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1월 3일
오늘도 어제와 같이 열시부터 여섯시까지 일을 했다. 어떤 일을 하든 내가 경제활동을 하고 있다는 사실에는 변함이 없다. 무슨 일을 하고 있고, 그 일이 나의 이전의 일에 비해 초라하다와 같은 무의미한 비교는 더이상 하지 않기로 했다. 나는 경제활동을 하고 있음이 분명하고 이 일은 하고자 하는 일을 하기 위해 필요한 경제적 가치를 쌓는 중요한 행위이기 때문이다. 나의 생활을 아껴주기로 했다. 같은 일이라도 조금 더 좋은 기분으로 임하려 한다.
만나기로 한 친구가 도착하기까지 시간이 남아 해방촌의 독립서점, 스토리지북앤필름에 들렀다. 7시면 문을 닫는 곳에 6시 40분이 되어 들어갔다. 서점을 지키고 계시던, 오래전부터 SNS로 보아온 작가님이 너무 당연하게 내 이름을 부르며 알아봐주셨다. 어떻게 한 눈에 나임을 알아봐주셨을까. '눈썰미가 좋은분이다.'라고 생각했다. 나를 위해 책방 문을 조금 더 열어주신 고마운 작가님의 시집을 사고 2019년 첫 서명을 받았다. 기분좋아.
2018, 작년 3개월간 해방촌에서 도예수업을 받았다. 직접 물레를 배우며 차, 작업물을 만들어 내는 일은 처음이었다. 어렸을 때부터 손으로 하는 일은 젬병이었다. 그래도 도예를 배우며 한 결 한 결, 흙을 더듬어 올리며 하나부터 열까지 내 손으로 완성해 탄생한 그릇을 보니 기분이 몽실했다. 두개의 밥공기와 하나의 국그릇, 그리고 소성도중 깨져버린 하나의 국그릇까지. 네 개의 작업물을 만들었고 그것은 사라지거나 없어지는 것이 아닌 온전히 나의 눈 앞에 머무를 것이다. (깨치지만 않는다면)
그릇을 찾고, 친구ㅈ와 만나 우카밥상에서 저녁을 먹었다. 9시를 향하고 있는 시간에, 해방촌 근방의 연 식당이 많지 않았다. 생긴지 얼마 안된 우카밥상은 이미 유명했고 손님이 많았다. 인스타그램을 보니 사장님 혹은 쉐프님이 연예계 쪽과 친분이 있으신지 꽤 많은 연예인이 이 곳을 방문했고 크게 홍보가 된 모양이었다. 우니파스타와 전복크림리조또르먹었다. 우니보다는 전복리조또가 훨씬 맛있었다. 직원분들도 다 친절하셔서 두번 오고 싶게 만드는 분위기임은 틀림없었다.
친구 ㅈ가 자꾸 본인의 집에서 술을 마시자고 한다. 결국 친구네서 자기로 결정하고 엄마에게 연락했다. 나이 서른에, 집에 안들어온다고 혼나는 삶이라니. 불만은 없지만 그리 어른스러운 상황은 또 못되는 것 같다. 친구와 백세주에 곶감을 사들고 집에 와 지금 이 순간에 어울리는 노래를 틀고 불을 끈 후, 하나의 조명만 켜놓은 채로 건배했다. 우리는 서른이 된 소감을 나누었고, 앞으로의 계획을 이야기했으며, 우리를 응원했다. 누구보다도 진실되게, 그리고 가볍고도 무겁게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