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의 아이러니에 대해서 떠올리다보면 내 인생에서도 떠오르는 부분이 있다.
부모님의 이혼 과정에서 아빠가 자기가 죽어버리겠다며 칼을 빼들었던 적이 있고, 언니가 아빠를 말렸고, 나는 경찰을 불렀다.
그 후에 몇달이 지나 엄마가 아빠에게 위자료를 주고 (아빠가 여자가 있으셨고 그걸 빌미로 이혼을 요구한 것이었지만 아빠가 위자료를 안 받으면 이혼해주지 않겠다고 하셨기에 엄마가 돈을 주고 이혼을 하셨다) 이혼을 하셨고, 그 몇달동안 우리는 어색하게 한집에서 살았다.
나는 부모님의 이혼과정에서 아빠가 칼을 빼든 것에서 트라우마가 생긴건지, 그 뒤부터 잠을 자다 종종 비명을 지르며 깨곤 했다. 그 버릇은 꽤 오래 가서 남편과 결혼 후까지도 이어졌다. 현재는 사라진지 오래 되었다.
나는 바로 아빠 때문에 그 보기 좋지 않은, (나에게서 나의 내면을 그대로 드러내는 것 같아 없애버리고 싶지만 없어지지않는) 버릇이 생겼다.
그리고 꿈에서도 늘 아빠가 나오는 것은 아니지만, 그런 버릇이 생겼던 초기에는 꿈에 아빠가 쫓아오는데 내가 이 끔찍한상황에서 벗어나려면 꼭 비명을 질러야 벗어날 수 있다는 것을 꿈에서 알게 되었다.
그런데 아이러니하게도, 꿈에서 아빠가 나와서 아빠에게서 도망치려 비명을 지르며 식은 땀을 흘리며 깼는데, 나의 비명소리를 듣고 아빠가 놀라서 내 방으로 달려오시곤 했다. (그럼 나는 아빠 몰래 마음 속으로 또 한번 비명을 지르게 된다.. 꿈에서는 도망쳤는데 현실에선 어떻게 도망을 칠 것인가..)
아빠는 어찌됐건 나에게 무슨 일이 생긴 줄 알고 걱정이 되서 막내딸에게 달려오셨을 것이다.
칼을 빼들고 죽겠다고 하셨던 것도 어찌됐건 우리 가정에서 나가고 싶지 않아서 였을 것이다.
나는 못 봤지만, 언니는 아빠가 이혼 해준다고 말씀하시고 나서 아빠가 우는 걸 봤다고 한다.
내 기억에는 아빠는 운 적이 없다.
엄마를 때린 다음 날에 약간 기 죽은 모습은 보였어도.
나를 상처 준 그 장본인이 내 걱정을 하며 나에게 달려온다. 참 아이러니다.
우리는 진심으로 마음을 준 상대에게 상처 받는다. 이것도 아이러니다.
우리는 태어나서 살아가며 크고 작은 상처들을 받았다.
다 잘 살고 싶어서다.
앞으로도 잘 살고 싶을 것이기에, 우리는 크고 작은 상처들을 계속 받을 것이다.
우리는 우리의 인생을 진심으로 대하고 있기에.
상처 받는 것을 너무 두려워하지 말고, 엇, 오늘도 이런 상처를 받았군, 상처를 또 받다니 당황스러운데? 라고 생각하며 이상처에는 도대체 어떤 의미가 있을 것인지,
나의 마음과 그의 마음을 다시 한번 돌이켜보고 상상해보며 우리의 상처가 더나은 우리의 관계를, 더 성숙한 자신을 만들 수 있도록,
오히려 상처 없는 사람보다 이 상처로 내가 더 깊어질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허황된 꿈 꾸기를 포기하지 말고,
상처를 아예 받지 않기 위해 모든 기회와 통로를 차단하지 말고, 모든 통로를 열어두고, 상처 받고, 그 속에서 깊어지자.
그리고 늘 상처 받고도 밥 먹고 잠 자고 내일 또 일어나는 너와 내가 있기에, 우리 덜 억울해 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