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6월 14일
저번엔 내가, 이번엔 친구가 약속을 파투냈다. 아무래도 야근을 하게 될 것 같다는 친구의 연락. 게다가 당장 내일 주말 출근이라고 한다. 이 안쓰러운 친구여. 온 마음을 다해 미안함을 표출하는 친구에게 그러지 말라고 했다. 야근하면 딱 한 가지 마음밖에 들지 않는다는 것을 누구보다 잘 안다. 그냥 집에 가서 씻고 누워서 맥주나 들이켜고 자버리고 싶은 마음뿐일 테지. 기다려왔던 소개팅이거나, 정말 재밌는 모임이 아니고서야 사실 친구들과 하는 약속은 일반적인 저녁 약속이다. 그래서 그런지 딱히 취소되어도 아쉽지 않다. 만나면 너무 즐겁고 좋은데 만나러 가는 그 길과 집에 돌아와야 하는 그 일련의 과정들이 귀찮다. 아마도 모든 집순이들은 내 말에 뼈까지 공감할 거다. 그래서 오늘도 금요일 밤의 작은 약속을 취소하고 칼같이 퇴근한 후에 집으로 돌아왔다. 바질 페스토 파스타가 먹고 싶었다. 집에 가서 해 먹어야지, 진짜 맛있게 해 먹어야지 하고 마트에서 장을 봤다. 동네 마트다 보니까 꼭 필요한 재료들이 없었다. 집에 바질 페스토가 모자랄 거 같아서 더 사려고 했더니 아예 팔지를 않는다. 고기도. 애매하게 방울토마토에 치즈만 사서 들어왔다. 한번 구색이나 맞춰보자 싶었다. 집에 있는 페스토로 소스를 만들기에는 재료가 너무 역부족이었다. 그래도 어찌어찌 만들었다. 실패할 것 같아서 나폴리탄은 덤으로~. 결국 바질은 그냥저냥 바질이었고. 우리의 포크는 연신 나폴리탄 접시로 향했다. 내가 만들었지만 난 너무나 객관적인 입맛이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