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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켈리황 Jun 23. 2021

아시아는 하나다? 그럴리가!
[인도편I]

좌충우돌 글로벌 인재 되기

미국, 스위스, 싱가포르에서 글로벌 마케팅, Product Director를, 한국에서 아시아 영업 총괄을 했습니다. 그 과정에서 배운 글로벌 인재가 되는 방법을 적을 예정입니다.


Photo by Naveed Ahmed on Unsplash

국명 :인도(Republic of India)

수도 :뉴델리(New Delhi)

인구 :약 13억 5천만 명(세계 2위)

면적 :약 330만㎢(세계 7위, 한반도 15배)

민족 구성 :인도 아리안 72%, 드 라비 디안 25%, 기타 3%

종교 :힌두교(80.5%), 이슬람교(13.4%), 기독교, 시크교, 불교, 자이나교

시차 :우리 시간-3시간 30분

언어 :힌디어, 영어

(출처: 외교부) 



우리에게 요가, 불교, 성범죄를 생각나게 하는 인도를 처음 방문한 건 2008년이었다. 회사 출장으로 처음 본 인도는 ‘혼돈 (chaos)’을 단어로 옮기면 이런 모습이겠구나 싶었다. 인구 세계 2위 국가답게 부딪히면 사람이었고, 도로에는 모든 차들이 경적을 울리며 차선과 신호를 무시한 채 서로 빨리 가려했다. 


출장 첫날 협력사에서 최고 식당으로 우릴 데려갔다. 맛있어서 열심히 먹었는데, 배탈이 났다. 평소 매운 음식을 잘 먹었는데, 인도 매운맛은 종류가 달랐다. 호텔로 돌아와 계속 설사를 하다 다음날부터 일주일 내내 요구르트와 난 (인도 빵)만 먹었다. 마지막 날 협력사는 영화에 나온 호텔 안에 있는 식당으로 우릴 데려갔다. 탄성을 지르며 구경을 하다 마지막 날이니 또 맘 놓고 먹었다. 맥주를 좋아하는 나는 ‘킹피셔’라는 인도 맥주를 기분 좋게 마셨다. 이제 돌아간다는 개운함과 함께 호텔로 돌아오니 세상 처음 겪어보는 통증이 시작됐다. 마치 위장을 물 한 방울도 안 남기고 빨래를 짜듯 쥐어짜는 느낌이었다. 다음날 밤 11시 출발 전까지 하루를 꼬박 호텔 화장실에 있었다. 인도는 다시 안 와야지 욕하면서 비행기를 탔다.  


나중에 들어보니 인도 물에는 우리가 생전 경험 못 해본 박테리아들이 많아서, 그 균들이 우리 속을 아프게 한다는 것이다. 물은 오직 호텔에서, 그것도 마개를 안 딴 물만 마시고, 음식도 익힌 음식만 먹어야 한다는 걸 나중에 알았다. 한 동료는 에비앙 생수를 출장 때마다 가져와서 그 물로 양치질을 한다고 했다.  


두 번째 인도 출장은 조심을 했다. 매운 음식 피하고, 호텔 밖에서는 어떤 물도 안 먹기. 그러다 삼일 정도 지나 아주 멋진 커피숍에서 물을 주길래 습관적으로 조금 마셨다. 아뿔싸, 이미 늦었다. 그날부터 출장 마지막 날까지 복통에 설사를 반복했다. 


세 번째 여행은 출장 마지막 하루만 아팠다. 역시 인간은 적응의 동물이다! 


음식과 물로 고생했지만, 사업적 측면에서 인도는 너무나 매력적인 나라였다. 당시 담당 제품이 약물에 들어가는 부형제여서 인도 제약회사들을 일 년에 두 번씩 방문했는데, 갈 때마다 회사 건물이 몇 채씩 늘어났다. 사람들 또한 정말 열심이었다. 외국에서 온 우리말을 하나도 놓치지 않으려고 열심히 듣는 인도 사람들은 내게 자극이었다. 십여 년 후 인도는 세계 탑 3 안에 드는 제네릭 (Generic) 약물의 선두 국가가 됐다. 


인도하면 생각나는 몇 가지!


