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생은 망했어

by 메가스포어 megaspore

[이번 생은 망했어] 라는 소설을 쓰다가 말았다.

‘우리가 인생을 똑같이 다시 산다면 잘 살 수 있을까’ 라는 생각을 기점으로 써보았는데 섣불리 아빠를 등장시키는 바람에 더이상 진전시키지 못하고 그대로 머물러 있다. (아빠를 다시 만난다면 무슨 말을 해야할지 아직 모르겠어서..)

우리가 사는 인생에는 리허설이 없기에, 모든 인생의 과정이 다 처음이고 실수 투성이이기에, 어느 책 제목처럼 ‘내가 지금 알고 있는 것들을 그때도 알았더라면’이란 생각을 종종 하곤 한다.

전개되지 못한 [이.생.망] 소설 안에서 과거로 다시 돌아가 똑같은 인생을 다시 살 기회를 얻은 주인공은 ‘지금 알고 있는 것들’을 그때에 적용시키며 똑같이 주어진 상황에서도 인생을 더 잘 살아나간다.

하지만 결국은 이러나 저러나 ‘나는 나’이기에 다시금 비슷한 상황에서 비슷한 선택을 하는 자신을 발견하게 되고, 예전의 행복, 즉 본인이 누렸었던 (전생)과거시절의 행복을 그리워하게 된다.

결국은 어렵게(혹은 우연히)다시 얻은 인생의 기회지만 다시 전생에서 얻은 것들을 똑같이 얻기 위해, 즉 전생으로 돌아가기 위해 고군분투한다.

다시금 똑같은 선택을 하고, 또 다시 실수를 하고(실수를 해야 똑같이 그 다음 단계로 나아갈 수 있기에)그 과정에서 또 울고 웃는다.

그래서 어렵사리(혹은 자연스럽게)전생의 그 시절 (주인공이 과거로 돌아갔던)똑같은 그 상황으로 돌아가게 된다. 그러면서 대단원의 막을 내리게 되는 소설인데... (휴.. 역시 아빠를 너무 빨리 등장시켰어..)

내가 소설에서 말하고 싶었던 메시지는 바로 이것이다.

우리는 항상(대부분) 과거를 그리워하거나 후회하고 현재에 불만족한다. 그래서 늘 현재를 놓치고 ‘그때로 돌아간다면 이러이러할텐데’ 라는 가정을 해보고는 한다.

하지만 결국 ‘나는 나’이기에 우리는 똑같은 상황에 돌아간다고 하더라도 결국은 또 비슷한 선택들을 하게 되고 또 비슷한 현재에 이를 것이라는 것이다.

그래서 이 만족스럽지 못한(못하게 느껴지는)현재는 결국 우리가 고군분투하며 애써 어렵사리 찾은 우리의 인생이며 그렇기에 우리는 이 순간을 소중히 여겨야 한다는 것이다.

전생에서 옷깃을 천번을 스쳐야 이생에서 인연이 된다는 말이 있다. 그만큼 인연이 소중하다는 말이리라.

별거 없어 보이는 우리네 인생.

그래서 늘 다른 곳을 바라보고, 후회하고, 지루해한다.

하지만 우리가 이곳까지 오기 위해 얼마나 많은 세월을 거쳤는가. 세상의 폭풍우 속에서 얼마나 많은 고뇌와 고군분투가 있었는지를 생각하면, 현재가 비록 내가 꿈꾸던 그것은 아닐지라도 자신이 대견스럽게 느껴질 것이다.

어찌됐건, 저찌됐건,
올해도 또 지나갔다.

비록 우리가 이룬 결과가 우리가 생각한 것만큼은 만족스럽지 않을지라도, 이것은 내가 그토록 고뇌하고 (나 나름대로는)고군분투하며 얻은 결과이니 한해동안 이리 뛰고 저리 뛴 자신에게, 또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수고했다는, 고맙다는 말 한마디 전했으면 좋겠다.

그리고 우리는 또 다시 시작할 것이다.

결국 또 같은 곳에 돌아올지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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