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메가스포어 megaspore Nov 16. 2022

서정희는 이상한 여자였을까

옛날 개그맨 서세원씨가 부인 서정희씨를 엘리베이터에서 폭행하는 영상을 오래전에 보았다.


분노한 나는 (서세원은 목사였고 잉꼬 부부로 알고 있었는데) 친구들과의 그룹채팅에 서세원 얘기를 꺼냈다. 그런데 한친구의 반응이 이해할 수 없었다.


“야 아무도 모르는거야. 이상한 여자도 얼마나 많은데”


?? 이건 무슨 반응이지? 왜 서세원을 옹호하지?


예상치 못한 반응에 황당했던 나는 더 흥분해서 침을 튀기며(그룹채팅창에서) “야 아무리 서정희가 무슨 잘못을 했어도 그렇지 저렇게 개끌듯이 끌고 가는데”


그런데 친구는 자신의 의견을 굽히지 않았기에 (그래도 서세원이 저런건 잘못이지 라는 말 같은건 하지 않았다) 나는 기분이 나빠졌고 그런 친구가 정말 이상해(인격까지 의심이 되면서 내가 아는 그 친구가 정말 맞나 하는 느낌)보였다.


그러자 우리의 논쟁을 지켜보고(읽고)있던 나머지 한친구가 “그래도 폭력은 안되지”라고 이 논쟁을 중간에서 중재하려고 하니, 서세원을 옹호했던 친구가 “응. 칼 드는 것도” 라고 말했다. (서세원을 옹호한 친구는 남편과의 싸움에서 자기가 칼을 든 적이 있는데 남편이 식겁해서 자기한테 이혼하자고 한 적이 있다고 했다)


나는 기분이 엄청 나빠진 나머지 그룹채팅창을 말없이 나와버렸고 친구는 내가 갑자기 나간 것에 대해 기분이 나빴었던 것 같다. 나중에 그 친구는 나에게 “너는 언제나 너 생각만 하지”라는 말을 남겼고 우리는 그뒤로 아예 연락을 하지 않게 되었다.


이 이야기를 신랑한테 해보았다. 그랬더니 신랑은 ”혹시 그 친구 남편이 그 친구한테 폭력을 쓴 적이 있는거 아냐?“ 그래서 폭력을 쓴 사람을 옹호하는 것이 아니냐고 하는데 일리가 있는 말이었다. 그 친구 남편이 폭력을 쓴다는 말은 들은 적이 없는데 (오히려 친구가 칼을 든 적은 있어도. 혹시 폭력을 써서 칼로 자길 보호하려고 했던건가?..)


신랑의 그 추측도 틀렸다면 도저히 내 상식으로는 그 친구의 사고방식을 이해할 수 없었다. 이상한 여자는 맞아도 된다? ㅠㅠ 서정희가 바람을 폈는지 그 속사정은 알 수 없지만 저렇게 사람 취급을 안하는 영상을 보고도 피해자를 비난하다니..!!


그 친구와 연락 안 한지 오랜 세월이 지나 난 아이 둘을 낳게 되었고 어느 새벽에 감성이 충만해져 그 친구가 생각이 났고 차단했던 카톡 친구 목록에서 그 친구를 해제하고 다시 말을 걸었다.


“나야. 잘 지내?” (최대한 자연스럽게)


한참 후에 답이 왔다.


“응. 너도?”


“나 애기 둘이야. 넌 아직 외동?”


“응. 이제 초1. 넌 애기가 아직 어려보이네. (내 카톡 프로필을 보고)“


”우리 옛날엔 참 좋았는데 오해가 생겨서 참 안타까운 것 같아..“


”응.. 근데 이젠 너랑 무슨 일로 그렇게 됐는지도 기억 안 난다.“


진짜? 너 진짜 기억 안 나는거야?


그러면서 친구는 내가 애들 낳고 잘 살고 있는 것 같아서 보기 좋다고 했고 난 너 얼굴 보고 싶으면 인터넷으로 찾아볼 수도 있으니 너가 유명인이라 좋다고 했더니 유명하긴 뭐가 유명하냐고 했다. (사실 유명인은 친구 기분 좋으라고 한 말이고 어쨌든 검색하면 친구가 공연에서 노래하는 영상을 찾아볼 수 있다. 그친구 남편은 노래를 만들고 친구는 남편이 만든 노래를 부른다)


친구는 왜 우리가 왜 그렇게 됐는지 기억 안 난다고 했을까? 그 친구는 우리가 그렇게 된 이유가 부끄러웠을까?


나는 아직도 그 친구가 왜 애초부터 그런 말을 했는지(피해자를 비난하는), 나중에 왜 그 기억이 안 난다고 했는지 그 이유를 알 수 없지만(영원히 알 수 없을테지만) 그 친구와의 마지막이 “넌 언제나 너만 생각하지”가 아니라 “너가 잘 살고 있는 거 같아서 보기 좋다”라서 너무 다행인 것 같다.


우리는 살면서 실수도 할 수 있고, 또 생각이 바뀔수도 있다. 내 자신도 이해할 수 없을 때가 있는데, 남은 어떻게 우리가 다 이해할 수 있을까.


나나 그나 방황하는 존재들이다. 너무 엄격한 잣대를 들이대지 말고 ‘이유가 있겠지..’라고 우리 사이에 “여지”를 두면 좋겠다.










작가의 이전글 글을 쓰기 전에 나는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