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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켈리황 Jul 11. 2021

싱가폴로 보내주세요

좌충우돌 글로벌 인재 되기

미국, 스위스, 싱가포르에서 글로벌 마케팅, Product Director를, 한국에서 아시아 영업 총괄을 했습니다. 그 과정에서 배운 글로벌 인재가 되는 방법을 적을 예정입니다.


Product Director가 된 지 3년 차로 접어들 때 한국에서 싱가포르로 가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당시 조직의 아시아 본사는 싱가포르에 있었고, 미팅 때마다 홀로 한국에서 전화로 참석했다. 싱가포르에 있는 직원들은 서로 많이 친했다. 막연히 부러워하다 문득 나도 싱가포르에 있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일을 더 잘하기 위해서 중요 멤버들이 있는 곳에서 많이 배워야겠다는. 


당시 나를 조직으로 데려온 아시아 사장님께 초반부터 싱가포르로 보내달란 말을 몇 번 했지만, 대답은 한국에 있으라는 거였다. 어떻게 하면 갈 수 있을까 곰곰이 생각하다 방법을 바꿔보기로 했다. 당시 나는 글로벌 비즈니스 디렉터와 아시아 사장에게 동시에 보고했다. 그 해 4월 글로벌 상사에게 슬쩍 떠봤다. 내 일을 더 잘하려면 싱가포르에 있어야 할 것 같은데 어떻게 생각하냐고. 글로벌 상사는 한참 생각을 하더니 자기도 그게 맞는 것 같다고, 비즈니스 총괄사장에게 말해보겠다고 했다. 


얼마 후 글로벌 상사는 비즈니스 사장이 오케이 했다며 아시아 부사장과 얘기해 보라고 했다. 아시아 부사장은 떨떠름한 표정으로 자기는 이제 찬성도 반대도 아니라 했다. 직접 만날 기회가 있어 다시 설득해 보고, 이메일을 써서 싱가포르에 있어야 하는 이유를 얘기했다. 


진전 없이 3개월이 흘렀는데, 어느 날 아시아 사장이 미국 사장으로 발령이 났고, 내 멘토가 아시아 사장이 됐다. 새로운 아시아 사장이 부임하길 기다렸다가 한 달 후 새로운 아시아 사장에게 말했다. 네가 있는 곳으로 가는 게 비즈니스에 더 좋을 것 같다고. 글로벌 상사도 그렇게 생각하고, 비즈니스 총괄사장도 승인했다고. 아시아 사장은 자신도 그렇게 생각한다고 했다. 그때가 8월이었다. 이제 됐구나 생각하며 기분 좋게 일에 몰두했다.


그런데 웬걸. 10월이 돼도 아무 진전이 없었다. 계속 보채기도 그래서 고민하다, 아시아 사장에게 이메일을 보냈다. ‘내년 아파트 계약이 곧 만기 돼 연장 여부를 알려줘야 한다. 연장할까 말까?’ 아시아 사장은 기한을 물었다. 한 달 안에 말하면 된다고 했다. 


2주 후 계약을 연장하지 말라는 이메일이 왔다. 그다음 해 2월 나는 싱가포르에 있었다. 


돌아보면 싱가포르로 가겠다는 마음을 먹은 후 될 때까지 포기하지 않았다. 상사들을 보채지도 않았다. 예전에는 뭔가 목표를 세우면 그 목표가 이뤄질 때까지 안절부절못했었지만 이번엔 달랐다. 나는 꿈 시간을 운영하고 있었다. 한 달에 한 번, 내가 정한 꿈 시간에 내 미래를 생각하는 것. 미래를 위해 행동하는 것. 그 시간을 제외한 모든 시간에는 오직 현재에 집중하는 것. 100% 몰입해서 최고를 만들어 낼 것. 


꿈 시간 덕에 나는 일에 집중할 수 있었고, 원하는 미래도 얻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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