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양성 옹호에 대한 사람들의 시각
우연히 예전에 읽었던 보고서를 몇몇 사람들과 나눌 기회가 생겼다.
보고서의 제목은 아래와 같다.
번역하면 다양성을 중시하는 행동이 성과 평과에 백인이 아니거나 여성인 리더들에게 부정적인 영향을 주는가이다.
나는 커리어의 대부분을 외국계 기업에 있었기에 '다양성과 포용'이라는 주제가 글로벌에서 많은 화두가 되는 걸 알고 있었다. 늘 결국 성과라는 '성과주의' 옹호자로서 '다양성과 포용'이라는 막연한 주제에 시간을 할애하는 사람들을 안 좋게 보고 있었는데, 이에 대한 연구가 있다니 신기했다.
보고서의 연구 결과는 다음과 같다.
1. 다양성을 중시하는 행동을 보여주는 여자 리더의 경우
- 더 낮은 성과 평가를 받을 확률이 상당히 높았고 (a difference of -0.40 on a 5-point scale)
- 다양성과 연관된 행동을 거의 보여주지 않는 여자 리더보다 역량이 떨어진다고 평가했다 (a difference of -0.29 on a 6-point scale)
2. 다양성을 중시하는 행동을 보여주는 리더가 유색인종이라면
- 더 낮은 성과 평가를 받을 확률이 상당히 높았고 (-0.59)
- 다양성과 연관된 행동을 거의 보여주지 않는 다른 유색인종 리더보다 역량이 떨어진다고 평가했다 (-0.43)
두 경우 (리더가 여성이거나 유색인종인 경우) 모두 다양성을 중시하는 행동을 보여주면 성과평가도 더 안 좋게 받았으며 역량이 떨어진다는 인식 또한 생겼다.
이제 백인 남성 CEO가, 아니면 우리나라 대기업 회장이 '다양성과 포용'에 대해 말하고 옹호한다고 가정해 보자. 그 CEO가 어떻게 보이는가?
연구 결과는 아래와 같다.
3. 백인 리더가 다양성 중시 행동을 보인다면
- 더 좋은 성과 평가를 받았다 (+0.21) vs. 중시 행동을 보여주지 않는 백인 리더에 비해
- 역량에 대한 인식 차이는 별로 없었다. 역량은 행동 여부와 연관이 없어 보였다.
4. 남자 리더가 다양성 중시 행동을 보인다면,
- 역시 더 좋은 성과 평가를 받았고 (+0.21)
- 역시 역량에 대한 인식 차이는 별로 없었다.
요약하면, 유색인종 여자가 '다양성'을 중시하고 옹호한다면 성과와 역량 인식면에서 페널티를 받을 확률이 높고, 백인 남성이 그러한 행동을 보인다면 일을 잘한다는 평가를 받는 것이다.
연구 결가를 보고 믿을 수 없다고 말하고 싶지만, 나는 그럴 수가 없다. 외국계 회사에 근무할 때, '다양성과 포용'에 관한 활동을 하는 사람들을 보며, '일할 시간에 왜 저런 딴짓을 하지?'라고 속으로 생각하며 능력 없는 사람들로 간주하기 일수였으니까.
동료들이 농담처럼 얘기한다.
"남자 CEO가 다양성과 포용에 대해 얘기하면 더 멋있어 보이지만, 유색인종이나 여자가 그런 얘기를 하면 뭔가 부족해서 그걸 얻으려고 목소리 내는 것처럼 보여요."
사실 연구 결과를 보고 고민을 됐다. 유색인종이자 여자인 나는 그럼 어떻게 해야 할까?
내 안에서 소극적인 나와 적극적인 내가 싸운다.
"네가 사람들 인식을 다 바꾸지도 못할 텐데, 뭣하러 떠들어서 안 좋은 평가를 받아?"
"이런 걸 적극적으로 더 알려야지. 그래야 사람들 인식이 조금이라도 바뀔 테니까."
'다양성과 포용'에 대해 공부를 시작하면서 판도라의 상자를 열었다는 느낌이 들었다. 잘못하면 편 가르기가 되기 쉽고, 공격의 대상도 되기 쉽기 때문이다.
오늘도 나는 고민한다. 더 얘기할까 말까? 오늘은 약간 적극적인 내가 이겼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