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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메가스포어 megaspore Nov 16. 2022

글을 쓰기 전에 나는

글을 쓸 때의 준비 상태는 이렇다.

우선 먹을 것(대부분 단 것)과 커피를 준비한다.


멍하니 뭘 써야 되나 머리를 굴려보지만 아무것도 쓸 것이 없는 것 같다. (머릿속엔 이건 써서 뭐하게 누구한테 도움이 된다고 란 생각이 자주 떠오르지만 무시. 살아있으니까 쓴다. 사람들은 여러 방식으로 자기 자신을 표현하는데 난 쓰는 걸로 날 표현하는 것이다.)


멍하니 있다가 아무것도 쓸 ‘만한’ 재밌는 것이 내 인생에는 없다는 것을 다시금 느끼고는 (원래 그렇다는건 알았지만) 먹기 시작한다.


배를 채워서 나 자신을 안심시키는 게 우선이다.

배를 부르게 해서 나 자신을 '무장해제' 시키는 것이다.


너는 지금 안전한 환경에 있고 아무도 너를 공격하는 사람이 없고 너는 편안해..봐봐.. 배가 부르잖아..(레드썬..)


그렇게 불안해하는 나 자신을 먹을 걸로 안심시킨 후, 그 뒤엔 카페인으로 나 자신을 깨운다. 내 감각을 예민하게 만들기 위해(불안하지 않은 섬세함)커피를 뱃속에 넣는다.


배불러서 불안하지 않고 커피를 마셔서 졸립지 않고 각성된 상태다. 이런 최상의 상태가 준비되면, 그제서야 조금은 나른한 듯한 상태로 편안하게 무엇이든 쓴다.


예전에 나에게 일어났는데 이해할 수 없었던 일들, 나에게 자주 일어나는데 해결할 수 없는 일들, 나의 만성적인 불안감, 멋지다고 생각하는 사람들, 영화나 책의 어느 부분에 특히 내 마음이 요동쳤는지 세상의 어떤 디테일들이 나를 살만하게 만드는지, 다시 어린아이가 된 것처럼 몰래 세상을 관찰해보기도 한다.


글을 쓴다는 것은 결국엔 자기 자신의 생각에 확신을 갖는 과정이 아닐까.


글을 읽는다는 것은 우리가 연결된다는 것이다.


잘 쓰고 못 쓰는 글은 없다. 이해하려는 자와 아직 그럴 준비가 되지 않은 자만 있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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