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서른일기

나였다면?

2019년 8월 31일

by 제인

잠에서 깨어나는 대로 밥을 먹는다. 별 일이 없으면 또 잔다. 점심은 좀 걸러도 된다. 아무것도 안 했으니까. 그러다 재미있든 없든 티비를 켜 뭔가를 보다 또 잠이 든다. 낮잠에서 깨어나면 입이 궁금해진다. 무언가를 먹는다. 그게 간식이든 밥이든.

보통의 주말이다.
당신이 미혼이라면.

쉬는 주말, 남편과 자식들 먹일 식사를 준비한다. 누워서 쉬고만 싶은데 밀린 빨래와 더러운 집안 꼴이 눈에 밟힌다. 세탁기를 돌려놓고 식구들이 잠에서 깨길 기다린다. 자식과 남편이 먹은 상을 치워주니 그나마 다행이다. 잠시 숨을 돌린 뒤, 빨래를 넌다. 금방 점심이다. 난 별로 생각이 없는데 식구들은 배가 고플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든다. 챙겨줘야 한다는 의무감에 사로잡힌다. 생각을 하는 것도 생각이다. 결국 하루 종일 쉬지 못했다.

보통의 주말이다.
당신이 기혼이라면.

일찍 일어나 있던 엄마가 게장 먹으러 가겠냐고 묻는다. 아침 10시부터. 왜냐고 물었다. 밥하기 귀찮아서라는 단순하고 강력한 대답. 집에서 차로 10분 거리에 유명한 게장집이 있다. 정말 눈곱만 떼고 택시를 타고 아침을 먹으러 갔다. 날이 좋아서 기분이 너 무 좋았다. 하늘은 푸르고 배는 불렀으니. 곰곰이 생각해 봤다. 나라면? 평일엔 일을 하고 기다려온 주말에, 밥을 하고 누군가를 신경써야 한다면. 나라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