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존감 UP 시리즈
난 가끔 나보다 나이 많고 잘 나가는 사람들이 정말 싫어질 때가 있다. 이렇게 말하는 나도 조만간 오십 인 걸 생각하니 말하고도 웃음이 나온다.
그들이 싫은 이유는, 정답 (그들이 정해놓은 답)을 맞추라고 하기 때문이다.
작년 하반기 6개월 동안 한국 교육 하나를 들었다. 비싼 수업료 때문인지 과정에 참여한 사람들이 다 한 자리씩 하고 있거나, 이미 한 자리씩 했던 사람들이었다. 처음에는 위축도 되고, 친해지고 싶기도 하고 괜히 설레고 좋았다.
그러다 과정이 끝나고 스터디 모임을 시작하면서 서서히 주눅이 들었다. 몇몇 사람들은 마주치기 거북할 정도로.
왜 그럴까?
가만히 보니 의견을 말하면, 내 답이 완벽하지 않다고 말하는 사람들의 소리가 싫었던 것이다.
외국에서 9년을 직장생활을 했고, 그 회사들이 외국계 회사들이었기에 난 의견을 말하면, "와, 그렇게 생각할 수 있구나. 좋네. 혹시 다른 의견도 있어?"라는 나를 인정해주고 괜히 자신감 뿜 뿜 해주는 문화에 익숙해져 왔었다.
그런데 아쁠싸, 한국 문화는 다르다는 걸 처음 느꼈다. 다양한 의견을 구하는 게 아닌 정답 찾기를 한다는 걸.
초반엔 내가 부족하다고 느껴, 더 열심히 공부했었다.
그런데 가만히 보니 이길 수 없는 게임이었다. 그 정답이라는 게 진실이 아닌, 자신들이 생각하는 답이었다.
자신이 원하는 답을 듣고 싶을 때 자주 하는 그들의 질문,
"내가 좀 전에 뭐라고 했어요?"
"왜 그렇게 말했을까요?"
이런이런, 나는 이미 지금 (Here & Now) 대화 흐름에 한참 빠져있는데, 지난 얘기로 내 주의를 돌린다.
몇 번의 정답 찾기 경험을 한 후 그 게임에 말리지 않기로 다짐했다. 왜냐하면,
- 첫째, 내가 그 사람들 짜 놓은 판의 페이스에 말린다는 것,
- 둘째, 그들이 말하는 답이 세상의 답, 즉 절대 불변의 진실이 아니라 그들이 생각하는 답이었다.
- 마지막으로, 완벽하지 않다는 얘길 계속 들으니 내가 부족하다고 생각하게 되는 것, 그래서 내 자존감이 점점 무너지는 걸. 특히 이 세 번째 이유로 나는 그들의 게임에 끌려가지 않고, 나를 지키기로 결심했다.
기껏 자존감을 잘 지키고 있는데, 며칠 전 멘토 코칭을 받으며 또 정답 찾기를 하시는 분을 만났다.
"Being의 목적이 뭐라고 생각하십니까?"
이런저런 내 생각을 말한다. 그분은 계속 같은 질문을 한다. 이런이런. 1시간 미팅에 30분을 결국 Being의 목적에 대해 말하며 깨달았다.
'이 분, 또 정답 찾기 하시네.'
그 순간부터 아무 말도 하기 싫어졌다. 결국 남은 30분은 그분의 끊임없는 정답 찾기를 하다가 끝났다. 본인이 원하는 답이 나올 때까지. 그 한 시간이 코칭 공부였다는 걸, 코칭 철학이 "모든 답은 내 안에 있다."라는 걸 생각하니 자꾸만 화가 났다. 코칭 철학을 얘기해 드리고 싶다 생각하던 그 차에 그분은 정답 찾기 그 질문을 기어코 하신다.
"제가 좀 전에 뭐라고 했죠?"
결국 참지 못하고 말했다. "저는 정답 찾기를 그만하겠습니다."
무슨 말이냐며 당황하시는 그분에게 속 좁은 나는 말한다.
"코치님이 원하시는 답이 있잖아요. 전 그걸 모르겠어요. 정답 찾기 시키지 마시고 그냥 얘기해 주세요."
1시간 미팅은 1시간 반짜리가 됐고, 미팅이 끝난 후 생각한다. 이 분과 다시 만나지 않게 해 달라고.
왜들 그렇게 꼭 이래 저래야 한다고 하는 걸까? 그들의 답도 정답은 아니거늘, 그들 시각에서 믿는 걸 왜 강요하는 걸까?
내가 왜 코칭을 좋아하는지 다시 깨닫는다.
"모든 답은 이미 내 안에 있다."
"모든 인간은 창조적이고, 자원이 풍부하며, 완전하다 (every human is creative, resourceful and whole).
완전하다 (whole)이다. 완벽 (Perfect)이 아니다.
이미 우리는 모든 답을 우리가 찾을 수 있는 존재다. 내가 원하는 걸, 내가 가장 잘할 수 있는 방법으로 할 수 있게, 그 답을 자신이 찾을 수 있도록 돕는 게 코칭이다. 비록 그 길이 가장 빠르지 않고, 완벽하지 않더라도 나는 그 길을 가련다. 내가 만든 나만의 길이니까.
원하지 않는 조언은 '잔소리'라는 말이 생각난다. 본인 의견과 방법을 강요하는 사람들에게 외치고 싶다.
"놔두세요! 내 길은 내가 찾게. 당신이 원하는 답을 따르지 않고, 나는 나만의 답을 찾아갈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