없는 사람들의 길

나는 없기 때문에 너를 껴안는다.

내 안에는 없는 게 너무 많기 때문에.

없기 때문에 너를 껴안는 내가 부끄러워서,

있는데도 너를 사랑할 수 있는 사람이 되고픈데,

그게 진정한 사랑 같은데,

나는 내가 없어서, 가진 게 너무 없어서, 외로워서, 사무쳐서, 너를 꼭 껴안는다.

나는 너를 계속 껴안을 것이다.

이건 미안한 사랑이다.

미안하기 때문에 더더욱 너를 사랑한다고 말한다.

너가 사랑스러워서 사랑한다고, 너가 사랑 받을만한 사람이기 때문에 사랑하는 거라고.

사실은 너로써 비롯된 사랑이 아니다.

나로써 비롯된 사랑이다.

내가 없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누군가가 있어줘야 했던 그 사랑.

너가 아니었어도, 그때 그 상황에 아주 다른 사람이 있었어도, 나는 그를 사랑했겠지.

나로써 비롯된 사랑이니까.

그것이 미안하다.

나의 사랑이 너로써 비롯된 사랑이 아니라는 것.

나의 사랑이 나로써 시작된 변태적인 사랑이라는 것.

하지만 나는 내가 너무도 없기 때문에

너를 포기하지 않으리라는 사실을 안다.

너가 나에게 어떤 실망스러운 모습을 보여도,

이제는 나를 사랑하지 않는 모습을 보여도,

나는 너를 이해하려 할 것이고, 너에게서 어떻게 해서든 아름다운 모습을 기어이 찾아내고 말 것이다.

그것은 나의 살 길이니까.

세상을 아름답게 바라보는 것은, '기어이' 세상을 아름답게 바라보려 하는 것은,

우리의 살 길이다.

우리는 그 길밖에 없다.

그를 아름답게 봐야, 그것에서부터 시작해야,

관계가, 사랑이 시작된다는 것을 우리는 알고 있다.

없는 사람은 결국 그 길을 갈 것이다.

그러니 없음은 절망이지만,


절망이 우리를 '늘' 희망으로 이끌 거라는 것은,


삶의 아이러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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