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서른일기

rainny sunday

2019년 2월 3일

by 제인

어제 늦은 밤, 잠이 들기 시작한 시간부터 비가 왔다. 타닥타닥 빗방울이 바닥을 때리는 소리가 좋아서 베란다 창문을 열어놓는다. 비 오는 날은 기분이 너무 좋다. 난 언제부터 비를 좋아하게 된 걸까.


우산으로 떨어지는 비를 맞아내며 길을 걷는 것은 가끔은 공기로 가득한 수중세계 한가운데에 있는 느낌이 들게 한다. 비와 함께 하는 출근길이라 주말이라 다행이다. 비 오는 날의 평일 아침 러시아워는 우산과 튄 물로 범벅이 된 사람들의 찌푸린 얼굴과 함께 해야 한다. 내가 좋아하는 날이 보통 대게는 싫어하는 날인 것이 싫었다.


비도 오고 명절이니 고추튀김이 먹고 싶다고 얘기하는 중에 들어온 오빠가 내 말을 엿듣기라도 한 듯 고추튀김 해 먹을까? 하고 묻는다. 어쩜 내 마음속에 들어왔다 간 건가요. 그대. 결국 말 한마디에, 점심은 고추튀김과 깻잎전으로 결정되었다. 오빠 덕분에 30년 인생 살면서 처음으로 깻잎 전도 다 만들어 본다.



남들에게 나는 어떤 이미지로 비칠까. 타인의 눈을 신경 쓰지 않고 살아서 그런지 가끔 주변 사람들에게서 나에 관한 이야기를 들을 때면, 새로운 나를 만나게 된다. 어조나 표정에 관련된 것들, 내가 하는 작은 행동을 보고 예측하는 나의 성격들 같은 것. 소위 말하는 이미지에 대해 들으면 낯설다. 나는 보이는 것처럼 강한 정신의 소유자도 아니고 이성을 잘 유혹할 줄도 모르며 연애 경험도 그리 많지 않다. 속정이 많고 고집이 없다. 하지만 이건 내가 보는 나일

뿐이다. 이미지뿐만 아니라 진짜 한 사람의 인격을 보는 일은 시간이 걸린다. 내가 비를 좋아하는 것처럼, 이미지는 보는 사람에 의해 결정된다. 누군가는 비를 좋아하고 누군가는 싫어한다. 누군가에게 비는 아름다운 내림이지만 누군가에게는 꼴도 보기 싫은 하늘의 오물일 테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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