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서른일기

온탕과 냉탕

2019년 1월 29일

by 제인

아침부터 감지 못한 머리 때문에 더러운 기분이 들었다. 이보다 더 기름질 수 없을 머리와 화장기 없는 얼굴이 맘에 들지 않았다. 퇴근 후 저녁 먹고 목욕탕을 가기로 엄마와 이야기를 하고 동네에 먼저 도착해 매밀촌에 갔다. 저녁 7시밖에 안됐는데 재료가 다 소진됐다고 한다. 비빔메밀면에 떡갈비 먹고 싶었는데 눈물을 머금고 나와야 했다. 결국 만만한 쭉심에 들어가 먼저 주문을 했다. 동생, 엄마가 차례로 들어오고 식사를 시작했다.


이 쭈꾸미집이 웃긴 게 원래는 메뉴를 시키면 그 안에 쫄면 사리와 콩나물이 들어있었다. 근데 어느새부턴가 기본에 안 들어있고 식사 중간쯤 직원이 와서 '서비스'라면서 사리를 넣어주고 간다. 가격은 전과 동일하다. 사실 난 동일한 돈을 지불했고 이미 메뉴에 들어가 있어야 마땅할 사리를 지급받은 것일 뿐인데, '서비스'라는 단어 하나에 괜히 대접받은 느낌이 든다. '이 집 머리 잘 쓰네'싶었다.


맛있는 저녁 식사 후 목욕탕은 양가적 감정을 불러일으킨다. 탈의를 하고 본격적으로 사우나에 들어가기 전 늘 체중계에 올라가는 것이 습관이다. 모든 목욕탕에 체중계는 입구에 떡하니 있다. 모두가 그러는지는 모르겠지만 나는 엄마한테 배운 습관이다. 시험대에 올려진 나는 인생 최고의 몸무게 성적을 거두었다. 역대로 살을 많이 가지고 있다. 하다못해 고3, 먹고 앉아서 공부만 하던 시절에도 이렇게 살이 찌진 않았었는데, 확실히 운동 안 하고 많이 먹는 영향을 나도 받긴 받나 보다. 살면서 다이어트라는 것을 해본 적이 없다. 할 이유도 필요도 느끼지 못했다. 재수 없지만 난 나 자신한테 꽤 만족하는 편이었다. 대단히 이쁘지도 몸매가 좋지도 않지만 그래도 어디 가서 험한 소리는 듣지 않는 보통의 사람이다. 예쁘면 더 예뻐지고 싶고 안 예쁘면 예뻐지고 싶은 욕구가 강해지는데 나는 그냥 평범해서, 그래도 어디 가서 뒤떨어지지는 않으니까 이 정도에 만족하면서 살았다. 근데 최근 들어, 아니 작년에 퇴사한 이후로 수영 외에는 운동과는 담쌓았고 스트레스를 받다 보니 먹는 양도 늘었다. 대수롭지 않게 여겼던 것들이 한꺼번에 왔다. 살과 근육과 나이가 말이다. 이제는 조금은 대수롭게 여겨봐야겠다. 그래도 배부르고 등 따시니 몸이 쫙 풀리며 하루의 피곤이 날아간다. 온탕과 냉탕, 사우나를 오고 가는 사우나에서의 저녁은 그렇게 끝이 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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