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서른일기

러시아에서 온 친구

2019년 10월 9일

by 제인

영국에서 공부할 때, 같이 영어를 배우던 러시아 친구가 있었다. 그 친구는 내가 한국에 돌아온 이후에도 3년을 더 런던에 있으면서 학사를 땄다. 그러고는 러시아로 돌아가 직장인이 되었다. 26살의 어린 친구들이 서른이 되어 오랜만에 한국에서 만났다. 이렇게 반갑다니. 마치 어제인 것처럼 익숙하고 친근했다. 나보다 한국 아이돌을 잘 아는 친구라 할 얘깃거리가 넘쳤다. 한국인들에게는 사실 일상은 아닌 서촌의 한옥마을, 옛 모습이 그대로 있는 종로의 늙은 흔적의 건물들, 번쩍거리는 간판들이 외국인에게는 큰 영감을 주는 듯싶었다. 익선동에서 만나 그 좁은 길을 걷다가 근처 드럼통 고깃집에서 저녁을 먹었다. 삼겹살에는 뭐다? 소주다. 역시 러시아 친구라 소주 따위는 술 같지도 않은지 이건 물에 알코올 한 방울 떨어뜨려서 참이슬이냐고 묻는다. 대단하다. 한국인의 소울푸드나 마찬가지인 삼겹살에 소주를 마시고 우리는 거리를 걷다 한강을 가기로 했다. 혼자 여행을 온 친구라, 혼자서는 가면 외로운 곳을 같이 가주면 좋을 것 같았다. 마침 날씨도 좋았고 한창 붐빌 때였기에. 한강에 도착해 진풍경을 보던 친구는 입을 다물지를 못했다. 러시아에서는 길 가면서 술을 마실 수 없고 들고 다니는 것조차 불가능한 일이라고 한다. 술을 가리는 커버를 판매한다고도 한다. 이 많은 인파가 잔디에 텐트를 치고 술을 마시고 버스킹을 하는 것을 보고 대단한 민족이라고 감탄했다. 하하하. 가끔은 나도 한국 사람들이 신기해. 간단하게 편의점에서 요깃거리와 맥주를 사서 자리를 잡았다. 어둑어둑해진 밤, 천천히 지나가는 유람선과 노래하는 사람들, 먹고 노는 사람들, 키스하는 커플들. 너무나 다양한 사람들이 혼재했다. 러시아에서 온 이 친구까지. 우리는 내일을 약속하고는 헤어졌다. 러시아와 한국이라. 이 정도면 가깝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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