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서른일기

베르나르 뷔페

2019년 8월 1일 | 휴가 2일 차

by 제인

푸지게 잤다. 휴가의 제일 큰 즐거움. 출근을 하지 않는다는 것. 알람을 맞출 필요가 없다는 것. 대충 눈 떴을 때 일어나 아침을 먹었다. 오늘은 베르나르 뷔페 전시에 갈 예정이다. 배가 부르니 살짝 귀찮기도 하고 씻기도 싫고... 그렇지만 안 나가면 후회할게 분명하다. 씻고 준비해보니 누굴 만나는 것도 아닌데 과하게 여성스러운 치장이 되었다. 친구 만날 때도 이러지 않는데... 오늘따라 화장은 또 왜 이렇게 잘 먹은 걸까. 귀찮음을 무릅쓰고 간 예술의 전당은 많은 인파로 붐볐다. 나만 휴가 아니지, 참. 일부러 도슨트 시작 시간에 맞춰간 것이 잘못된 선택이었다. 일부러 도슨트 무리들을 멀리한 채 감상했다. 미술은 정말 철저하게 천재의 영역이라는 생각이 든다. 가꾸고 배운다고 되는 일이 아니다. 영화나 글을 다듬으면 그래도 정도와 체계는 알게 되는데 미술은 정말. 특히 회화는 더더욱. 그래도 이런 천재가 한 평생 무언가에 몰두하며 만들어낸 작업물은 자신을 깎아낸 고통이었을 거다. 이 모든 원본을 가져오는 데 8700억이 들었다고 한다. 보물을 한국까지 가져왔으니... 그럴 만도.


혼자 여유롭게 보다 보니 다 보는데 두 시간이 걸렸다. 인파 때문에 보지 못했던 앞의 그림들도 다시 보고 오느라 더 걸렸다. 1층 테라로사에 자리를 잡고 쉬기로 했다. 가사집도 가져왔으니 할 일은 해야지. 전시, 영화 등 이 모든 타인의 작업물이 도움이 되는 이유는 정말 뜻밖의 장소와 문장에서 영감이 떠오른다는 것이다. 평소에 짝수만을 생각하는 사람이다가 홀수가 보이기 시작하는 것과 같은 느낌이라면 설명이 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