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서른일기

A TIDE IS COMING

2019년 1월 2일

by 제인

출근시간이 30분 늦춰졌다. 아직 적응기라 자꾸만 눈이 일찍 떠진다. 대충 씻고 책을 들고 집을 나섰다. 요즘 너무 안 꾸미고 다녀서 큰일이다. 원래의 나였으면, 민낯으로 밖에 나가는 것 자체가 불가능한 일이었는데 이젠 립밤만 바르고 나간다. 쓸데없이 시간을 쓰지 않아서 좋지만 역시 민낯은 나를 작아지게 한다. 얼마전 친구와 이런 얘기를 했다. 20대에는 조금 더 이뻐보이고 싶어서, 화장을 하고 힐을 신고 자의적으로 꾸몄다면 30대에는 그 모든 것이 부질없는 것임을 깨달았지만 타의적, 사회적으로 그 '꾸밈'이 나를 설명해주는 옷이기에 어쩔 수 없이 입어줘야만 하는 갑옷같은 것이라고 말이다. 신경쓰지 않으려고 하지만, 결국 내가 입은 옷, 든 가방, 잘 정돈된 손톱, 스타일링된 머리가 지금의 나의 위치를

말해준다. 이것은 어쩔 수 없는 현실이며 굳이 부정하고 싶지는 않다. 할 수만 있다면 누구보다 멋지고 싶고 잘 나가고 싶고 더 높은 곳에 있고 싶고 그것을 뽐내고 싶은게 인간의 본성이니까.


<네가 길을 잃어버리지 않게>를 읽기 시작했다. 파트릭모디아노의 책이다. 어려운데다가 등장인물이 너무 많고 이름이 어렵다. 포기 직전이다. 러시아문학을 전공하는 학생들이, 전공을 포기하는 이유를

너무나 잘 알겠다. 불어 이름이 이정돈데,,,


엄마랑 아쿠아맨을 보기 전에 칠보면옥에서 회냉면에 칠보국밥, 메밀전병을 먹었다. 차가움과 뜨거움의 조합이란. 체인점치고 생각보다 맛있었다. 확실히 프랜차이즈는 중간은 간다. 뛰어나진 않지만 실패는 없다. 항상 딱 그 경계에 있는 맛. 열의 일곱은 만족시킬 중간의 맛이랄까. 프랜차이즈란.


아쿠아맨 이야기를 해야겠다. 히어로물에 관심도 애정도 없는 나의 2019년 첫 영화는, 아쿠아맨. 공짜 예매표가 있는데 볼 영화가 아쿠아맨뿐이었다. 결론만 말하자면 1월 들어 최고의 선택이라고 할 수 있겠다. 적당히 진지하고 적당히 가볍다. 히어로물답게 유치하지만 DC치고 덜 진지해서 오히려 좋았다. 아틀란티스의 여왕으로 나오는 니콜키드먼과 공주이지만 암살자로 자란 메라 캐릭터도 좋았다. 히어로가 구해주기만을 기다리는 여성 캐릭터에서는 벗어났다는 점만으로 좋아하기엔 너무 안타깝다. 결국 이 두 여자는, 한 왕국의 여왕이며 공주이고 남자못지 않은 뛰어난 격투술도 가졌지만 왕은 되지 못한다. 아쿠아맨이 아틀란티스를 통치할 수 있도록 조력하는데에서 그친다. 참. 이런 부분은 여전하다.


영화 자체는 미술팀의 열일로 게임이 끝난다. 말도 안되는 수중세계의 스크린화. 친구는 과하다고 했지만 나는 정말 제작진이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해버린 느낌이라 좋았다. 특히 트렌치 왕국에 입성하는 장면에서는 입을 다물 수가 없었다. 내가 상상했던 수중세계는, 정말 그 곳에 누군가가 살고 이런 왕국이 있다면 이럴 것이다 싶었다. 영상미가 정말 말그대로 '지렸다'. I am A Aquaman! (p.s 제이슨 모모아의 몸이 한 몫한다. 아니 백 몫!)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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