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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대건 Oct 18. 2023

다시 돌아간 택배배달 생활 이야기

대건 지음

택배 리턴즈

코로나가 거의 끝나가기 시작하면서 잘 나가던 인터넷쇼핑몰이 하락 조짐을 보이기 시작했다. 사람들은 점차 마스크를 쓰지 않게 되어 일상회복을 하게 되어 밖에 나가게 되면서 인터넷주문보다 직접 물건을 보고 구매하고 확인함으로 인해 인터넷쇼핑몰은 타격을 입게 되었다. 물론 모든 인터넷 쇼핑몰이 그렇지는 않겠지만 적어도 내가 다니는 회사는 그랬다. 그럼에도 조금 불안했지만 이내 회복 할 것으로 여기고 버텨보았지만 안되었다. 생각보다 여파는 컸고 불안정한 시간들이 계속 되었다. 학업과 글쓰기를 지속하기에는 역시 돈이 필요하기에 일을 해야 했다. 성공에 관련된 책들에서는 내 시간은 귀한 시간이니 좀 더 효율이 좋은 일을 하거나 과감한 투자도 필요하다 했지만 역시 현실 앞에 타협할 수밖에 없었다.


그래서 내가 타협한 일은 택배배달 업무였다. 마침 집 주변에 공고가 떠서 할까 말까 고민하다가 해보기로 했다. 그렇게 지원을 하고 협의를 해서 일을 하게 되었다. 4년 전에 배워둔 택배일이 헛수고는 아니었던 모양이다. 비록 시간은 어느 정도 흘렀지만 몸이 기억하기에 다시 적응할 수 있었다. 물론 사용하는 시간 대비 효율은 좋지 않지만 불황을 겪고 있는 이때 일할 수 있는 것에 만족하기로 했다. 물론 영원히 택배일을 할 것은 아니다. 당분간은 기존 회사의 일도 도와야 하기에 병행하면서 하기로 협의를 했다.


어차피 남의 일은 해줘봐야 내 것이 될 수 없고 택배 특성상 많은 돈을 벌기 힘든 구조란 것을 인정하는 바이다. 사람을 쓰면 남는 것이 없고 혼자 다하지니 힘이 부칠 수밖에 없다. 그럼에도 일단 긴급 수혈을 위한 목적으로 급하게 뛰어들게 되었다. 택배하는 곳에서는 빚이 있거나 가족이 있는 사람을 좋아한다고 한다. 어쩔 수 없이 돈을 벌기 위해 열심히 한다는 말이다. 물론 나는 아직 빚은 없지만 딱히 그 말에 대해서는 동의할 수 없었다.


과로로 인한 강제 업무 연장, 극도의 스트레스로 건강을 잃게 되면 돈이 무슨 소용이겠는가 싶었다. 돈에 쫒길 수밖에 없는 상황이 궁지로 내몰고 상황을 어렵게 만든다. 하지만 그렇게라도 빚을 갚을 수만 있다면 좋을 것이다. 안된다고 생각하면 안되는 것이고 된다고 생각하면 되는 것이다. 실제로 영리한 사람들은 부당함만을 보지 않고 오히려 그 상황을 이용해서 돈을 번다. 물량을 많이 주지 않는다면 배송을 빨리해버리고 다른일을 하는 식으로 돈을 추가적으로 번다. 분명히 어려운 일이다. 그럼에도 해내는 것이다. 이의를 제기 할수 있다. 애초에 그런 상황자체가 안나온다고 하는 사람이 있을 것이다. 이건 내가 한게 아니고 그렇게 하는것을 본 이야기다. 그래서 정확히 어떻게 그렇게 남들보다 빨리 배달하는지 모른다. 그럼에도 해내는 사람이 있다는 것을 말하고 싶었다.


택배배달 일로 돌아가고 다시 업무를 배울 때 구역을 알려주던 친구가 인상깊었다. 그는 나보다 한 살 어리지만 일하는 열정을 느낄 수 있었다. 300개 이상을 혼자서 새벽3시까지 연달아 3일 동안 일을했다는 그의 끈기에 깊은 감명을 받았다. 분명 가족이 있어서 어쩔수 없이 한 것도 있겠지만 본인 자체의 의지력이 대단하다 생각했다. 그렇게 많은 물량을 혼자서 해야 함에도 온지 얼마안되서 헤멜까봐 내 걱정을 하는 그 친구에게 고마움을 느낄 뿐이었다. 물론 이 글을 읽고 하루에 300개 이상은 나도 할 수 있을것이라 생각할 수 있다. 그건 다량이 나오는 아파트 지역이고 몇 개월 이상의 숙련된 경험이 있는 사람의 이야기다. 


또한 아무리 베테랑이라 할지라도 거의 대부분 그 이상의 물량은 두명이서 한다. 이 친구는 혼자서 하며 4,5년의 경험자이지만 해당 구역은 맡은 지 두 달 정도 되었다고 했다. 복잡한 코스가 많고 지도에도 안 나오는 곳이 대부분인 이곳에서 많은량의 택배배달을 하는것은 실로 대단했다. 권장 일일 택배 수량은 150개라 들었다. 물론 비대면으로 인해 빨라진 시간으로 200개 까지 되겠지만 거리와 물건을 놓는 시간을 타임 테이블을 계산하면 실수가 없음을 가정한 수량이라 예전에 들었다. 


"나를 채용한 사람이 말한 '늦음'의 기준이 높았을 수도 있겠다고 생각했지만, 내가 직접 동승해보니 그렇지 않았다. "분명 밥 먹는 시간은 있었지만, 그 친구는 가끔 밥을 못 먹는다고 했다." 아무튼 대단하다고 생각했다. 300개 정도는 누구나 한다고 들었을때는 사실 누군가 도와주니까 그렇게 하겠지 하면서 의문을 품기 일쑤였다. 하지만 이 친구는 분명 혼자서 하는것을 보았다. 거기다 최근에는 대면 배송으로 바뀌어가는 형국이라 더욱 시간이 걸린다. (고가의 제품은 무조건 대면배송해야 한다. 연락받고 어디 둬도 불안하다.)


아마 그렇게 되면 수수료를 올려주던가 해야 한다. 수지 타산이 안 나오면 이직하는 건 시간 문제이기 때문이다. 그래도 처음 왔다고 반겨주는 그들에게 해가 되지 않도록 맡은 구역만큼은 열심히 해야 했다고 생각했다. 사실 서로 개인사업자라 챙겨줄 이유도 없는데 다양한 내용을 가르쳐 줄 때 대한민국의 형동생 문화는 그때 만큼은 괜찮다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아직 회사에 들어온 지 얼마 되지 않아, 주변 사람들에 대한 판단이 섣부를 수도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좋게 생각하고 싶다. 일을 하기에 글 쓰는 시간과 공부하는 시간이 줄어드는 것은 어쩔 수 없지만 감수해야 한다. "대리사회”라는 책에서는 남의 욕망으로 먹고 사는 사회를 언급한다. 나도 그러한 사람이 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 아쉽지만, 무언가를 진행하려면 우선 가장 문제되는 일부터 처리해야 한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로 인해 내가 하고자 하는 일이 늦어질 수 있지만 반드시 그것부터 허물고 시작하라 했다.내가 주문할 때는 몰랐는데 그 상황이 되어 배달을 하는 입장이 되어 보니 택배기사님들 입장을 존중해줘야 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물가가 많이 올라 사회가 많이 힘들지만 좋은 일이 있기를 기원해 본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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