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서른일기

치명적인 깨달음

2019년 1월 21일

by 제인

분명 월요일 아침이었다. 하지만 이상하게 공기가 일요일 같던 월요일 아침이었다. 일찍 눈을 떴을 때, '일요일인데 왜 이렇게 집이 조용하지?', '다들 자나. 나도 더 자야지.' 하고 다시 눈을 감은 지 10분 후 화들짝 놀라 깨버렸다. 오늘은 월요일이었고 지각이었다. 정신 차리자.


겨우 시간 맞춰서 출근하겠다. 다행이다. 일주일의 시작은 또 왜 이렇게 시린 건지 든든하게 패딩을 입었다. 새로 산 패딩은 엄청난 방한력을 자랑한다. 쿠션도 엄청 빵빵하게 들어있어서 앉을 때 너무 푹신하다. 하지만 이 겨울 나를 지켜주고 있는 사랑스러운 패딩은 엄청난 단점을 지니고 있었다. 통풍이 안된다는 치명적인 단점을. 무의식적으로 조용하게 방귀를 뀌었다. 그런데 이상하게 시간이 지나니 냄새가 없어지지 않고 패딩 안에 머무르는 느낌이 들었다. 진짜 웃겨. 바람을 그렇게 막아내더니 방귀가 공기 속으로 사라질 틈도 주지 않는 패딩이었다. 왜 침대에서 방귀 뀌면 이불을 펄럭대는지 체감하게 된 사건이었다.


학원 시작 전, 20분 정도 시간이 남아서 밥을 먹었다. 이제는 혼밥, 혼영, 혼술 정도는 어색하지 않다. 어렸을 때부터 혼자 하는 일을 잘했다. 영화도 혼자 집중해서 보는 것이 좋았다. 가끔 혼자만의 날을 만들어 하루 종일 아무 신경도 쓰지 않고 간섭도 받지 않고 하고 싶은 것만 하고 보고 싶은 것만 보기도 한다. 더불어 살아야 인생이지만 혼자 사는 것이 재밌기도 해야 외롭지 않게 산다. 한창 제육쌈김밥을 먹고 있는데 앙팡맨이 흘러나온다. 나도 모르게 전주를 듣고 고개를 까닥였는데 옆 테이블의 여자분이 따라 부르기 시작한다. ARMY IS EVERYWHERE.


오늘 3주 차 강의에서는 내가 하려는 일의 현직자이자 내가 걷는 길을 앞서 걸은 강사님이 말해 준 오늘의 팩트 한마디가 나를 위로했다. "확실한 건, 이 일은 절대 처음부터 잘하는 사람은 없어요. 언어는 기호잖아요. 쓰면 늘어요. 타고난 감각이 있을 순 있지만 그 감각도 메커니즘이라 익히면 돼요." 치명적인 깨달음이었다. 이게 될까? 내가 될까?라는 불안함은 치워두려고 해도 자꾸만 스멀스멀 올라와 나를 좀먹는다. 그럴 때마다 이 조언을 새기며 마음을 다잡아보려 한다. 분명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