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서른일기

anti-치킨

2019년 2월 1일

by 제인

이상하게 치킨이 먹고 싶은 날이었다. 4가지 맛이 한 번에 들어있는 세트를 시켰다. 오랜만에 먹으니 맛있었다. 치킨을 싫어하는 내가 먼저 치킨 얘기를 꺼내니 나의 어머니는 '너 지금 제정신이야?' 하는 표정으로 나를 보았다.


나는 한국에서의 '치킨'으로 통칭되는 프라이드치킨을 좋아하지 않는다. 싫어하는 것은 아니고 안 먹는 것도 아니지만 대한민국 사람이라면 80퍼센트는 환장하는 이 튀긴 닭은 나에게 크게 매력적이지 않다. 치맥도 그저 배부르고 기름진 조합일 뿐이다. 처음부터 프라이드치킨을 먹지 않았던 것은 아니다. 어렸을 땐, 대개 그랬듯 아빠가 퇴근 후 사 오시는 치킨이 그렇게 좋았다. 특히 달콤한 소스가 잔뜩 발린 양념치킨은 손가락에 묻은 소스를 쪽쪽 빨아가며 먹는 맛도 좋았다. 치킨 브랜드라고는 페리카나, 처갓집, bhc 외 소수였던, 지금과 같이 식사가 아닌 간식으로 여겨졌던 시절이다. 머리가 크면서 한 다큐를 보게 되었다. 우리가 얼마나 많은 닭을 소비하고 있는지, 그 닭은 어디서 어떻게 오고 있는지에 대한 내용이었다. 사실 다른 부분은 다 제외하고 내가 닭 소비를 지양하게 만든 한 장면이 있었다. 업장으로 보내지는 식용닭은 다 염지라는 공정을 거친다. 닭에 소금물 가득한 주사기를 예닐곱 개를 꽂아 염지 한다. 닭의 몸에 그 많은 주사기가 꽂혀있는 장면이 꽤나 충격적이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염지는 나쁜 것이 아니고 필요한 과정이라고 생각하지만 그냥 나는 인위적인 것이 싫다. 긴 보존을 위해 인위적으로 무언가를 첨가하는 일, 그렇게 만들어진 것을 먹는 게 거부감이 든다. 이렇게 생각하면 세상에 먹을 것 하나 없다고 해도 할 말은 없다. 단순히 이것은 나만의 기호이다. 내가 주사기가 잔뜩 꽂힌 닭을 보지 않았다면 지금까지도 치킨을 먹고 있었을 것이다. 치킨 브랜드가 우후죽순으로 생겨나면서 닭 소비량이 세계 1위가 된 대한민국에서 치킨을 좋아하지 않는 사람으로 사는 것은 사실 조금은 힘든 일이다. "먹을 것도 없는데 치맥 할까?", "야구엔 치맥이지", "2차는 치킨이지", "야식 뭐 시킬까, 치킨?" 이 모든 제안에 나는 조용히 외쳐본다. anti-치킨. 저 안 먹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