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과 밤에 한강변을 한가로이 거닐 때,
맥주 한캔을 하며 옹기종기 모여 있는 사람들을 구경할 때,
그럴 때, 평소에 밥을 먹었냐 안 먹었냐 만 궁금해하던 서로에 대해 조금 더 속깊은 얘기가 나오기 시작했다.
나의 내성적인 성격에 대한 얘기가 나왔고, 나도 인정하고 신랑도 내가 사실은 많이 내성적임을 인정했다.
그러면서 남편 본인의 성격에 대해서도 얘기했다.
"사실 나도 그래. 너보단 좀 낫지."
늘 마초 같이 사람들에게 강해보이려 하는 것 같은 남편이 자기 성격을 본인이 어떻다 얘기하는 건 처음 듣는 것 같았다.
늘 마초 같은 남편이 결혼한지 한참 된 요즘은 그렇지 않지만(절대ㅋㅋ)한참 신혼 때, 그 큰 얼굴과 무거운 머리를 내 가녀린(과연..)팔에 걸쳐 내 팔베개를 베고 아주 커다란 아기처럼(아주 커다란 배가 아주 많이 나온 아기..)내 품에 폭 안겨 자는 모습을 볼 때..
가끔 저 사람의 본 모습은 무엇인가 생각했다.
지금 쌔근쌔근 내 품에 안겨 자는 저 약해보이는 모습인가..
아니면 평소에 무장하고 있는 마초 같은 강함이 그의 본질인가..
신혼 시절 격한 몸싸움(?)끝에 서로 맞싸대기를 다정하고(?) 공정하게 주고 받은 적이 있는데, 나는 남편이 중국인임에도 불구하고 그 순간엔 살의에 가득 차 중국어는 급 내 뇌리에서 사라지고 나의 모국어로 그에게 "이 개새끼야!!!!!!" 하면서 분노의 발길질을 해댔더랬다.
그리고 나서 바로 방 안에 들어와 문을 닫고 이불을 뒤집어 쓰고 울었다.
남편이 들어오더니,
침대 옆에 주저앉아 자기 손에 얼굴을 파묻더니 내 손을 잡았다. 그리고 어깨를 들썩였다....
나는 그때 방금 전 느꼈던 살의가 일순간 녹는 것을 느꼈다.
늘 자기가 전생에 나라를 팔아먹었는지 왜 나를 만났는지 모르겠다고 말하면서 사실은 나에게 너무나 많은 것을 아낌없이 주는 그를 묘사하자면, 한마디로 '순두부' 같은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그런데 아이러니하게도 그의 이미지를 생각하면, 강하고, 거친 사람이다. 다듬어지지 않은 그런 원래의 원석 같은 모습을 보존하고 있는 것 같은 그런 진귀한 존재랄까.
거친 순두부라니, 강한 순두부라니.. 내가 생각해도 왜 이렇게 모순인지 모르겠다.
그가 상처 입었다는 것을 숨기지 못하는 야생의 눈을 하고, 나를 사정없이 할퀴고 상처 입힐 때,
나는 결혼 잘못했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시간이 흐른 지금, 그 당시를 생각해보니 그가 격렬하게 화를 냈을 때는, 그가 나로 인해 많이 상처 입었음을 뜻하는 것이었다.
내가 아무 말없이 안경을 고치러 안경집에 갔을 때, 퇴근 후 아무도 기다리는 이 없는 집에 혼자 분노해 내 스탠드를 깼던 그 사람.
샤브샤브 메뉴를 나보고 시키라고 해서 다른 중국인들이 종종 시키는 것 같았던 생선껍질튀김과 그 외 이것저것 내가 즐겨 먹는 메뉴를 시킨 나를 말없이 지켜보더니 생선껍질튀김이 나왔을 때, 극도의 분노를 터뜨리며, 샤브샤브를 먹지도 않고 자리를 떠나버린 그 사람.
이 밖에도 나의 눈물이 욕조에 가득 찰 만큼의 (내가 혹은 그가) 상처 받은 사건들이 여럿 있었으나,
지금 생각해보면 그건 그 우스울 정도의 사소한 디테일에 (훗날 그는 자신은 생선껍질튀김을 싫어하고, 내가 그에게 무엇을 좋아하는지 물어보지 않았다고 원망했다..) 자신이 관심 받고 사랑 받지 못한다고 여겨 그토록 상처 입은 눈을 하고 나를 사정 없이 강하게 할퀴었던 것이다...
자신을 특히 강하게 가시로 단단히 무장하는 것은 자신의 속살이 특히 약함을 의미한다.
내가 사실은 약하다는 것을 알기에 그토록 강해보이려 하는 것이다.
우리를 할퀴었던 사람들,
사실은 약한 사람들이었을 것이다.
우리는 우리를 아주 강하게, 우리 일생동안 사라지지 않을 흉터를 남긴 사람들을 사랑할 수는 없을지 몰라도,
그들에게 연민을 느낄 수는 있다.
그들을 안타깝게 여길 수는 있다.
그들의 약함을,
그들의 외로움을,
그들의 사실은 사랑 받고 싶은 욕망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