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왜 이리 자신감이 없게 성장했나 이유를 생각해보았다.
화목하지 못 했던 어린시절이란 환경을 제외하고 말이다.
곰곰이 생각해보니 사회의 분위기도 한몫 했던 것 같다.
어린 시절부터 이유도 모르는 속셈학원, 피아노 학원을 아무 생각없이 다녔고 왜 내가 그것들을 해야 하는지 모르는 채 그저 그 모든 것은 주위 친구들도 다 하는 나도 해야 하는 것이었다.
초등학교때부터 책상 중간에 책가방으로 가린 후 시험을 봤고 내가 싫어하는 수학은 언제나 성적이 안 나왔고 나는 그것에 자신감이 없었던 듯 하다.
그리고 나는 내내 내가 이 모든 것을 왜 해야 하는지 몰랐던 듯 하다.
수채화 그리기 대회 같은 것도 멍하니 그리고 싶은 것도, 그림으로 표현할 줄 몰랐던 나는 그 시간들조차도 모두 나를 자신없게, 나 자신이 아무런 재주도 없는 아이라는 것을 증명하는 듯한 그저 때우기 위한 곤욕의 시간이었다.
이제서야 어릴 적에는 많이 놀아야 한다는 것이 많이 육아서에서도 나오고 그런 생각들이 전파되고 있지만 나 때만 해도 어릴 적부터 학원을 보내 시험을 중시했던,
그래서 좋은 대학에 가야 전쟁을 경험했던 어머니 시대들의 가난을 대물림하지 않는 유일한 방법이라고 여겼던 게 아닌가 싶다.
중학교 고등학교 내내 나는 내가 왜 이 모든것을 해야하는지 알 수가 없었고 그저 모든 것은 내가 기억하는 한 그저 나에게 주어진 ‘해야만 하는’일이었다.
그렇게 초등부터 고등까지 이유도 모른 채 그렇다고 딱히 특출난 무언가도 없는 채 떠밀리듯 억지로 달려왔지만 대학을 온 뒤에도 내가 여기 와서 무엇을 해야 하는가 몰랐던 것 같고,
그저 어떤 자격증을 따야만, 학점은 어느정도 이상 받아야 하고, 토익은 최소 몇점은 되야 취직할 수 있다더라 하는 정도로 나의 목표로 삼았던 것 같다.
그래서 넉넉한 살림은 아니지만 어머니께서 나를 중국 유학까지 보내주시고 토익학원도 전전하고 하면서 결국은 아주 작은 중소기업에 입사.
중소기업에 들어오니 하루건너 한번 술이고.
그렇다고 쥐꼬리만한 월급으로 내가 할 수 있는 것이라고는 퇴근 후 운동하러 가는 것 뿐.
그 뒤엔 이 생활에서 벗어나고 싶다는 듯이 결혼으로 도피.
결혼 후에는 또 이유없이 하는 일이 없어보이는 나 자신에게 면죄부를 주듯이 목적없는 대학원으로 도피.
대학원 후에는 남들 다 하는 아이를 낳았고.
(하지만 아이를 낳은 일은 내 예상외로 나에게 크나큰 기쁨을 안겨주었다)
아이가 돌이 되고 또 외국에서 작은 회사 취업.
상사의 등살에 못 견디고 (나는 얌전해보이지만 의외로 말을 안 듣는다) 회사를 나오고.
가만히 이 모든 과정을 살펴보면
나는 태어나고 내가 기억이 나는 순간부터는 내가 하고 싶어서가 아닌 무언가에 이끌려 그저 모든 것이 나에겐 의무였던 것 같다.
크고 나서 느낀 것은 어릴 적 그 모든 것이 미술,수학,피아노, 대학입시 등등이 사실은 의무일 필요가 없었다는 것이다.
나에게는 이 모든 것을 왜 해야 하는지 알려주는 사람이 없었고 나는 영문도 모른채 지금 이 나이가 되도록 아무도 강요하지 않는(그저 너를 위해서 였어 라고 무언의 압박을 가하는) 의무만 행했던 것이다.
그 무언의 압박 속에는 너는 이 모든 것들을 잘해내면 너의 인생엔 꽃길이 펼쳐질거야. 라고 했지만
동기부여가 되지 않았던 나는 그 모든 것들 중에 많은 것들을 잘 해내지 못 했고 잘 해내지 못하는 나에 대해서
‘나는 바보야. 나는 잘 하는 것이 하나도 없어. 나는 공부도, 사교성도 꽝이야.나는 쓸모없는 사람이야’ 라는 의식을 아주 어릴 적부터 심어오지 않았나 싶다.
그 모든 것이 사실은 의무가 아니었음을.
그 모든 것을 꼭 잘 해낼 필요는 없었음을.
그저 내가 사랑하는 것을 발견하기 위해 탐험하는 과정임을 내가 조금 더 일찍 발견했더라면
삶을 그렇게 항상 무기력하게, 동기 부여 없이 그렇게 시간 낭비하며 이유없이 열심히 살지 않았을지도 모르겠다.
이유없는 성실함보다는
이유있는 게으름이 낫다.
내가 몇살까지는 살지 몰라도
더 늦지 않게 이제라도 나만의 삶의 의미를 찾고 싶다.
내가 오늘을 사는 이유.
내가 이 세상에 존재하는 이유.
모든 사람이 제각기 이유가 다를 것이며,
우리는 다르기에 서로 같이 살아가는 재미가 있다.
각자 다른 삶의 목표를,
각자의 개성을 존중해야 한다.
[인간이 직면하는 대부분의 문제는
삶에서 의미와 목적을 찾지 못하는데 그 원인이 있다.]
-빅터 프랭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