첫째, 사람들이 참 일찍 깨어 있다는 것이다. 면적으로 세계 7위인 인도는 땅이 넓어 고객사를 만나기 위해 매일 비행기를 타야 했는데, 비행기 체크인 시각이 새벽 5시였다. 그 시간에 공항을 가면 이미 사람들로 빽빽했다. 인도발 미국행 비행기 시간도 새벽 2시였으니, 인도 공항은 24시간 거의 깨어있다고 보면 된다. 인도 직원들은 회사에 출근하려면 멀리는 2시간, 가까이는 1시간 거리를 체증을 피하기 위해 일찍 출발했다. 아침 일찍, 저녁 늦게 퇴근하는 그들을 보며 환경에서 주는 스트레스가 한국은 정말 별 거 아니구나 싶었다. 


둘째, 인도의 시간 개념! 인도 스페셜 타임이라는 용어가 있다. IST India Special Time (또는 India Stretch Time)의 약자일까? 인도 시간대를 말하는 India Standard Time의 약자인데, 인도 사람들이 special이나 stretch라고 농담처럼 말했다. 이유인 즉, 인도 사람들은 핵가족이 아닌 대가족 체제여서 가족끼리 모이는 게 일상이고, 사람들끼리 어울리기를 정말 좋아하기 때문이다. 인도에서 학회 중 고객들과 미팅 약속을 잡으면 도대체 이 사람들이 언제 올지 알 수가 없었다. ‘언제 오십니까?’라고 전화로 물으면 ‘그야, 아는 사람을 몇 명이나 만나는지에 따라 다르지.’라고 웃으며 말했다. 고객이 있는 곳에서 우리 장소까지 오는 길에 아는 사람을 몇 명 만나는지가 얼마나 빨리 올지를 결정하는 것이다. 만나면 서로 안부를 묻고 이 얘기 저 얘기를 하다 헤어진다. 나라면 약속 시간을 지키기 위해, 다음에 만나자라고 할 텐데. 이들에겐 관계가 시간 약속보다 우선인 것이었다. 


생각해 보면 스위스에서 인도 출장을 다닐 때도 비행기에 앉으면 백이면 백, 인도 사람이 와서 자리를 바꾸지 않겠냐고 했다. 자기 친구를 만났는데 같이 앉고 싶다고. 인도 사람들이 많이 탄 국제선은 사람들이 서 있는 경우가 많았다. 삼삼오오 모여서 담소를 나누는 것이다. 처음에는 시끄러워서 너무 싫어했는데, 나중엔 그들이 행복해 보였다. 저렇게 만나는 게 좋고, 얘기하는 게 좋구나 싶었다. 


셋째, 인도인의 학구열이 우리 강남 엄마들 못지않다는 것이다. 워낙 인구가 많고 경쟁이 치열하기 때문에 그 속에서 살아남기 위해 애들은 서너 살부터 언어 몇 개를 배웠다. 힌디어, 영어, 태어난 지역 언어. 참고로 인도 헌법에 표기된 공용어는 22개이고, 방언까지 포함하면 3000개 이상의 언어가 존재한다. 더 극성인 엄마는 다른 인도어 두세 개를 더 가르쳤다. 그 어린 나이부터 좋은 대학을 가기 위해 준비를 하는 것이다. 많이 놀랬고 힘들지 않으냐 물었더니 엄마인 한 직원이 그래야 살아남는다고, 자기도 그렇게 살았다고 말했다. 그래서 그런지 내가 만난 대부분의 인도인들은 참 똑똑했다. 데이터 처리 용량과 능력이 한국 사람인 나보다 몇 배가 되는 것 같았다. 


넷째, 알아듣기 힘든 영어이다. 악센트가 심하고, 빨리, 그리고 많이 말한다. 인도 사람들은 말을 참 잘한다. 우리가 생각하는 일반적인 동양인들은 조용하고 말수가 적은데, 유럽과 아시아 중간에 위치한 인도인들은 말이 정말 많았다. 출장을 계속 다니다 보니 인도 사람들은 그 많은 인구 중에서 살아남기 위해 말로 자신을 표현하는 걸 어릴 때부터 배운다고 했다. 조용히 있으면 아무도 알아주지 않기에 말하는 법을 어릴 때부터 배운다고. 그렇기에 어느 누구를 만나도 인도인은 달변가였다. 


하지만 이 현란한 인도인의 말발이 내겐 트라우마로 남게 된다


Photo by Fahrul Azmi on Unspla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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