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년 전에 신랑이랑 태국 여행을 갔었다.
타오섬에서 열리는 바닷가 파티에 갔는데
나는 파티를 즐기기 전 불타오르는 태양의 그림을 등에 그리고 파티장 입구에서 사간 술 여러병을 어떤 작은 쇠양동이(?)로 고주망탱이 될 정도로 섞어 마시고 술에 취해 미친 듯 막춤을 추는데 모르는 외국 남자가 내 허리에 은근슬쩍 손을 대는 것을 느꼈지만 술에 취했다는 핑계로 그저 그 순간을 enjoy.. ^^
(신랑은 내가 어디까지 가는지 보려고 옆에서 지켜봤다고 한다...무서운 남자...)
고주망탱이 되어 모래 사장에 그냥 벌러덩 누워 쉬었는데 차가운 그 모래의 느낌이 아직도 느껴지는 듯 하다.
나중에 신랑이 찍은 내 사진을 보니 아주 얼굴은 벌개가지고 옷도 입었는지 말았는지 아주 꼴이 말이 아니더라.
그런데 가끔은 그런 일탈도 필요한지
그때 나를 놓아버리고 놀았던 기억은 아직도 나를
흐뭇하게 한다.^^
태국 방콕 길거리에서 말로만 듣던 호스트 들도 보고 (딱 달라붙은 옷을 입은 날씬한 혹은 근육질의 남자 여럿이 여자 손님을 유혹하고 있었다) 성전환 수술을 한 것 같은, 아직도 남자처럼 보이지만 나보다 더 날씬한 몸매를 자랑하는 남자같은 여자도 보고.
또 우리 부부에게 무슨 전단지를 주길래 봤더니 헛!
이건 바로 구경하기 힘든 야한 공연이 아닌가.
기회는 이때다 싶어 신랑한테 보러 가자고 졸랐지만 나를 무슨 괴상한 여자 취급하며 나중에 인터넷으로 보여준다고 하며 결국 거절 당했다..
암튼 그렇게 나름 문화 차이를 느끼며 즐거운 여행길에 호텔도 방콕에서 나름 가장 좋은 호텔의 방콕의 전경이 한눈에 보이는 그런 호텔방에서 묵었더랬다.
좋은 호텔이라 그런지 직원들의 서비스 태도도 아주 굿이고 음식도 다 입에 맞았고 그랬다.
방콕의 좋은 호텔에서 편안한 시간을 보낸 후 그 광란의 파티가 열리는 섬에 도착해 예약된 민박집? 비스무리한 그런 곳에 도착을 했는데 싼게 비지떡이라고 우리가 예약을 했는데도 불구하고 어느 사이트에서 예약을 했냐며 우리를 방으로 안내도 안 하고 무조건 계속 기다리라고 하는 것이었다..
한시간 정도 기다렸을까.
평소 그닥 성질이 좋지 않은 신랑은 드디어 못 참고 환불을 요구하며 화를 내고 그 민박집을 떠났고 우리는 파티가 열리기 아직 몇 시간이 남았는데 짐도 놓을 곳 없이 그렇게 길거리에서 방황을 하게 되었다.
휴, 섬까지 한참 배 타고 들어오느라 몸은 피곤해 죽겠는데 몸을 뉘일 데는 없고 여기까지 온 김에 파티는 가야 하는데 이 피곤한 몸을 이끌고 무슨 파티..
하지만 방콕 같이 큰 도시도 아니고 갑자기 묵을 데를 찾기란 힘들었다.
수소문을 한 끝에 어떤 태국 가게 주인 아주머니가 우리를 안내해 준 그 곳은 바로
'안마방'
ㅡ-ㅡ
태국 아주머니가 열쇠를 열고 우리를 들여보내준 그 곳은 이층으로 된 안마방이었는데
정말 깨끗하지도 않고 그냥 방바닥에 베개만 깔고 누워 안마받는 그런 곳이었다..
화장실이 급해 갔는데 역시 화장실도 위생적이지 않고..
휴, 그 방콕의 전경 좋은 호텔에서 묵다가
이게 갑자기 왠... 우리는 짐을 옆에 놓고
차가운 방바닥에 (위생적이지 않아 보이는 방바닥에)
어쩔수 없이 몸을 뉘였는데..
신랑이 그때 나한테 하는 말
"이런데 와도 괜찮아? 그 민박집에서 그냥 묵을 거 그랬나봐.."
나한테 왠지 미안했나보다.
너무나 피곤했던 신랑은 곧 이어
잠이 들어버렸고 나는 몇시간 후의 파티에
가기 위해 신랑이 깰 때까지 잠을 잠시 참고
신랑이 깰 때를 기다렸다.(알람을 맞추고 둘다 잠을 잘 수도 있었지만 신랑이 이 장소가 불안했는지 한명은 깨있자고 했다..)
암튼 번갈아 잠시 눈을 붙인 후 자정이 되어 시작하는 파티에 가서 몸을 회복한 우리는 광란의, 일탈의 밤을 아주 잘 누렸다.
파티에서 고주망탱이 되어 안마방으로 돌아온 우리는 한명은 깨있자던 아까의 경계 의식은 온데간데 없이 섬에서 떠나는 뱃시간을 알람을 맞추고 세상 모르게 내 안방처럼 자버렸다..
안마방을 떠날 때 그 태국 가게 아주머니에게
방삯을 지불하고 안마방 열쇠를 돌려주고 우리는 섬을 떠나는 배를 탔다.
우리를 안마방으로 안내해주던 그 아주머니도 첨에는 우리를 어떻게 해하려는 것이 아닐까 뭔가 의심이 되더니 열쇠를 돌려줄 때 보니 그냥 곤경에 처한 두 외국인을 도와주고 싶었던 선량한 아주머니처럼 보였다.
방콕의 전망좋던 최고의 호텔,
그리고 참 위생적이지 못했던 차가운 방바닥의
이름 모를 안마방.
몇년이 지난 지금,
나의 뇌리 속에 지워지지 않는 곳은
안락했던 전망좋던 호텔이 아니라
그 지저분했던 이름 모를 안마방이다.
이름 모를 안마방에서 우리는 뭔지 모를 불안에 떨며
서로에게 기댄 채 잠을 이뤘고
나는 피곤에 지쳐 나에게 기대 잠이 든
신랑의 얼굴을 낯선 곳에서 낯선 사람 바라보듯이
물끄러미 쳐다봤더랬다.
참 희안하다.
그 당시엔 안락한 그 호텔이 참 좋은줄만 알았는데..
결국 세월이 지난 후에 내 기억 속에 잊지 못할 추억으로 남아 있는 것은 그 여행길에 예상치 못 했던
불안감을, 불편을 안겨주었던
그 고생했던 낯선 안마방이니 말이다.
삶이라는 것이,
추억이라는 것이
이런 것일까?
그 당시에는 안락함이 그저 좋은 줄 알았지만
지나고 보면 참 고생했던, 그래서 서로를
더 의지할 수 밖에 없었던
그 시절이 더 아름답게 느껴지는 것.
혹시 지금 본의 아니게 고생길에 들었다면
이렇게 생각해보면 어떨까.
어쩌면
지금이 나의 가장 아름다운 순간일지도 모른다고.
이 순간 살아있다면,
모든 순간은 그저 다
아름답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