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1월 4일
어제밤, 친구 ㅈ와 새벽까지 술에 라면까지 먹고 잔 탓에 눈이 팅팅 부었다. 이건 사람 눈이 아니다. 애교살 반, 눈 반이다. 그래도 늦지 않고 출근을 했다. 이젠 놀고 출근하는 일이 힘들지는 않다. 어제 해방촌에서부터 들고 온 내 그릇들은 어느새 짐이 되어 어제보다 훨씬 더 무겁게 느껴졌다. 빨리 방에 내려놓고 싶을 만큼.
어제 다녀 온 우카밥상의 인스타그램을 보다가, 충격적인 사실을 하나 발견했다. 11월에 지민이가 이 곳에서 식사를 하고 갔다고 한다. 역시 덕후는 계를 못타. 그래도 우리 지민이 맛있게 방해받지 않고 맛있게 먹고 갔다면 그걸로 됐다. 한번 상상해봤다. 내가 밥을 먹고 있는데 이 식당에 지민이 문을 열고 들어오는 상상을. 아마 나는 아무 것도 못할 거다. 사인도 사진도 하다못해 쳐다보는 일도 못할 것 같다. 내가 불편한 존재가 되는 것이 싫은 것이기도 하다.
퇴근하고 네일케어를 받으러 갔다. 집 앞에 네일샵이 있는 건 행운이다. 언제든, 가고 싶을 때, 필요한 것을 얻을 수 있는 건 이 얼마나 축복인가. 겨울내 쌓여버린 손가락의 각질이 하나씩 벗겨져 나갈 때마다 억지로 겹쳐 입은 두꺼운 옷을 하나씩 벗어내듯 개운했다. 돈만 있으면 모든 것을 내 힘으로 하지 않아도 되네, 라는 생각이 도중에 들었다. 손톱도, 몸도, 얼굴도, 일도. 뭐든지 돈으로 살 수 있고 누군가에게 시킬 수도 있다. 여기서 역으로 깨달아버린건, 사람의 존재 이유는 역시 돈에 있는 것이 아니다. 좀 더 편하게 삶을 영위할 수는 있지만 그 자체가 목적과 성취여서는 안된다는 것을 말이다. 인간은 늘 무언가를 해야만 한다.
어제 집에 안들어간 탓에 엄마가 화가 나 있다. 진지함 반 스푼, 연기 반 스푼. 그래서 오늘 저녁에 고기를 먹고 싶은데 먹고 싶다고 말을 못했다. 계속 내 문자를 읽기만 하고 답장을 안하는 귀여운 우리 엄마 때문에! 케어를 받고 집에 가는 길, 엄마에게 전화가 왔다. "전철 내렸다면서 왜 안와. 고기 구울 건데!" 이런데서 통한다. 나 고기먹고 싶은 건 어떻게 알았을까, 우리 엄마. 그래서 저녁메뉴는 우삼겹이다. 마늘을 왕창 구워 먹었다. 고기를 먹은 날은 이상하게 먹자마자 잠이 온다. 돼지처럼. 그래서 바로 이를 닦았다. 언제 잠이 들지 모르는 나의 소중한 입속 세계의 건강을 위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