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1월 28일
첫 피드백을 받는 날이 왔다. 기초반의 4주 차 마지막 강의, 한 곡은 써야 한다는 강사님의 제안에 모두 과제를 제출했다. 나에게 기한은 일주일이었고, 정작 가사를 쓴 시간은 하루인 것 같다. 먼저 자수를 따고 처음이라 자수를 확인하는 데에도 시간이 꽤 걸렸다. 그리고는 노래를 반복적으로 들었다. 정말 질리도록 들었다. 과제곡은 slow motion과 take a bow 둘 중 선곡하여 완곡하는 것이었다. 시작할 때는, 두 곡다 쓰려고 계획했고 한 곡당 다른 주제로 여러 개를 써보려 했다. 하지만 생각보다 쉬운 일이 아니었다. slow motion으로 정하고 사랑, 이별 이 흔한 주제로 먼저 써 내려가 보았다. 역시 자신의 약점은 자기 자신이 제일 잘 아는 법이다. 너무나 한정적인 단어 사용과 반복적인 내용이 내가 보아도 클리셰적이었다. 그래도 어찌어찌 완곡하고 나니 B 안을 써보아도 쉽사리 완성이 되지 않았다. 작사가님이 늘 말씀하시길, 곡에 완전하게 빠진 후에 곡을 설계하고 써 내려가야 1절 후에 2절을 쓸 수 있다고 했다. 짧게 생각하고 쓰려고 하니 모든 내용은 1절에서 끝이 났고 2절에는 더 이상 할 말이 없어졌다.
내 작품을 큰 모니터로 띄워놓고 수강생들이 함께 듣고 불러보고 총평을 하는 시간이 다가왔다. 생각보다 크게 부끄럽지 않았고 덜 수치스러웠다. 내 부족한 작품을 남들 앞에 꺼내 보이는 일에 자연스러워져야 한다고 마음을 먹어서 그런지 부끄럽지 않았다. 저것도 내 첫 새끼라고 아끼는 마음이라도 들었나. 하필 내가 첫 타자였다. 내 작품이 제일 먼저 스크린에 띄워졌고 사람들의 눈은 내 가사를 훑어내리기 바빴다. 얼굴이 붉어지려 하는 것을 애써 누르고 눌렀다.
나의 첫 '새끼'에 대한 총평은, <불린다>, <가사 같다>, <확 와 닿는 표현이 있었다. 그 표현은 잘 쓰지 않았던 화법이지만 그래서 신선하다. 이런 무리수 하나가 개성이 된다>, <벌스가 반복되는 점이 아쉬웠다>, <반복된 자수에 디테일한 점을 녹여낼 것>, <영어 애드리브 파트는 퉁친 느낌이 강하다>.
전부다 인정한다. 영어 애드리브 파트는 정말 말 그대로 퉁쳤다. 일단 불릴 수 있게만 만들어야 한다는 생각에 그 자수에 맞는 말을 찾지 못했다. 떠오르지 않아도 결국 그 부분을 어떤 수를 써서라도 채워 넣어야 하는 게 이 직업의 숙명이다.
그래도 수강생이 토요일에 비해 적다 보니 한 작품을 거의 한 시간을 피드백했다. 내 차례가 끝나니 속이 다 후련했다. 이제 다른 사람의 작품을 들을 때였다. 같은 노래가 울려 퍼지고 타인의 작품이 모니터에 띄워졌다. 따라 불러보려 했지만 불러지지 않았다. 내용도 끼워넣기 식이 었고 급하게 쓴 듯했다. 갑자기 나 자신은 얄밉게도 자신감이 샘솟았다. 내 작품을 평가받는 것보다 남의 작품에 비교했을 때, 상대적으로 뒤떨어지면 어쩌나 걱정했다. 다들 너무 잘하는데 내가 못할까 봐, 재능도 없는데 덤빈 걸까 봐. 그런데 이번 첫 완곡을 통해서 남의 작품을 신경 쓸 것도 없다는 것을 깨달았고 앞가림이나 잘해야겠다 싶었다. 이건 정말 첫 완곡일 뿐이고 누가 더 낫다 못하다 말할 수 없다. 시작일 뿐이다. 그래도 1에서 10이 있다면 적어도 1이 아닌 5에서 시작하는 느낌이 든다는 것으로 나를 격려했다. 한 단계씩 성장하고 나아지는 완곡이 되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