쨩이 왔다

2019년 3월 26일

by 제인

2016년에 런던에서 학교를 다닐 때, 가장 친하게 지냈던 일본인 친구 마리나가 서울 여행을 왔다. 3일간의 짧은 휴가에 저녁시간을 함께 보내기로 했다. 먹고 싶은 게 있냐고 물으니 한치의 망설임도 없이 '닭 한 마리'라고 답하는 그녀가 너무나 귀여웠다. 가타카나나 영어가 아닌 한글로 텍스트를 쳤을걸 생각하니 귀여움은 두 배가 되었다. 종로 5가에 원조 맛집으로 유명한 진옥화할매 닭 한 마리 집에서 그녀를 만났다. 3년 만에 보는 얼굴인데도 마치 2016년 여름으로 돌아간 듯 익숙했다. 그래도 외국인 친구분이 친히 오셨으니 한국에만 있는 소맥을 선보였다. 맛집답게 3층까지 사람으로 들어찬 이 곳에서 운 좋게 창가 자리에 앉았다. 창문은 열려있고 선선한 바람이 불어 들어왔다. 시원한 바람을 맞으며 팔팔 끓는 닭 한 마리를 먹으니 신선이 사는 천국이 따로 없었다. 맛있게 저녁식사를 하고 바로 옆 청계천을 걸으며 대화했다. 런던에 있을 때, 같이 독일로 여행도 갔다 온 사이라 어색함이 없었다. 어디에든 나와 함께 기억을 추억할 사람이 있다는 것은 참 행운이다. 종로 5가에서 을지로까지 걸었다. 역시 대화는 가장 효율적으로 시간을 보내는 효과적인 방법이다. 우린 커피와 술을 동시에 원했기에 루이스의 사물들에 갔다. 조용한 분위기를 원하던 우리에게 꽤 알맞은 장소였다. 잔을 먼저 고르면 거기에 음료와 음식을 담아주는 시스템으로 유명해진 을지로 잔의 대표가 하는 곳이다. 둘 다 와인을 택하고 달콤한 당근케이크를 먹었다. 당근케이크는 우리 둘에게 참 런던을 떠올리게 하는 케이크이다. 영국만큼 당근케이크가 일상인 나라가 또 있을까. 슈퍼에서도 파는 흔한 아이템이다. 아쉽게도 너무 짧은 만남이었다. 다음엔 내가 일본에 가는 것으로 약속을 하고는 아쉬움을 달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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