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니가 들려주는 글로벌 기업에서 일잘하는 노하우
미국 중부인 미시간 앤아버에서 MBA를 하는 동안 느낀 건 미국인이 생각보다 많이 불친전하다는 거였다. 그런데 필라델피아에 와보니 앤아버 사람들은 신사였다. 안 그래도 처음으로 미국 회사에서 돈받고 일하는 거라 마음에 늘 커다란 돌을 하나 얹고 다니는 느낌이었는데, 회사 밖에서 만나는 사람들도 너무 불친절했다. 스타벅스나 다른 체인점을 가면 직원들이 그렇게 무례했다. 내가 버벅거리기라도 하면 무시하거나 큰 소리를 치는 일이 다반사였다. 일년 정도 지난 후는 이게 동부 성향이겠거니 하고, 식당이나 커피숍을 가면 일부러 크게 말했다. 당당하게. 재미있는 건 크고 당당하게 말하니 그 사람들도 친절해졌다. 점잖고 예의바르면 무시당하는 곳이라는 걸 점차 깨달았다.
회사안은 달랐을까? 물론 조금 달랐다. 조금 더 점잖았고, 조금 더 배려했다. 하지만, 전체적인 분위기는 비슷했다. 당시 글로벌 마케팅을 하던 내가 참석하는 회의는 주로 여러 부서 사람들이 참석했다. 서른 살까지 한국에 살았고, 미국 생활은 MBA 2년이 전부였던 내가 빠르게 말하는 사람들 말을 따라가긴 어려웠다. 질문을 하긴 불가능했고, Yes냐 No냐를 물어보면 분위기 봐서 내 답을 정하고 했다.
그러다 동료들이 나를 이상하게 여긴다는 걸 느꼈다. 미국인들에 비해 체구도 작고 평소에는 조용한 사람이, 말을 꺼내면 그 말들이 날카롭고 때로는 무례했기 때문이라는 걸 나중에야 알았다. 한 번은 영업팀과 회의 중, 한 고객사의 실적이 저조하길래 'What's wrong? How could you solve this problem?이라고 물었다. 회의를 마치고 영업사원이 내게 오늘 기분이 안 좋냐고 물었다. 자기가 혹시 내 기분을 상하게 했냐고.
전혀 예상치 못한 질문에 이유를 묻고 얘기를 하다 보니, 내 말이 무례할 수 있다는 걸 알았다. 나는 돕고 싶은 마음에 '문제가 뭐지? 해결 방법이 뭐가 있을까?'를 그렇게 영어로 표현했지만, 미국 사람들에게는 ‘도대체 문제가 뭐야? 어떻게 해결할 거야?”라는 질책의 의미로 느낀다는 걸 알았다. 그러면서 내 영어가 사람들에게 도전적이고, 불평하는 걸로 들릴 수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여러 번 이런 일이 있은 후, 회사에 커뮤니케이션 코칭을 지원해 달라고 요청했다. 내 글로벌 역할을 잘하기 위해 반드시 필요하다고 얘기하면서. (글로벌 기업에서 일하면서 느낀 점 하나: 원하는 건 당당히 요구해야 한다. 알아서 해주겠지하고 기다리다 보면 다른 나라 사람이 내가 원하는 걸 채 가버린다).
부탁과 설득을 몇 번 한 후 드디어 승인을 받고 커뮤니케이션 코치를 만나게 됐다. 환한 미소와 부드러운 목소리를 가진 중년 여자였다.
코치를 처음 만난 날 나는 불평하면서 말했다.
"솔직히 난 이게 내 문제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미국인들은 언제나 다양성과 포용 (Diversity & Inclusion)에 대해 얘기하지 않는가? 나는 원래 직설적으로 말하는 데 익숙하다. 이게 나인데, 이런 나의 다양성도 포용해야 하는 거 아닌가?"라고 말이다.
코치는 대답했다. "네 말이 맞아. 그런데 이렇게 한 번 생각해 보자. 어떤 사람은 자신의 도구 상자 (toolbox)에 망치만 있어서, 못을 박을 때도, 나무를 자를 때도, 돌을 부술 때도 망치만 써야 해. 또 어떤 사람은 망치, 톱, 정 등 다양한 도구가 있어서, 못을 박을 때는 망치를, 나무를 자를 때는 톱을 꺼내 쓸 수 있어. 어느 게 더 효과적일까?"
코치의 얘기는 내 관점을 바꿔 버렸다. '그래, 망치만 쓸 수도 있겠지, 하지만, 필요에 따라 거기에 맞는 최적의 연장을 사용할 수 있다면, 정말 강력할 수가 있겠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갑자기 세상이 달라 보였다. 전에는 달라서 불편하고 피했던 것들을 관찰하고 받아들이고 싶어졌다.
'아, 이 사람들은 이렇게 얘기하는구나. 이럴 땐 또 저렇게 반응하네.'불편했던 세상이 재미있어지기 시작했다.
이후 새로운 문화, 환경에 접할 때마다 코치가 했던 말을 다시 기억한다.
'What is in your Toolbo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