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사랑이 없던 사람이었다. 아니 사랑을 꽁꽁 감추고 살던 사람이었다.
작년 9월 멘토 코칭을 받다가 사랑에 대해 깊게 생각하게 됐다. 코칭을 받다 자꾸 가슴이 답답하다고 하는 걸 보더니 그에 대해 얘기를 나눴다. 그러다 내 가슴에 구멍이 뻥 뚫려있다는 느낌이 들었다. 사랑이 있어야 할 자리가 텅 빈 느낌... 코칭은 그 구멍을 사랑으로 채워야 할 텐데 라는 책임감과 함께 끝났다. 그 구멍은 단순히 남녀 간의 사랑, 부모 자식 간의 사랑으로 채워질 수 없을 것만 같았다.
사랑에 대해 생각하기 시작해도 답을 찾을 수는 없었다. 한 달 후 멘토 코칭을 또 받게 되었는데, 그때 깨달았다. 내 가슴에 구멍이 나 있는 게 아니라, 내가 사랑이 없는 가슴이 뻥 뚫린 사람이 아니라, 날 때부터 갖고 있던 사랑을 살아오면서 방패로, 갑옷으로 가슴에 단단한 벽을 쌓아오고 있었다는 것을.
감정을 보이지 않아야 더 의연해 보이고, 담대해 보이고. 직장 생활을 하면서 더더욱 난 내 가슴에 벽을 쌓고, 또 쌓아, 내 심장은 돌덩이가 되었던 것이다. 강철 심장. 어떤 큰 일에도 의연하지만, 사랑의 감정을, 아니 감정을 제대로 느낄 수 없는 심장.
그 벽을 허물어야겠다고 생각하면서 세상을 보는 시각이 조금씩 달라졌다. 작년 12월 24일 내게 주는 크리스마스 선물로 강아지를 분양받았고, 고민하다 강아지 이름을 사랑이라고 하기로 했다. 부를 때마다 사랑이 생각나라고. 그리고 크리스마스에 내게 사랑이 왔다고 말할 수 있는 것도 너무 좋았기에.
사랑에 대한 배움이 커지다 작아지다 했었는데 요즘 내 마음에 사랑이 넘쳐나고 있다는 걸 알았다. 한 달 전 새벽 산책에서 만난 냥이가 유기묘일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면서 그 고양이가 불쌍해 눈물이 자꾸 났다. 이번에는 뭐라도 해야겠다 결심하면서. 자꾸 눈물이 나는 걸 자각하는 순간 내 생활이 보이기 시작했다. 내 삶에 다른 사람들 생각이 아주 많아졌다는 것 또한 깨달았다. 샤워하며 친구를 생각하며 뭘 해줄 수 있을까? 어제 도움을 요청한 고객의 일은 어떻게 해결할 수 있울까?
갑자기 혼란스러워졌다.
얼마나 사랑해야 할까? 이러다 내가 없어지지 않을까?
또다시 답답해진 마음으로 멘토 코칭을 받았다. '사랑에 경계를 두어야 하는지? 앞으로 어떻게 사랑해야 할지? 코치는 내게 어떤 게 두렵냐고 물었다.
많은 게 두려웠다. 이러다 내가 가진 전부를 어디에 기부할까 봐. 24시간 종일 도와줄 사람들 생각만 하고 살까 봐. 이러다 내가 없어질까 봐.
코칭 대화를 이어가면서 사랑에 경계를 두는 쪽으로 생각을 굳혔고, 멘토 코치에게 얘기했다.
"사랑에 경계를 둬야겠어요. 나도 살아야 하니까."
그 말을 내뱉는 순간 가슴이 답답해졌다. 그리고 알았다. 이게 답이 아니구나.
"사랑에 경계를 두는 건 아니네요. 대신 나도 사랑해야겠어요 (Love Myself). 남들을 사랑하고, 고객들을 사랑하고, 그리고 무엇보다 나를 사랑해야겠어요. 오늘부터 나를 위한 시간을 온전히 가져볼래요."
나는 자존감도 높고, 나 자신도 온전히 인정한다. 장점도 단점도 있지만, 있는 그대로 사랑받을 수 있는 존재. 그런데 나를 사랑한다는 건 도대체 감이 안 온다.
사랑에 대한 여정을 시작한 지 9월이면 일 년이 되어간다. 사랑이 이미 내게 있다는 자각에서, 사랑을 베풀고 싶은 사람으로, 그리고 그 사랑에 나도 포함된다는 걸 그동안 깨달았다.
"켈리, 사랑에 열려 있다는 건 맨발로 콘크리트 바닥을 걷고, 모래사장을 걷는 느낌일 거야. 바닥의 느낌이 생경하게 온전히 느껴지는. 시작을 축하해!"
아직도 나는 모르겠다. 나를 사랑한다는 게 도대체 어떤 건지. 하지만, 그 여정을 담대하게, 그리고 용기 있게 떠나보기로 결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