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10월 15일
출근길이었다. 짜증이 났다. 회사원들이 으레 그렇듯 출근길은 늘 지옥이 아닌 날이 없다. 회사에 숨겨놓은 종잣돈이 있거나 잘빠진 썸남이 있는 게 아닌 이상. 그리 즐거울 것은 없는 발걸음이다. 오늘도 축 처진 발걸음으로 역을 향해 가고 있었다. 듣고 있던 노래는 tori kelly의 <don't you worry bout a thing>. 스티비 원더 원곡의 노래였다. 이 노래는 나의 어떤 힐링 포인트를 자극하는 감성이 있다. 멜로디만 들으면 백 퍼센트 밝은 노래는 분명 아니다. 어느 구절은 슬프기도 하고 아련하기도 하다. 이 노래를 들으며 걷는 길 발걸음에 힘이 붙었다. 행복해졌다. 그래. 걱정할 게 뭐가 있어? 짜증을 낼 건 또 뭐야? 내가 세상을 예쁘게 보려고 하니 갑자기 해가 나에게 쏟아지는 듯한 따스함이 느껴졌다. 베실 베실 입에서는 웃음이 새어 나왔다. 마치 영화 어바웃 타임의 주인공이 된 듯 그렇게 10분을 걸어 역 앞에 도착했다. 왠지 오늘은 회사에서도 행복할 것 같은 그런 예감이 들었다. 가방에 손을 넣어 지갑을 찾았다. 더듬더듬. 없다. 겉옷 주머니도 찾아보았다. 없다. 놓고 왔구나. 지각이다. 그렇게 다시 얼굴을 구기고 집으로 돌아갔다. 그럼 그렇지. 인생이 시트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