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기력한 시작의 위대함

나는 누구보다 무기력하다고 자부(?)하는 사람인데
그런 나도 무기력하지 않을 때가 있었다.

하지만 무기력하지 않는 단계는
언제나 무기력한 시작을 통과하고 나서야 찾아왔으니....

결혼하고 나서야 스키장을 처음 가보았고
스노우 보드라는 것을 처음 배우게 되었다.

(부끄럽지만 어릴 때 눈썰매장 이후로는 스키장이라는
곳은 가본 적이 없었다. 왜인지 모르겠다.
그저 그런 곳은 왠지 특별한 운동적 재능과
여유가 있는 사람들만이 가서 고급(?)의 취미를 즐기는 곳이라는 편견이 있었나보다.
누군가 스키를 왜 안 좋아하냐고 하면
나는 그런덴 취미가 없어..라고 대답했을 것이다.
해보지도 않았으면서.)

그런 내 기준에서 고급(?)취미인 보드를 배우게 된 것도 당연히 무기력한 내 자의가 아닌 타의에 의해서였다.

신랑의 친구 부부가 우리 부부와 같이 스키장을 가자고
자기네들끼리 이미 정해버렸고 나는 어쩔 수 없이 같이
따라가게 되었는데 가면서도 나는 즐겁지 않았고
(배움,도전에 대한 설레임보다는 내가 못하는 것을
드러내야 한다는 것에 대해 반감이 있었을 것이다.)
배우는 내내도 기분이 상했다.

체력장 5등급인 나는 같은 보드 기초 과정인데도
신랑 친구 와이프에 비해 현저히 배우는 속도가 떨어졌으며 그 부부가 사이좋게 눈경사를 내려올 때
나는 역시 스키 기초 과정을 막 마스터한 신랑이
나를 부끄러워 하며 나를 모르는 사람인척
지나치는 것을 느끼며 (지도 기초면서...)
눈썰매장만 가본 사람답게 보드로 눈썰매를 타고
내려오고 있었다...

즐기려 갔다가 신랑 친구 부부 앞에서 이런 망신스런 모습이나 보이고 원래도 없는 자존감은 점점 바닥을 치고..
남의 편은 이런 와이프를 부끄러워 하고..
이럴거면 왜 왔냐는 식의 빈정거림 ㅡ_ㅡ

휴..자존심이 있는대로 상한 채 하루를 보내고
진짜 그대로 집에 가고 싶었으나 일정이 많이 남은
관계로 어쩔 수 없이 다음 날에도 타야 했는데
나는 무언가 비장한 각오 같은 것이 들었다.

나를 빈정대기에 여념없는 무정한 남의 편,
계속 눈썰매를 타는 나 때문에 마음 편히 즐기지 못하는
신랑 친구 부부의 눈빛.

비장한 각오를 하고 새로 보드 강사를 초빙하여 처음
무릎 꿇고 일어서는 것부터 다시 시작.
처음에는 여전히 안 되는 듯 했으나 비장한 각오를 해서인지 넘어져도 굴러도 또 일어서고 다시 일어서고.

그러다보니 나도 소위 낙엽으로 이리 저리로
눈과 바람을 즐길 수 있게 되었는데..

그 뒤로 몇번 스키장을 더 간 후
S자까지 성공하여 이제는 다른 사람들에게
겨울에는 보드 타는 것이 취미예요. ^^
라고 당당하게 말할 수 있게 되었다.

남의 편의 무시가 없었다면,
친구 부부의 나를 향한 그 눈빛이 없었다면,
나는 아마도 비장한 각오 따윈 하지 않았을테고
몇 번의 넘어짐에 두려워 그냥 이건 내 스타일이 아니야..
하고 포기를 했을 것이다.

그랬다면 영원히 그 시원한 바람을,
그 자유로운 느낌을 느낄 수 없었겠지..

그러고보면 우리 삶에서 종종 우리를 자극시키는
주위의 재수없는(?) 사람들도 우리의 오기를 발동시켜
우리를 더 발전시키는 자극제가 될 수 있다.
언젠가 그 사람들에게 고마워하는 날이 올지도 모른다.

헬스를 하다가 싸이클 앞에 써있는 문구를
보았다.

"포기하지 마세요.
언제나 처음이 가장 어려우니까."

모든지 내가 그것을 좋아하게 되려면,
내가 즐기게 되려면,
처음이라는 그 고비를 넘어야 한다.
처음에는 온갖 부정적인 감정이 들기 마련이며
그러면 우리는 곧장 이건 내 스타일이 아니야..
하며 쉽사리 포기한다.

그러면 영원히 모를 것이다.

그 고비를 넘어섰을 때,
내가 비로소 즐길 수 있게 되었을 때,
얼마나 인생이 더 다채롭고 자유로워질지..

이건 내 스타일이 아니야.
저 사람은 내 스타일이 아니야.
너무 쉽게 단정짓지 말자.

그 고비를 넘었을 때 어떤 즐거움이
나를 기다리고 있을지 우리는 더욱 기대를
해야 한다.

그 기대감이
바로 인생을, 오늘 하루를 살아가게 하는
원동력 아니겠는가.

NO PAIN, NO GAIN

우리는 인생에 대해 더 많은 기대를 해야
하고 더 많은 도전을 해야 한다.

그 과정에서 따라오는 고통은
우리가 더 짜릿한 성취감을 얻기 위한
것임을 우리는 알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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