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서른일기

인싸감성

2019년 1월 19일

by 제인

벌써 7년째에 접어든 모임이 있는 날이다. 2012년 영화제 공연팀으로 만나서 지금까지 만나고 있는 사람들. 술, 남자, 사람 좋아하는 솔직한 성격이 다들 비슷하다. 왕언니가 27세에 만나 막내가 29살이 된 지금까지 유지되고 있는 이유다. 지나가는 소리로 모두가 서른줄에 들어서는 2020년에 이비자로 놀러가기로 했었다. 좀 더 현실적인 스케쥴을 위해 태국으로 변경되었고 못가는 사람은 무조건 여행비 백만원을 기부해야한다. 약속은 지키라고 있는거다. 무조건 다 같이 가야지.


이 모임이 있는 날은 집에 가지 못하는 날이다. 1차, 2차 그리고 꼭 집에 가서 3차로 마무리된다. 음식에 맞춰서 주종을 결정해서 꼭 엄청 섞어마시게 된다. 그래도 어제는 위스키에 와인, 약간의 소주여서 조화로운 동서양의 밤이었다. 합정의 호랑이는 사실 이미 유명하지만 그래도 아직은 아는 사람만이 가는 술집인데 안주맛집이다. 정말 술 좋아하고 술을 즐기는 사람이 먹을 법한 안주를 내놓는다. 특히 이번에 먹은 고추부각에 크림치즈. 이 조합은 집에서 맥주마실 때, 냉장고뒤져서 나오는 메뉴다. 짭짤한 소금이 묻어진 바삭한 고추부각에 크리미한 치즈를 딱. 술이 절로 들어간다.




모임의 첫째, 셋째언니가 결혼발표를 했다. 한 해에 두명이나 보내야한다니. 이젠 전처럼 못놀겠지 생각하니 슬퍼졌다. 다들 얼큰하게 취해서 재밌는, 진지한, 야한, 온갖 얘기가 쏟아져나오고 미친듯이 박수치며 웃던 날이 그리워질 것이다. 삼십대가 되니 혼자가 되는 연습을 하게 되는 것 같다. 이십대에는 홀로 서는 연습을 하는 과정에 있었다면 삼십대에는 혼자가 되어도 괜찮은 연습을 하는 과정이다. 물론 가끔은 쓸쓸하고 춥겠지만 말이다.


집에 가기 전 3차로 와인바에 들렀다. 로제를 좋아하는 나(넷째), 스파클함은 약간(막내), 달달한 거 싫어하는 막내라인의 의견을 조합하여 로제와인 paul de coste rose brut을 주문했다. 계산하고 나오면서 왕언니가 너네 가격은 보고 주문했냐 묻길래 그런거 안봤는데! 당당하게 답했더니 돌아오는 쿨한 대답 "경제관념 없는 것들". 알고보니 제일 비싼거 시켰다. 다들 깔깔대며 웃었다.


막내라인의 독단적 메뉴결정은 사실 2차에서도 큰 웃음을 선사했다. 둘째와 셋째가 화장실에 간 사이, 새우튀김에 고수무침을 주문했다. 메뉴가 나오고 정말 맛있게 먹고 있는데 알고보니 둘째는 새우 알러지(그것도 먹으면 응급실가는 극심한 정도), 셋째는 고수혐오자였다. 정말 몰랐다.


인싸감성이라는게, 별로 어려운게 아니다. 왜냐면 우린 테어나길 인싸로 태어난 사람들이라서. 이렇게 사람들과 어울리고 그렇게 보내는 시간을 아까워하지 않는다. 이것이야 말로 진짜 인싸. "요즘 핫한 맛집이래, 거기 가자" 이건 가짜. 남들 다 가는데는 안간다. 우리가 가는 집이, 유명해져야 진짜. 그런 의미로 우린 다들 핵인싸다. 진정한 인싸는 사진따위 찍지 않지, 눈에 담을 뿐. peac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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