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년 전 친한 언니가 시집을 갔다. 불같이 화도 잘 내고, 원하는 건 또 반드시 이뤄내는 강한 성격의 언니였다. 어떤 남자가 언니를 감당할 수 있을까 했었는데, 결혼을 했다. 언니의 일생일대 꿈 중 하나가 결혼이었다. 나름 연애도 하고, 소개팅도 많이 하고, 지인들에게 천만 원 인센티브도 거는 등 가능한 모든 방법을 동원했지만 결혼까지는 이어지지 않았다. 언니는 어느 날 내게 말했다.
"나 이름 바꿨다."
"뭔 소리야?"
"점쟁이 찾아가서 결혼할 수 있는 이름으로 바꿔달랬어. 한글 이름은 그대로 두고 한자만 바꿨어."
"그걸 믿어?"
그러던 언니가 법원에서 개명신청 승인 통지서를 받은 그 달 만난 남자와 결혼을 했다. 한 살 많은 언니가 그렇게 따지던 인물도 좋고, 목소리도 좋은 멋진 남자와 결혼을 했다. 설명할 수 없는 일이 일어난 것이다. 그때 언니가 내게 말했다.
"점쟁이가 그러는데, 내가 결혼하고 싶은 의지와 노력이 90%에 달했고, 개명으로 남은 10%를 메워준 거래. 이름을 바꾼 게 결혼하게 한 게 아니라, 개명이 그 부족한 10%를 채운 거래."
언니는 지금도 행복하게 잘 살고 있다.
오늘 아침 문득 그 10%가 다시 생각났다. 책을 내고 싶어 기획서도 쓰고, 글도 나름 썼는데, 글이 참신하지 않단다. 어디서 본 것 같은, 특별할 것 없는 글이라는 피드백을 받고, 더 이상 글을 못 쓰고 있다. 데자뷔다. 작년에도 딱 지금 내 수준까지 왔다가 멈췄다. 일 년이 지난 지금, 난 또 거기에 멈춰 있다.
나를 보다 내 주변 코치님들 생각이 났다. 세상의 이력으로 한 끗발 하시던 코치님들이 앞으로 못 나가고 계신다. 이유는 다 다르다. 어떤 코치님은 자신감 부족으로, 어떤 코치님은 실행력 부족으로, 어떤 코치님은 배려 부족으로... 다른 이유로 원하는 그 한 발짝을 못 내딛고 계셨다.
책을 내는 것이 내 그 10%를 계속 만나게 한다. 지금 내게 필요한 그 10%는 기발한 아이디어도, 화려한 문체도, 전문가의 조언도 아닌, 그럼에도 불구하고 글을 쓰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계속하는 것. 그게 지금 내게 필요한 딱 그 10%이다. 점쟁이를 만나 딱 그 10%를 채울 이름을 받을 수도 있겠지만, 10%를 만날 때마다 개명할 수도 없으니, 내가 해결해야 한다.
물론 그 10%를 채우지 않고 지금 여기에 머물러 있을 수도 있다. 하지만, 일 년이 지난 오늘도 그 목표를 위해 일하고 있으니 이건 반드시 넘어가야 할 10%이다. 이번에는 반드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