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로여도 좋아해줘

늘 고민하고 신경쓰게 되는(신경 쓰이는) 것은 사람들에게 어디까지 나를 보여줘야 할까 이다.

사람하고 어울리는 것을 좋아하지 않는다.

얻는 것보다는 잃는 게 많다고 느껴졌기 때문이다.

하지만 아무와도 소통하지 않고, 내 마음을 들어줄 누군가도 없고, 나는 세상과 동떨어진 존재라고 생각이 들길 원하지 않는다. 그건 외롭다. 그런 적이 많기 때문이다.

나는 내성적인 사람이지만, 사람들과 만나면 경청하지 못한다. 누군가가 나에게 잘 대해주면 그 사람이 궁금하다기 보다는, (조금은 그 사람의 삶과 생각이 궁금해지기 시작하지만)


이 사람이라면 내 얘기를 트집잡지 않고, 비난하지 않고 들어주지 않을까 싶어 내 얘기를 봇물 쏟아내듯 한다.


그리고 그 사람이 내 얘기를 경청해주면,

나는 평가 내린다. '좋은 사람이구나...'

내가 생각하는 '좋은 사람'은 내가 재밌지도 않은 어설픈 농담을 해도, 내가 남험담을 해도, 내가 매일매일 얼마나 게으르고, 지금까지 별거 없이 살았는지,


그걸로 인해 자책했지만 결국 변하지 못하는 자신을 끊임 없이 얘기해도, 그래도 나를 비판하지 않고 들어주고 웃어주는 사람이다.

"나도 그래^^" 해주는 사람이다.

사실 나의 이상은 세상에 도움이 되는 사람이 되는 것이지만, 위로를 해 줄 수 있는 사람이지만, 실상은 위로 받고 싶다.

<별로여도 좋아해줘>라는 에세이집 제목을 보았다.

어쩜 제목을 이렇게 잘 지었을까.....!
정말 딱이다.

별로여도, 내가 정말 그지 같지만,

착하지도 않고, 니 말을 잘 들어주지도 않고, 배울 점 같은 거 나에게 없지만,


'별로여도 좋아해줘...'

그리고 이 많은 사람 중에 내가 별로여도 좋아해주는 사람은 정말이지 없다는 것을(ㅋㅋ)깨달았지만,


그래도 또 깨닫는 것은 나는 여전히 날 꾸미지 않고 이 모습 그대로 사랑 받길 원한다는 것이다. 이 바램을 포기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

남편과 처음 만났을 때 성인여드름 투성이였다.

중국 유학 가서 기름진 것을 많이 먹어 그런지 원래 있던 여드름이 더 심해지고 살도 한국에 있을 때보다 십키로 정도 더 쪘을 때 신랑을 만났다. 어울리지 않게 귀여운 청멜빵치마와 버스 손잡이만한 은귀걸이를 한 채.

그냥, 생각해보면,

남편에게 내가 아직도 점수를 주는 건 그 때문이 아닐까.

‘내가 별로였을 때 나를 좋아해줬다는 것’

그런 사람에겐 늘 감사함이 있다.

그런 사람이 세상을 떠나면, 나는 많이 슬프겠지.
이제 별로인 나를 좋아해줄 사람은 없을테니.
나는 나를 꾸며야 할테니..

늘 고민한다. 신경 안 쓰려고 해도 신경 쓰인다.

날 어디까지 보여줘야 할까. 어디까지 보여주고 어디서부턴 인맥관리 상 꾸며야 할까.

어디까지가 예의고, 어디까지가 진실일까.

늘 고민하지만, 나는 결국 별로인 나를 계속 은연 중에 그 사람에게 보여주길 멈추지 않을 것이다.

내가 정말 별로여도 사랑을 받아본 적이 없어서겠지.
보여줬다가, 살짝 후회되면 다시 또 좀 정상적으로 꾸미고, 다시 나도 모르게 별로인 내가 나오고, 또 꾸미고,


이러면서 저 사람은 도대체 어떤 사람인가 라고 사람들이 알쏭달쏭 하도록 한평생을 살겠지.

그래, 괜찮다.
인간은, 원래 그저 그런 별로인 존재인 것이다.

그 별로인 것을 비판하기보다는 따뜻하게 봐줘야지.

우선 내 자신부터. 내 자식부터. 내 엄마부터. 내 형제부터. 내 남편부터. 등등등 내가 생각하기에 아주아주 차갑고 '별로인 세상의 많은 사람들'부터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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