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서른일기

이제껏 몰랐다니 둔한 사람

2019년 1월 20일

by 제인

집이 아닌 홍대에서 출발하니 일찍 한남동에 도착했다. 그래 봤자 15분 일찍이지만 가까우니 여유로웠다. 역시 알바는 집 근처에서 해야 하는 건데 난 왜 여기까지 오고 있는가. 요즘엔 반경이 다 멀다. 한남동, 삼청동, 학원 분당. 어찌 된 영문인지 이런 내가 낯설지는 않다. 뭐라도 된 거 같아서 좋아. 다 내 나와바리같고 그래.


갑자기 내 손을 보니 굳은살이 잡혀 있다. 매 순간 핸드크림을 바르고 마사지를 해주고 네일 관리를 해줘도 어쩔 수 없이 손이 변하고 있다. 나중에 내 공간을 하게 될 때는 더 심해지겠지만 지금 일하면서 손이 망가지는 것보단 내 거 하면서 힘든 게 좋을 것 같다. 안정적이게 되면 마사지, 헤어, 스킨케어 다 좋은 걸로만 다닐 거니까. 조금만 더 고생하자.


집에 오는 길 전철에서 편하게 앉으려 다리를 꼬았다. 첼시 부츠를 신고 있었는데 갑자기 이상한 게 눈에 띄었다. 지퍼에 비닐이 안 벗겨져있었다. 정말 내 눈을 의심했다. 이 부츠를 산지 4개월, 30일만 신었다고 치고 신고 벗고 두 번이면 최소 60번은 이 지퍼를 내 손으로 만졌다는 계산이 된다. 근데 여태껏 몰랐다니 이 둔한 사람아. 대체 이렇게 둔하고 무신경해서 어쩔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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