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서른일기

날을 춥게 만드는 녀석

2019년 1월 31일

by 제인

광화문 락희옥에서 저녁을 먹기로 했다. 퇴근 후, 락희옥으로 달려갔더니 전부 다 예약석으로 워크인은 8시부터 가능하단다. 이 무슨 예정 없는 날벼락인지. 만나기로 한 친구는 아직 퇴근 전이라 어디든 들어가 있으려 근처에 있는 광화문 해물이라는 곳에 들어갔는데 여기도 만석에 예약이 풀이란다. 갈 곳을 잃고 길에서 방황하는데 어제까지만 해도 따뜻하던 날씨가 이렇게 차갑게 변하다니. 도저히 추워서 지나다 은행으로 피신했다. 목요일, 광화문 일대에 무슨 일이라도 난 것일까. 들어가는 식당마다 발 디딜 틈이 없다. 친구를 만나 몇 군데를 더 돌아보아도 다 웨이팅이라는 처참한 결과에 굴복하고 마지막으로 들어간 넙딱집이라는 고깃집에 정착했다. 친절한 사장님의 웨이팅 안내와 서비스가 좋았다. 다행히 예약석으로 비워놓았던 테이블이 예약을 취소해 금방 착석할 수 있었다.



이 가게, 저 가게 모두 회식하는 사람들 천지였다. 다양한 인간군상이 모여 하나의 일을 하는 재밌는 집단, 자세히 관찰하니 회식에 참여하고 있는 모든 이들의 얼굴은 다 다른 의미를 품고 있었다. 집에 가고 싶어 죽겠는 얼굴, 회식이 재밌는 얼굴, 그저 술이 좋은 얼굴, 상사에게 잘 보이려는 웃음, 살짝 취기가 올라 그간 하지 못했던 이야기를 하는 사람들까지 가지각색이었다. 신경 쓰고 밥이나 먹자고 생각하는 순간, 옆 테이블 회식자리에서 들려오는 건배제의. 이 얼마나 무의미한가. 회식은 팀원들의 단합을 위해 있는 수단인데 왜, 이 단합이라는 것은 회사에서 하지 않고 늘 회사 밖에서 근무 밖의 시간에 이루어지는 걸까. 심지어 야유회, 등산도 단합이라는 억지 명목 하에 인재를 무상으로 근로시키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돈 주면 하겠다 이거야. 대한민국 회사원들 만세.


이 친구를 만나는 날은 이상하게도 항상 춥다. 이 친구는 늘 극한의 날씨를 몰고 다니는데 여름에는 해를 겨울에는 강풍을 부른다. 어제까지만 해도 영상의 날씨로 포근했는데 이 친구와의 약속 날이 오니 어제의 따뜻함은 어디로 도망갔는지 이 세상에서 사라져 버렸다. 고기를 먹고 나오니 바람이 얼굴을 때리기 시작한다. 그냥 근처에 있는 카페에 들어갔다. 앞으로는 한겨울, 한 여름에는 이 친구를 만나지 않아야겠다.



매거진의 이전글재능이 없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