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서른일기

집에 가기 싫은 날의 토론

2019년 8월 14일

by 제인

내일이 쉬는 날일 때는 꼭 집에 가기가 싫다. 엄마도 같은 마음이었는지 이미 동네에 도착했지만 내 연락을 받고 여의도에서 만나기로 했다. 동생도 약속이 있대고 아빠는... 오라니까 안 온단다. 결국 엄마랑 피자에 파스타. 그리고 무한 맥주. 9900원에 맥주 5종류를 무한으로 마실 수 있었다. 기본 두 잔씩은 당연히 마실 테니 1인에 9900원을 쓰는 게 이득이었다. 피자보다 맥주에 기대를 걸고 들어가는 우리 모녀는 참 닮았다.


오늘의 토론 주제는 <결혼은 왜 하는가>에서 시작되었다. <엄마! 난 일부일처제는 가장 진화한 결혼 제도라고 어쩔 수 없이 믿어버린 구시대의 유물이라고 생각해>, <사랑은 영원하지 않잖아>, <정신적 바람 VS 육체적 바람. 어느 쪽을 더 용서할 수 없을 것 같아?>


모두 결론을 내릴 수 없는 것들이자 개인마다 의견차가 있는 주제였다. 사실 결혼은 왜 하는가라는 질문을 던지면 열에 여덟은 "혼자는 외로우니까."라고 대답한다. 그럴 거면 "남들 다하니까."라고 말하는 게 더 솔직한 대답이지 않을까? 사실 정말 모르겠어. 나도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살고 싶고 많은 걸 함께 공유하고 향유한다면 좋겠다. 하지만 그것을 위한 표상이 꼭 '결혼'이라는 제도로만 한정 지어져야 할까? 왜 결혼 없이는 영원한 사랑을 약속할 수 없는 걸까?


라스트 나잇이라는 영화가 있다. 서로 아끼는 부부가 있다. 남편은 출장을 함께 떠난 동료와 섹스를 한다. 아내는 우연히 옛사랑을 만나 마음의 동요를 느낀다. 둘 다 배우자를 두고 바람을 피우고 있다. 보통 남자는 섹스의 유무에, 여자는 사랑의 유무에 상처 받는다고 한다. 왜? 여자는 남자보다 더 감성적인 동물이니까. 왜? 남자는 여자보다 본능에 충실한 동물이니까. 이런 멍청한 이분법적인 정의가 또 어디 있을까. 난 오히려 이렇게 생각한다. 매력적인 사람에게 눈이 가는 건 당연하다. 한 사람만 볼 수 없다. 더 멋있는 사람, 매력적인 사람을 보면 당연히 저 사람은 어떨까? 궁금하겠지. 머리는 얼마든지 상상할 수 있고 마음은 얼마든지 다른 속마음을 품을 수 있다. 하지만 섹스는 안된다. 사고를 치는 건 선택의 문제가 되는 것이다. 그냥 극단적인 예를 들자면, 저 사람을 죽이고 싶다고 생각은 할 수 있지만 우리가 살인을 하면 범죄자가 되는 것처럼. 결혼은 상대에게 충실하겠다고 한 맹세다. 마음은 바람피울 수 있지만 결혼이라는 제도 속에서 우리가 약속한 이상 절대 사고를 치면 안 되는 거다. 그건 진짜 문제가 되는 거다. 그리고 그냥 싫어. 나만의 것이 되겠다고 약속한 남자가 다른 여자랑 몸을 섞는다고? 싫다고.


열변을 토하는 내 앞에서 열심히 들어주고 맞장구도 쳐주고 잘못된 생각에는 반박도 해주는 우리 엄마. 엄마랑 있으면 재밌는 이유를 오늘 알았다. 우린 참 다양한 주제로 이야기한다. 보통 엄마와 딸 사이에 오갈 수 없는 대화들까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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