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로미테, 알프디시우시와 사소룽고
오르티세이 버스정류장은 아침부터 북적인다. 한번 버스를 놓치면 다음 버스까지는 꽤 긴 시간을 기다려야 하기에 산악인들은 아침 먹고 부랴부랴 준비해 미리 버스를 기다린다. 오르티세이에서 알프디시우시로 가기 위해서는 케이블카를 타야 하는데 케이블카를 타는 지점까지 버스를 탔는지, 걸었는지 전혀 기억이 안 난다. 그저 오늘 산을 오른다는 생각에 들떠서 마음이 몽실거렸다.
케이블카에서 내려 알프디시우시 초입에 도착했다. 드넓은 초원을 보는 순간 이것이 심봉사가 눈 뜬 기분일까 싶었다. 이 좋은 눈으로 좁은 것들만 보고 살아야 하는 게 슬퍼질 정도의 자연이었다. 대체 어디까지 펼쳐져 있는 초원인 걸까 싶게 광활했다. 여기쯤 걸어왔을 때, 가족들한테 영상통화를 걸었다. 나만 보기엔 미안한 아름다움이었다. 사랑하는 사람들한테 꼭 보여주고 싶었다.
푸르른 것들과 마주할 때의 나는 완전하게 고삐 풀린 망아지가 된다.
아드레날린 과다 분비.
행복함 최대치를 딱 찍었지.
가까워지고 있는 사소룽고
점점 가까워질 수록 이상하게 더 커보였다.
멀리서 보면 손으로도 잡힐 것 같았는데 다가갈 수록 아니었다.
거대함 그 자체였다.
이 날은 하늘과 구름까지, 신이 나에게 주신 선물일까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모든 것이 완벽했다.
아무런 보정도 하지 않은 원본 그대로의 사소룽고.
사진은 실물의 삼분의 일도 다 담지 못했다.
「저 푸른 초원 위에 그림 같은 집을 짓고 사랑하는 우리님과 한 백 년 살고 싶어」
옛날 노래에는 틀린 말이 하나도 없다. 돌로미테를 걸으며 사소룽고를 마주하며 생각난 노래가 남진의 님과 함께라니. 아름다운 하늘 아래 나와 사랑하는 사람만 있다면 부족할 것이 없겠다. 설사 부족하더라도 다 이해할 수 있는 아량이 생길 것만 같은 돌로미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