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놀라게 만든 눈빛들

by 메가스포어 megaspore

살면서 나를 놀라게 만든 눈빛들이 있다.

첫번째는 경청의 눈빛.

태국여행에 갔다가 불친절한 태도의 직원에게 화가 나서 예약했던 호텔을 취소하고 어디에서 묵어야 할지를 정하지 못해 고민하고 있는데,

남편이 어떤 외국인한테 그 얘기를 했는데 너무나 깊은 눈으로 아주 조용히 경청해주었다.

세상에 단 둘 밖에 없는 것 같은, 너의 이야기만 들린다는 듯한 경청의 눈빛. 꽤 오랜 세월이 지났으나 잊혀지지 않는 장면이다.

두번째는 너무나 환했던 미소.

공항 검색대의 많은 사람들이 다들 그렇고 그런 지친 기색 혹은 분주한 모습으로 줄을 서서 기다리는데 누군가 뒤에서 말을 걸었다. 흑인 남성이었고 역시나 본인처럼 방실방실 웃는 딸아이의 아빠였다.

그런데 그 미소가 어찌나 환한지, 내가 모르는 사람인데 마치 오래된 친구에게나 보여줄 법한 경계심을 단번에 무너뜨리는 그런 세상을 다 환하게 만드는 그런 미소였다.

역시나 나의 뇌에 바로 캡쳐. 잊히지 않는 한 장면으로 남았다.

세번째는 경멸의 눈빛.

둘째 아이가 돌을 갓 지나 감기기 걸려 사람들이 많은 병원에서 오히려 병이 더 심해질새라 마스크를 씌웠는데 아기는 답답해서 쓰지 않으려 하고,

나는 웃으며 그래도 써야 한다며 아이한테 마스크를 씌우고 있는데 갑자기 맞은 편에서 무언가 나를 향한 레이저가.. ㅡ_ㅡ?

누구시지? 날 아시는 분인가? 나를 뚫어져라 십초 이상 바라보는데 그건 마치 징그러운 바퀴벌레를 바라보는 눈빛..

나는 저 눈빛이 나를 향한 것인지 믿을 수가 없어 왼쪽 오른쪽을 둘러보다가 그 여자를 같이 빤~히 바라보기 시작했다..

나도 십초 이상 그 여자를 빤~히 바라보고 있으니 그 여자가 나에게 드디어 입을 열었다.

“애기 숨도 못 쉬게 왜 억지로 마스크를 씌워요???”

... 내 애기한테 마스크 씌웠다고 지금 날 벌레보듯 한거냐...

나는 왠일인지 목소리가 떨리기 시작했고, 의사가 애기한테 마스크 씌우라고 권유했다고 의사 탓을 했다. 그러면서 떨리는 목소리로 계속 주저리 주저리 그 여자한테 항변했다.

그 여자는 엄마로 보이는 사람한테 내가 황당하다는 듯 여전히 경멸하는 눈으로 나를 힐끗거리며 속삭이고 그 여자엄마는 남에 일에 신경쓰지 말라는 듯 충고를 한 것 같았다.

암튼 나를 아기를 학대하는 엄마인 것처럼 인식한 그 여자는 도대체 아이가 무슨 병이길래 그러냐고 끝까지 나에게 경멸의 훈계를 하기를 포기하지 않았다.

나는 계속해서 떨리는 목소리로 그 여자에게 항변했고 결국 그 여자는 내 아기의 마스크를 벗기는데에 실패했다.

암튼 위의 세가지 눈빛은 이상하게 오랜 시간이 지나도 잊혀지질 않고 사진이 찍힌듯 뇌리에 박혔는데,

그 세가지 눈빛 모두 내가 타인에게 보여줄 수 없었던 것이기 때문이다.

나는 누군가의 말을 세상에 남은 단 한사람의 말인 것처럼 들어줄 수가 없고,

나는 누군가를 향해 세상이 환해지는 듯한 마음을 활짝 연듯한 미소를 보여줄 수도 없고,

나는 누군가를 진심으로 싫어한다는 잔인하리만치 솔직한 나의 경멸을 드러낼 용기도 없다.

사람은 스타일이 모두 다르고, 각자의 처지도, 살아온 경험도 다르다.

그러나 한가지, 이왕이면 내가 남의 뇌리에 영원토록 기억될 것이라면, 경멸하는 나의 눈빛을 남길 것인가, 아니면 나의 가장 아름다운 모습을 남길 것인가.

나는 어차피 누군가를 바꿀 수 없다. 그는 살아온 인생이 있고, 그는 나와 별개로 그의 인생을 갈 것이다.

그러니, 누군가를 위한다는 명목으로 그를 더 상처주는 것은 아닌지, 나의 불행이 그에게 뿜어져 나오는 것은 아닌지,

이도 저도 아니면,

어쨌든 나의 추한 면보다는 아름다운 면을 사람들이 기억하는게 더 낫지 않겠는가.

내 생각은 그대로 내 표정을 통해 드러난다.

타인에 대한 이해,

그것은 바로 내 얼굴과 태도로 드러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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