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날 개그맨 서세원씨가 부인 서정희씨를 엘리베이터에서 폭행하는 영상을 오래전에 보았다.
분노한 나는 (서세원은 목사였고 잉꼬 부부로 알고 있었는데) 친구들과의 그룹채팅에 서세원 얘기를 꺼냈다. 그런데 한친구의 반응이 이해할 수 없었다.
“야 아무도 모르는거야. 이상한 여자도 얼마나 많은데”
?? 이건 무슨 반응이지? 왜 서세원을 옹호하지?
예상치 못한 반응에 황당했던 나는 더 흥분해서 침을 튀기며(그룹채팅창에서) “야 아무리 서정희가 무슨 잘못을 했어도 그렇지 저렇게 개끌듯이 끌고 가는데”
그런데 친구는 자신의 의견을 굽히지 않았기에 (그래도 서세원이 저런건 잘못이지 라는 말 같은건 하지 않았다) 나는 기분이 나빠졌고 그런 친구가 정말 이상해(인격까지 의심이 되면서 내가 아는 그 친구가 정말 맞나 하는 느낌)보였다.
그러자 우리의 논쟁을 지켜보고(읽고)있던 나머지 한친구가 “그래도 폭력은 안되지”라고 이 논쟁을 중간에서 중재하려고 하니, 서세원을 옹호했던 친구가 “응. 칼 드는 것도” 라고 말했다. (서세원을 옹호한 친구는 남편과의 싸움에서 자기가 칼을 든 적이 있는데 남편이 식겁해서 자기한테 이혼하자고 한 적이 있다고 했다)
나는 기분이 엄청 나빠진 나머지 그룹채팅창을 말없이 나와버렸고 친구는 내가 갑자기 나간 것에 대해 기분이 나빴었던 것 같다. 나중에 그 친구는 나에게 “너는 언제나 너 생각만 하지”라는 말을 남겼고 우리는 그뒤로 아예 연락을 하지 않게 되었다.
이 이야기를 신랑한테 해보았다. 그랬더니 신랑은 ”혹시 그 친구 남편이 그 친구한테 폭력을 쓴 적이 있는거 아냐?“ 그래서 폭력을 쓴 사람을 옹호하는 것이 아니냐고 하는데 일리가 있는 말이었다. 그 친구 남편이 폭력을 쓴다는 말은 들은 적이 없는데 (오히려 친구가 칼을 든 적은 있어도. 혹시 폭력을 써서 칼로 자길 보호하려고 했던건가?..)
신랑의 그 추측도 틀렸다면 도저히 내 상식으로는 그 친구의 사고방식을 이해할 수 없었다. 이상한 여자는 맞아도 된다? ㅠㅠ 서정희가 바람을 폈는지 그 속사정은 알 수 없지만 저렇게 사람 취급을 안하는 영상을 보고도 피해자를 비난하다니..!!
그 친구와 연락 안 한지 오랜 세월이 지나 난 아이 둘을 낳게 되었고 어느 새벽에 감성이 충만해져 그 친구가 생각이 났고 차단했던 카톡 친구 목록에서 그 친구를 해제하고 다시 말을 걸었다.
“나야. 잘 지내?” (최대한 자연스럽게)
한참 후에 답이 왔다.
“응. 너도?”
“나 애기 둘이야. 넌 아직 외동?”
“응. 이제 초1. 넌 애기가 아직 어려보이네. (내 카톡 프로필을 보고)“
”우리 옛날엔 참 좋았는데 오해가 생겨서 참 안타까운 것 같아..“
”응.. 근데 이젠 너랑 무슨 일로 그렇게 됐는지도 기억 안 난다.“
진짜? 너 진짜 기억 안 나는거야?
그러면서 친구는 내가 애들 낳고 잘 살고 있는 것 같아서 보기 좋다고 했고 난 너 얼굴 보고 싶으면 인터넷으로 찾아볼 수도 있으니 너가 유명인이라 좋다고 했더니 유명하긴 뭐가 유명하냐고 했다. (사실 유명인은 친구 기분 좋으라고 한 말이고 어쨌든 검색하면 친구가 공연에서 노래하는 영상을 찾아볼 수 있다. 그친구 남편은 노래를 만들고 친구는 남편이 만든 노래를 부른다)
친구는 왜 우리가 왜 그렇게 됐는지 기억 안 난다고 했을까? 그 친구는 우리가 그렇게 된 이유가 부끄러웠을까?
나는 아직도 그 친구가 왜 애초부터 그런 말을 했는지(피해자를 비난하는), 나중에 왜 그 기억이 안 난다고 했는지 그 이유를 알 수 없지만(영원히 알 수 없을테지만) 그 친구와의 마지막이 “넌 언제나 너만 생각하지”가 아니라 “너가 잘 살고 있는 거 같아서 보기 좋다”라서 너무 다행인 것 같다.
우리는 살면서 실수도 할 수 있고, 또 생각이 바뀔수도 있다. 내 자신도 이해할 수 없을 때가 있는데, 남은 어떻게 우리가 다 이해할 수 있을까.
나나 그나 방황하는 존재들이다. 너무 엄격한 잣대를 들이대지 말고 ‘이유가 있겠지..’라고 우리 사이에 “여지”를 두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