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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메가스포어 megaspore Nov 15. 2022

소중하게 여겨진다는 느낌

나 어릴 땐 딱히 성교육이 없었던 것 같다.  나는 남녀가 키스하면 입을 통해서 전달이 되서 임신하는 줄 알았다.. (드라마에서 보면 남녀주인공이 입을 맞추었는데 나중에 여주인공은 읍~하고 화장실로 달려가 구토를 하고 두줄을 확인하며 망연자실했다)


남친이 생기기 전엔 영화를 봐도 이해가 안 되는 부분이 있었다. 전도연이 나오는 영화였는데 전도연의 조폭 같은 남친이 불같이 화를 내며: ”아주 그 새끼들 앞에서 질질 싸더만“


...?? (오줌을?)

집에 오는 길에도 곰곰히 그 대사를 생각해본다.


정선희의  포프리쇼에서 이런 사연이 있었다.

엄마가 일을 마치고 집에 가서 고등학생 딸아이 방문을 열었는데 아이가 자위를 하고 있었다고..


물론 당황스럽겠지만 미래의 내딸아이와 내 상황이라면 나같으면 “엄마가 문도 안 두드리고 갑자기 들어가서 미안해..” 라고 하고 싶다.


나는 내가 순수해서가 아니라 너무 사전지식(?)이 없어서, 또 인기가 없어서(알 기회가 없어서) 성에 대해서 전혀 몰랐다. 그래서 남친 생기기 전까진 성욕도 없었던 것 같다. 21살이 되던 해에 DVD 방(봄날은 간다를 틀어놨는데 무슨 내용인지 모른다)에서 첫키스를 했다. (근데 이 남학생은 내 브라를 “젖가리개”라고 표현을 했는데, 그때도 응?하는 마음이었는데 지나고보니 여자의 브라를 “젖가리개”라고 표현하는 남자랑은 사귈 수 없을 것 같다)


다행인 것은 다들 내가 처음이라서 조심스럽게 나를 대했고, 나는 그 과정에서 함부로 대해진다는 느낌을 받은 적이 없었다. (신랑이 나름 자극적으로 관계를 갖는답시고 신혼 때 내 엉덩이를 때린 적이 있는데 너무 살살 때려서 (애기한테 때찌하듯이) 좀 웃겼다.ㅎㅎ)


여자한테 첫경험은 (남자한테도 그러려나) 엄청 중요하다. 두려운 경험이고 신기한 경험이고 엄청 용기를 내서 새로운 세계로 들어간 것이다. 그 뒤에 어떤 세상이 기다릴지 모른다. 떨리기도 하고 무섭기도 하다.


신랑과 관계를 가지기 전에 많이 뺐다.(이 단어가 좀 적절치 않은 것 같지만...) 여자는 처녀성을 잃으면 다른 사람과 결혼할 때 흠이 될 것 같았다. 유사한 단계까지는 갔어도 그 마지막까지 가기에는 정말 큰 결심이 필요했다.


기억에 남는 것은 내 기숙사 방에서 큰 결심을 (이 사람과 헤어져도 난 이 순간을 후회하지 않을거야) 한 후 “우리 하자”라고 말했는데, 신랑이 호텔을 가자고 했다는 점이다. 기숙사 방도 우리밖에 사람이 없었고, 나는 아무래도 상관이 없었는데 신랑은 중요한 순간을 좋은 곳에서 특별하게 하고 싶었던 듯 하다. (이런 디테일에서 나는 좀 소중히 대접받는단 느낌을 받았던 것 같다)


급하게(?) 택시를 타고 부랴부랴 호텔에 도착했는데 신랑이 하얀 침대 위에 하얀 수건을 깔았다.(처음이니 출혈이 있을거라고 생각해서 준비를 한 거였는데 왠일인지 피는 단 한방울도 나오지 않았다..나는 왠지 눈치가 보였다. 신랑이 처음 사귄 사람 맞는데..)


그래서 드디어 대망의 순간을 진행하려고 하는데, 그날 결국 성공(?)하지 못했다. 신랑은 자신의 소중한 그것을 탓하며 내일도 성공 못 하면 “짤라버린다“고 자신의 소중한 그것에게 협박을 했다.


절망의 밤이 지나고 이윽고 아침이 왔고, 잠에서 채 깨지도 않은 나를 절박하게 깨우고서는 드디어 대망의 순간을 해내었다..!

(근데 영화에서 보면 여주인공이 환희에 찬 표정만 보여서 고통이 있을거라고는 생각 못했는데 생각보다 찢어지는 고통이 있었다. 난 정말 어제도 실패했는데 오늘도 실패하면 그의 그것이 ”짤릴지도“모른다는 생각으로 정말 이를 악물고 그 찢어지는 고통을 견뎠다.)


여자뿐만이 아니라 어린 아이도 그렇고 물론 남자도 그렇고 새로운 세계에 들어가려는 사람은 무섭다. 그 과정에서 배려가 없이 막무가내로 들이민다면 마땅히 아름다운 순간이었어야 할 순간이 트라우마가 되버리고 만다.


내가 엄청 하고 싶어도(?) 상대방의 속도에 맞춰서 함께 가야 한다. 그러면 앞으로 소중한 순간을 더 자주 맛볼수 있다. 오늘만 날이 아니니 내 자신도 그렇고 타인도 그렇고 너무 몰아세우지 말고 배려해서 우리 ‘오래’ 갔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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